코미디 여인천하를 꿈꾸는 '자신만만' 웃음폭탄경력 12년차 베테랑, 연예인 공인 '똑똑한' 개그우먼

[스타줌인] 정선희
코미디 여인천하를 꿈꾸는 '자신만만' 웃음폭탄
경력 12년차 베테랑, 연예인 공인 '똑똑한' 개그우먼


“퀸카 옆의 ‘폭탄’이 집중 조명을 받는다더니 딱 그 격이에요.”

KBS 2TV 일요 버라이어티 ‘일요일은 101% MC 대격돌 - 여걸 파이브’(매주 일요일 오후 5시 50분)에서 이경실, 조혜련, 옥주현, 강수정 등과 웃음 폭탄을 날리고 있는 개그우먼 정선희(32). 그녀는 5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얼짱 아나운서’ 강수정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애로점을 이렇게 털어놨다.

“강수정 팬들이 메일을 보냈더군요. 게임하면서 때리지 말라고. 자꾸 구박하면 집단 보복(?)에 나선다고요.”

볼멘 소리로 투정하면서도 연신 싱글거리는 정선희의 미소 끝에는, ‘자기를 낮추어 타인을 높이는’ 노련함이 묻어난다.

- 1%에 목마른 개그우먼

정선희는 올해로 코미디 경력 12년차의 베테랑. 1992년 SBS 개그맨 공채 1기로 데뷔해, 내노라 하는 코미디상(MBC 코미디 대상 우수상, 1999년)을 수상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넘칠 정도로 받았던 그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목마르다고 한다. 딱 1%. 남자들이 활개를 치는 코미디 프로에서 ‘여인천하’의 대업을 이뤄보겠다는 야심은 그러한 갈증에서 출발한다.

“흔히 여자 목소리가 크면 ‘나댄다’고 불쾌해 하잖아요. 그걸 극복하는 게 숙제에요.” “여자들끼리 코너를 만들면 깨진다”는 속설을 깨겠다는 다짐이다.

‘여걸 파이브’는 ‘일요일은 101%’의 시청률 상승을 위해 지난달 초 새롭게 편성된 코너. 그야말로 여자들이 ‘판치는’ 마당이다. 그 동안 오락 프로그램의 주축이었던 남자(남자들) 혹은 남자와 그 옆의 여자라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신선한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관심이 ‘여자 대 남자’라는 구도로 흐르자, 그녀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전에 어느 토크 쇼에서 ‘TWO MC’(두 명의 MC) 중 한 명으로 제의를 했다 막판에 틀어버린 경우가 있었죠. 목소리가 커 남자 MC를 누를까 봐요. 문명이 선진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의식은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 '생활일본어' 책 펴내기도 한 '똘똘이'

코너가 방영된 지 한 달 여. 일본 프로그램의 형식과 유사하다는 등의 지적이 있지만, 대체로 “기발하다“ “웃겨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는 등 호평이 주류를 이룬다. “재미있다고 할 때가 가장 두려워요. 그 장단에 맞춰 “그래, 그래, 좋았어” 하며 휩쓸려 가기에는 12년의 경륜과 실패담이 너무 무거운 걸요.” ‘딱따구리’라는 별명처럼, 늘 속사포를 쏘아대며 ‘까불까불’ 할 것만 같은 그녀에 대한 선입견은 이쯤에서 속절없이 허물어진다.

사실 정선희는 연예계가 공인하는 ‘똘똘이’. 고도의 머리 회전력(공인IQ 140)은 둘째치고, 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자 성석제씨의 작품을 제일 좋아해요. 97년 이상문학상(추천우수작 상)을 받은 단편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을 읽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죠. 언어를 응斂?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불러요.”

사람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 못해도 목소리와 말투는 기억할 정도로 언어에 민감하단다. 그래서 지난해 말에는 지난 10년간 개인교습과 학원에서 익힌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어 교재 ‘정선희의 톡톡튀는 생활일본어’<넥서스 刊>를 펴내기도 했다.

정선희는 얼마 전부터 같은 프로에 출연중인 ‘핑클’의 옥주현, 조혜련 등과 함께 요가를 배우고 있다. “책 쓴다고 책상에만 앉아 있었더니 살이 ‘너덜너덜’해졌어요.” 지나친 엄살은 자신감의 이면인 듯 하다. 슈퍼모델 이소라로부터 “박물관에 기증해야 할 정도로 엉덩이가 예술”이라는 칭찬을 받은, 굴곡 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그녀가 아닌가.

요즘 부쩍 ‘남자타령’도 늘어간다. “오늘도 남정네의 전화번호를 ‘땄어요’” 라며 호들갑이다. 서른 살을 넘긴 솔로의 비애 때문인지, 일 욕심 때문인지 헷갈린다. “나이가 있는 미혼 여성으로선 코미디를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연애 또한 일에 연결시키는 경지? 잘난 그녀의 101% 충전된, 유쾌한 코미디가 기다려진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5-20 14:0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