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컴백 작심했어요"모노드라마 '우리가…'서 불감증 주부역, 남편 최수종 격려로 힘얻어

[스타줌인] 하희라
"연기자 컴백 작심했어요"
모노드라마 '우리가…'서 불감증 주부역, 남편 최수종 격려로 힘얻어


"아~악! 악! 남편을 위해서 (성감을) 느끼는 것처럼 소리도 질러보고 눈을 뒤집어 까고 입을 반쯤 벌린 채 숨도 몰아 쉬어보죠." 7월 2일 첫 공연되는 모노드라마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극단 로뎀, 연출 하상길)의 연습이 한창인 서울 정동 제일화재빌딩 내 마당세실 극장. 성(性)의 홍수 가운데 오히려 성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환자로 등장하는 탤런트 하희라(34)가 울부짖듯 내뱉는 대사다.

최근 ‘유엔선언 세계 가정의 해 10주년 기념 대한민국 대표 부부 찾기 선정위원회’에서 남편 최수종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울리는 대표 부부’로 뽑히기도 한 하희라로서는 상당히 이채로운 도전이다. ‘잉꼬’의 상징인 그녀가 불감증에 외도하는 주부라니.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에 도전하느라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배우가 경험해본 것만 연기를 잘 하는 건 아니잖아요. 미혼 시절에도 애 딸린 유부녀 연기를 맡거나 첫 사랑 남자에게 버림받는 비운의 여인이 단골이었으니, 전혀 문제 없죠.”


- 너무 야하면 어쩌나 걱정도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는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여자 주인공 지윤이 남성에 대한 혐오증으로 불감증을 겪다가 공허한 마음을 나눌 새 애인을 만나 행복을 되찾는다는 내용. 직접적인 성인연극을 표방한 만큼, 성에 대한 표현이 직설적이다. 대체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보다 야하다는 평. “결혼한 여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성적 표현이 많아,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죠. 사람들이 “어! 너무 야하네” 하는 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일단 용기를 내어 역을 맡기로 했지만 어색해 하는 하희라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건 역시 남편 최수종이었다. “아무리 야해봤자 혼자 하는 건데, 뭘”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도 점점 시간이 가면서 도발적인 말투조차 “왜곡된 성 문화에 억눌린 여자의 아픔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믿으며 배역에 푹 빠져들고 있다.

결혼 11년차, 아들 민서(6), 딸 윤서(5)를 키우며 가사에 전념하느라 한동안 연기 활동을 접었다. 2002년 KBS 1TV ‘당신 옆이 좋아’로 브라운관에 잠깐 얼굴을 내비쳤지만, 연극 무대로 복귀하는 건 지난 9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20주년 기념 뮤지컬 ‘넌센스’에서 엠네지아 수녀 역을 맡은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무려 6년 만이다. “이제까지 아이들 위주로 살았다면 이번에는 연기자 하희라로 작심하고 돌아갈 작정이에요. 지금이 아니면 ‘이거다’ 싶은 작품을 또 만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한번 정도는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려 볼 생각이에요.”

그러나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모노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고충은 만만찮다. 1시간 30분여 동안 홀로 끌어가야 하는 무대인 만큼 엄청난 대사에다, 분장이나 의상의 도움 없이 오로지 얼굴 표정과 눈빛으로 1인 11역을 소화해 내야 하니 “수명을 단축시키는 작업”이라는 연출가 하상길 씨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두 달의 공연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 현명하게 ‘기를 줬다 뺐었다’ 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니까 보약도 먹고 있어요.”


- 거울 안봐도 되는 촌스런 배역이 좋아

서른 중반의 나이. 아무리 화려한 경력과 연기력을 갖추었다 해도 여자 연기자로서는 마음껏 배역을 고르기 어려운 나이일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역을 맡고 싶냐’는 물음에 “빛나지 않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고 싶다”는 하희라는 TV에서 비춰졌던 것처럼 똑똑하고 현명하다. “예쁘고 세련되게 나오는 역보다, 몸빼 바지 입고 얼굴에 숯 검정 칠하고 た윱?역이 좋다”고 힘주어 말하는 대목도 그렇다. “예쁘게 나오는 역을 하려면 아무래도 거울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그럴 바에야 그 시간에 대본 한 번 더 보는 촌스러운 배역이 낫습니다. 연극 무대는 연기를 처음부터 다지며 공부할 수 있는 장이니 기회가 닿는 대로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에요. 관객과 배우가 정말 완벽하게 호흡했다는 느낌을 받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20년 연기 인생의 성공인 것이죠.”

교과서적인 얘기이지만 항상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하희라. “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습니다”는 요지로 하루 10번 가까이 보내온다는 최수종의 문자메시지가 초여름 햇살보다 싱그러운 열정의 근원일까.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6-30 14:1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