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인은 미소가 달라요"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사교적…서빙 아르바이트로 학비 대기도연예계 진출 생각없어…전공 살려 컴퓨터 디자인 전문가 될 것
[스타탐구] 2004 미스코리아 진 김소영씨 "진짜 미인은 미소가 달라요" 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사교적…서빙 아르바이트로 학비 대기도 연예계 진출 생각없어…전공 살려 컴퓨터 디자인 전문가 될 것
“살 좀 찌고 싶어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기 전에 김소영 양은 다이어트 대신 몸무게를 2kg 불리는 체중 증량을 통해 168cm-49kg의 환상몸매를 다듬었다. 평소 피부가 지성이라 피자나 햄버거 같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멀리하는 탓인지 좀처럼 몸에 살이 붙지 않는 마른 스타일이 고민이었다. 그녀는 “너무 말라 보일까 봐 밤에 기름진 음식을 골라 먹으며 일부러 살을 찌우는 것도, 살을 빼는 것 못지 않게 힘들다”는 얄미운(?) 고충을 털어놓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인이 아름다움을 가꾸는 비결은 무엇일까. 하루 1~2시간의 헬스와 된장찌개를 즐기는 토종 식성은 차치하더라도 ‘나쁜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성격’이 최고라고 꼽는다. “젊고 늘씬한 여자들이야 강남에만 나가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미소가 편안한 사람이 별로 없고, 진짜 미인은 그게 다르죠.” 미인대회 출전에 관해 ‘외모지상주의’라고 삐딱하게 보는 시선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미스코리아에 선발된 데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전공이 디자인인 만큼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충분히 동경과 가치의 대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외모를 상품화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지덕체(智德體)’ 중 오직 몸만 보는 게 아닐까요? 굳이 외모만 예쁜 여자를 뽑으려 했다면, 무대에 올려놓고 몇 분만 보면 되지 20일이 넘게 합숙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기발한 제안도 덧붙인다. “안티 미스코리아와 함께 합숙 기회를 가졌으면 해요. 가까이서 보면 외적 화려함만 쫓는 여자들이라는 편견은 없어질 걸요.”
언제부터인가 미스코리아 대회가 연예계 진출의 지름길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숱한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스타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정작 김소영 양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배는 ‘활동파’ 직장 여성의 길을 걷고 있는 2000년 미스코리아 한국일보 박소윤(27)씨다. “자기만의 비전을 펼쳐가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여요. 대회 때 졸업(경북대 불문과)하면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신념을 지켜가는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연예계 진출보다는 전공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지금은 컴퓨터 디자인하면 미국이나 일본을 첫 손에 꼽는데, 앞으로는 한국이 대표적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요즘 졸업전시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그녀는 “졸업 후 대학원을 거쳐, 유학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미의 사절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데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녀는 합숙기간 중 한 장애유아원에서 만난 아이?보고 많은 반성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열 세 살짜리 여자아이였는데 길을 가다가 자꾸만 뒤를 돌아 보더라구요. 자기 몸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지경인데 뒤에 동생들이 잘 따라오나 확인하고 배려하는 그 눈빛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대회 상금 2,000만 원 중 일부를 그 장애유아원에 후원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온실 속의 화초일 것 같다’ ‘명품으로 휘감고 다닐 것이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서울씨름협회 부회장인 아버지 김상윤(53)씨와 어머니 채수옥(50)씨 사이에 무남독녀로 태어난 그녀는 평범하다. 아니, 괴롭고 슬퍼도 잘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생활력이 강하고, 사교적이기도 하다. 대학교 입학 전부터 커피숍이나 식당 등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에 보탰다. 급여는 대략 시간당 2,200원 선이었다고 한다. “명품요? 좋지요. 그러나 명품 핸드백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아요. 100만원 짜리라면 하루 5시간씩 석 달 하고도 열흘은 더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주변 친구들한테도 아르바이트를 꼭 해보라고 권해요. 돈을 떠나서, 대인관계를 익히고 살아있는 인생의 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별명은 ‘집순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방에 ‘콕’ 박혀 지내는 생활 패턴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컴퓨터디자인이 전공이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게다가 취미 또한 방 안에서 구슬을 꿰는 ‘비즈 공예’이니 햇빛 쏘일 시간이 적기 마련이다. 김소영 양은 그래서 “아직 남자 친구가 없는 것 같다”고 푸념한다. “중견연기자 백일섭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가정적일 것 같은 남자가 좋아요.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해서 아이 셋은 낳고 살고 싶어요.”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에 일 욕심도 다부진 김소영 양. 그녀는 진짜 아름답다.
입력시간 : 2004-06-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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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