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더위 예쁘게 책임질께요"영화 로 스크린 데뷔, 대박 기대로 설레는 여름

[스타줌인] 이세은
"여름더위 예쁘게 책임질께요"
영화 <분신사바>로 스크린 데뷔, 대박 기대로 설레는 여름


그녀는 고양이 같다. 투명하도록 하얀 피부에,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가 신비스럽다. 도도하고 차가우면서도,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잡아 끄는 느낌이 묘하다. 혹시 고양이를 기르냐고 물었더니 “아뇨. 강아지를 키워요. 제가 예뻐해 주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달려오는 강아지가 도도한 고양이보다 좋아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이세은(23). 그리고 이어지는 느닷없는 물음. “고양이가 어울리면, 한 번 키워볼까요?”

뽀얀 얼굴에 가득하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을 때면 너무 귀여워서, 앙증맞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시기심을 일으킬 정도. 그래서일까. 서울에서 전학와 ‘왕따’를 당하게 되는 영화 ‘분신사바’(감독 안병기ㆍ공동제작 A-POST픽쳐스ㆍ토일렛픽쳐스)의 여고생 이유진 역은 영락없이 그녀를 위한 캐릭터로 보인다. 얄밉도록 예쁜 여자는 종종 질투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 "실제로 분신사바를 즐겨요"

“극 중에서 제가 맡은 유진은 외로워서 학교 친구들에게 저주를 내리는데, 그 저주가 차츰 현실이 되어가요. ‘왕따’라는 비극이, ‘죽음’이라는 더 큰 비극을 부르는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현실에서 왕따를 당해본 적도, 시킨 적도 없다. “물에 침을 뱉으면, 다음 번에 내가 그 물을 마신다”는 말을 명심하고 사는 덕분이다. 반면, 영화의 제목이자, 극의 비극을 잉태하는 주술이 되는 ‘분신사바’는 실제로도 즐기는 편이다. “중학교 때부터 유난히 분신사바가 잘 되는 학생이었어요. 시험 문제를 찍어내기도 했죠. 사실 영화 오디션 직전에도 분신사바를 했는데, 펜이 스르륵 움직일 때 온 몸에 소름이 끼치더라구요.”

그 주술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이 영화의 연출자인 안병기 감독의 2002년 ‘폰’ 오디션에서는 350여 명이 몰려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기 좋게 물 먹었지만, 2년 뒤 ‘분신사바’에서는 당당히 주연을 꿰찼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이다. 올해 초 숱한 화제를 남긴 MBC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장금(이영애 분)을 괴롭히는 악독한 의녀 ‘열이’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사더니, 이번에는 친구들을 죽음에 이르기 하는 장본인이 된 것. 악역도 모자라, 죽음의 귀신을 부르는 인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남들처럼 때로는 로맨틱한 사랑의 주인공을 꿈꿀 때도 있어요. 하지만 공포는 모성애만큼이나 만국 공통의 감정이라 꼭 도전해 보고 싶었죠.”

캐스팅 소식을 듣고, 거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닐 정도로 좋아했다는 이세은. 그렇지만 공포 연기의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하룻밤에 일곱 번이나 가위에 눌린 적이 있을 정도죠. 장롱이나 서랍을 보면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다시 꿈에 나타나고….” 견디다 못해 불교 신자인 아버지로부터 호신용 불상까지 얻어 숙소에 갖다 두기도 했단다. 그래도 이세은은 “영화배우의 꿈을 활짝 펼치는 계기가 된 작품인 만큼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시청률 몰고 다니는(?) 연기자

■ Profile
* 생년월일: 1980년 8월 31일
* 키·몸무게: 165cm·47kg
* 혈액형: O 형
* 특기: 습작, 무용
* 학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2002년 MBC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을 짝사랑하는 일본인 ‘나미꼬’ 역할로 열연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KBS 2TV 주말극 ‘보디가드’와 MBC ‘대장금’ 등에 출연하는 등 평균 시청률 30~50%의 대박 작품에 연거푸 등장했던 그녀가 스크린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이 ‘분신사바’인 만큼, 영화의 대박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솔직히 기대가 돼요. 안 감독님의 전작인 ‘폰’이 25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잖아요. 그때는 최대 관객을 400만 명으로 볼 때고, 지금은 1천만 관객 시대이니 그 이상의 대박이 나오지 않을까요?”

유독 열?팬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로 20대의 가슴이 뜨거운 청년들. ‘분신사바’의 홈페이지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제 팬 까페의 운영자들의 성이 저와 같은 ‘이씨’예요. 그래서 주변에서 놀려요. 저 사람들 다 가족 아니냐고?”

그러면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이세은의 연애관은 어떨까.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처럼 “애기야” 불러줄 수 있는 남자라면 너무 좋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27세에 결혼하고, 30세에 아기를 갖고 싶어요. 근데 제일 중요한 남자가 아직 없네요. 호호.” 고양이처럼 품에 꼬옥 감싸주고 싶은 만인의 ‘애기’ 이세은이 공포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어떤 전율을 전해올 지 사뭇 기대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7-29 10:3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