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1가지 숙독, 세상이 보입디다경영 일선서 물러났지만 사외이사등 사회활동 왕성 '영원한 현역'

[나의 아침, 나의 삶]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신문 11가지 숙독, 세상이 보입디다
경영 일선서 물러났지만 사외이사등 사회활동 왕성 '영원한 현역'


(주)미래산업의 CEO이자,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정문술 전 회장. 그는 3년 전, 63세 나이로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은퇴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벤처 대부의 아름다운 은퇴’라며 갑작스런 그의 은퇴에 놀라워 했다. 3년 반이 흐른 지금, 그는 조용하면서 알차게 자신의 삶을 엮어 나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자락 아래 자리한 아담한 전원 주택. 정문술 전 회장은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곧 이어 배달된 조간 신문을 가져다 읽는다. 대부분 그의 아침 시간은, 7가지의 신문을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모자라,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강남의 사무실에서는 4가지의 다른 신문을 마저 읽는다. 아마도 신문사에서 그에게 공로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 ‘신물벌레’ 은퇴 후에도 여전

“공직에 근무할 때나 기업인일 때도 그렇고 원래 신문을 많이 읽었어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전체적으로 신문의 타이틀을 모두 살펴본 후, 경제, 사회, 논설, 인물 분야 등 관심 사항을 꼼꼼히 읽는 형식이에요. 저는 신문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유출해요. 즉, 어떤 내용에서 과거를 연상하고 현재를 파악하며, 미래의 징조를 읽으면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는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관심 사안과 이슈, 트렌드 등을 파악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마디로 신문 내용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입체적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경영 일선에서는 손을 뗐지만, 세상 돌아가는 데이터 베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현재 사외이사와 상담역을 맡고 있기도 하고 힘이 있는 한, 현 트렌드를 읽는 데 온 정력을 쏟을 생각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문을 읽다 보면,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아침 식사는 꼭 한식으로 한다. 식탁에는 일체의 가공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이 올라오지 않는다. 또 조미료를 넣지 않은 나물무침, 된장국, 콩나물국과 잡곡밥 등 완전 자연식으로 만든 우리 음식을 먹는다. 가을과 겨울에는 직접 말려 엮어 놓은 시래기를, 또 직접 만든 된장과 함께 끓여 먹는다. 마지막에는 후식으로 누룽지를 꼭 먹는다. 그래야 기운이 솟고, 든든하게 하루를 난다고.


- 푸짐한 아침식사 활력의 원천

“뇌에 영양 공급이 되는, 아침 식사를 가장 푸짐하게 먹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간단히 해요. 바쁜 아침 시간에 이렇게 푸짐하게 먹는 식사는 낯설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습관을 들이면 하루가 든든하고 활기 있어요.”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집 바로 뒷산인 청계산에 올라간다. 매일 1시간 반 정도, 산에 오르내리다 보면 기분이 상쾌하고 잔병 없이 건강하다고 한다. “제 경우, 아침 시간에 정신이 가장 맑아요. 이 때 신문을 읽으면 머리 속에도 잘 들어와요. 사람마다 개인차와 습관이 다르겠지만, 영혼과 정신이 가장 맑은 시간은 아침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아침에 하루를 구상하고 가장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정 전 회장은 최근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이라는 책을 펴냈다. “은퇴 후에도 여러 군데서 강연 요청이 많이 와요.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형편이고, 또 강연을 나간다 하더라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생각 끝에,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9번의 개작과 3년에 걸쳐 이번에 책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는 자신의 독자적인 경영 방식이 벤처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자신이 벤처인으로서, 그간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 벤처 후배들 위해 책 펴내

“그 동안 벤처 산업이 실수도 많았고, 사회적으로 해악도 끼쳤지만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벤처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중소기업을 일으키는 것도 벤처입니다. 지금은 벤처가 정상 궤도에 올라가기 위해 뼈를 깎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10억 이상을 가지고,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이 2만 명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부동산도 시원찮고, 증권도 불안하고 어디에 재산을 불릴지 몰라, 안타까워 한다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돈이 없으면 그런 괴로움도 없을 텐데, 그런 사람들한테 혼자만 잘 살기 위해 재산을 불리려 고민하지 말고, 기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기부를 하면 영원히 내 것이 된다”는 정 전 회장은 “기부는 변화가 없는 저금”이라고 말한다. 경제가 불안한 시대에, 변화도 없고 가장 안전한 것이 ‘기부’라고 강조했다. 또 하늘이 축복하고 주위에서도 좋게 보고, 자신 역시 행복한 것이 ‘기부’이므로 머리 굴려 재테크로 이자 따먹는 것 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 1세대 벤처 기업인이었던 정문술 전 회장. 그 자신이 아름다운 기부를 통해 많은 기업인들에게 모범을 보인 만큼, ‘아름다운 경영인’에서 물러나 은퇴의 뒤안길에 있는 현재의 삶 역시 아름답다.

글 / 허주희 객원기자

사진 / 이상민(프리랜서 사진가)


입력시간 : 2004-07-15 11:05


글 /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