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의 대명사 틀을 깨고 나오다중년의 닭살 로맨스 연기 등 '25년 만의' 변신 나선 김미숙

[스타탐구] 김미숙
'분위기'의 대명사 틀을 깨고 나오다
중년의 닭살 로맨스 연기 등 '25년 만의' 변신 나선 김미숙


‘분위기’하면 김미숙일 때가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정돈된 말투는 고상한 여배우의 대표 범주 안에 그녀를 밀어 넣었고, 실제로도 그녀의 생활은 ‘분위기 있어’ 보였다. 그러던 그가 최근 나름의 변신을 시도하며 그 ‘분위기’를 깨고자 노력하고 있다. MBC 새 주말연속극 <사랑을 할거야>에서 이혼 후 두 딸을 키우는 순수하면서도 씩씩한 만화가 엄마로 등장해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줄 예정이다. 강석우와 못 말리는 중년의 닭살 로맨스를 펼칠 그녀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방송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휴~ 오랜만이에요.”

만나자마자 대뜸 악수를 청하는 그녀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한결 내추럴해진 옷차림하며 머리에 두른 두건, 집시풍의 액세서리들은 예의 그 ‘고고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였다.

“제가 연기할 옥순이라는 인물이 너무너무 사랑스런 엄마거든요. 순정만화를 그려서 그런지 항상 소녀같은 여자에요. 약간은 덜렁대고 나이에 비해 철이 없는 면도 있지만 딸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귀여운 엄마죠.”


- 덜렁대고 철없는 엄마역

드라마 속 캐릭터에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 실 생활에서도 밝고 명랑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는 그녀는 이미 ‘옥순’이라는 인물에 깊숙이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외출>에서의 김난희나 <때려>의 경혜, <푸른안개>의 노경주 등 지금까지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주로 상처받은 아내, 쓸쓸한 미혼모였으나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김미숙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25년만의 도전이에요. 하루 하루가 즐겁네요.”

늦은 나이에 결혼한 그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됐다. 가족은 그녀를 지탱시키는 가장 큰 힘이자 안식처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늘 “결혼은 연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고, 출산은 세상 보는 눈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해 17년간 유치원을 경영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녀의 아이들 사랑은 유별날 정도다. 큰 아들 승민이를 낳고부터는 한 유아 포털 사이트에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는 연재 시리즈물을 써 올리기도 했다.

“얼마 전엔 승민이가 촬영장에 구경왔는데 엄마를 응원한답시고 ‘엄마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쳐 NG가 났어요.(웃음) 5살 난 녀석이 목소리는 어찌도 큰지…. 제작진한테 미안하긴 했지만 아들 응원에 피로가 싹 풀리더라구요.”

그녀는 말없이 자신을 외조해주는 남편 광고전문 음악가 최정식씨와 재롱둥이 둘째 아들 승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큐레이터·DJ등 넘치는 일욕심

연기뿐만이 아니다. ‘미술관 기행’의 큐레이터, 음악 프로그램 DJ 등 다방면에서 숨은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싫은 즐거움이다. 또 지난 2월 부터는 SBS 새드라마 <토지>) 촬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 하반기 방송될 <토지>에서는 주인공 서희(김현주)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는 윤씨 부인으로 등장한다. 그녀로서는 첫 사극 출연이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임하고 있다고.

“고전적으로 생겼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는데 사극 제의는 한번도 없었거든요. 이번 작품으로 처?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게 됐어요. 떨리지만 의욕이 마구 마구 샘솟네요.(웃음)”

오랫동안 씌어진 대소설이 원작이고, 몇 차례 극화된 적이 있는 작품이라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영화 출연 제의도 쉬지 않고 들어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TV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매니저 없이 혼자 일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소속감을 느끼며 체계적인 스케줄 관리를 받고 싶어 한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혼자 일할 때와 비교해 장단점이 있긴 한데 한결 바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또 혹독한 자기관리를 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출산 후 늘어난 몸무게를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단숨에 줄였는가 하면 촬영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 얼마 전엔 데뷔 후 처음으로 수영장 신을 찍었는데 비키니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운동을 즐기며 몸을 단련시킨 덕이다. “몸짱이니, 얼짱이 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에요. 건강하고 싶어서 운동을 즐기는 편이에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배우로서의 역할을 다 해내려면 건강해야죠.”

일하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즐겁지만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은 저녁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미숙. 배우보다는 엄마의 위치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듯 보이지만 어쨌든 그는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암팡지게 쥐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즐기면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겠다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6-22 16:13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