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정신을 개우는 새벽공기스트레칭과 줄넘기로 하루시작, 짜여진 조직생활에 적응시민들의 문화갈증 해소와 문화 참여 기회 동분서주

[나의 아침, 나의 삶]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잠든 정신을 개우는 새벽공기
스트레칭과 줄넘기로 하루시작, 짜여진 조직생활에 적응
시민들의 문화갈증 해소와 문화 참여 기회 동분서주


30년 넘게 인기 배우로, 대학교수로 활동해온 유인촌 씨.

그에게 2004년은 좀 특별하다. 지난 5월 출범한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남산의 서울문화재단으로 출퇴근하는 요즘, 그는 새벽 6시면 일어난다. 이미 배우 시절부터 달리기와 함께 아침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이어오고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면 먼저 스트레칭과 줄넘기로 몸을 풀어준다. 밤새 잠들어 있던 육체와 정신을 깨우는 것. 그리고 나서 맑은 정신으로 조간 신문을 읽는다. 그 날의 주요기사를 살펴보고 특히 시정과 문화, 예술에 관련된 기사를 꼼꼼히 읽는다. 그리고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과 방문할 곳, 회의 안건, 세미나 등 주요 일정을 확인한다.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전에는 생활이 매우 불규칙했어요. 한번 공연에 들어가면 밤새는 일도 많았고요. 그 때는 내가 할 일만 하면 되고 자유롭게 생활해서 특별히 스트레스도 없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서울문화재단 일을 맡으면서 처음 이렇게 짜여져 있는 조직 생활을 해봅니다.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오전에는 주로 회의와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전시장, 저녁에는 공연장 순회와 관련 인사들을 많이 만나요."

유인촌 대표는 무슨 일을 한번 시작하면 정열적으로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서울문화재단의 대표를 맡고 나서 2달 남짓한 동안 일에 빠져 정신 없이 보냈다.

"그동안 배우로서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들을 하나 하나 개선해 나간다고 할까요 비록 지금은 좋아하는 연극을 못하고 있지만, 우리 문화예술계 전반을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또 10년 전에는 극장 ‘유시어터’를 설립하는 등 누구보다 예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가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의 적임자로 발탁된 것이다.

"시(市)에서 문화 분야를 이렇게 독립시킨 이유는, 좀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재단을 이끌어 나가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市)의 재정은 한계가 있잖아요. 지원 받을 곳은 많고, 줄 돈은 적고, 공평하게 나눠주려고 해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불만도 생기고 이런저런 말들도 많아요. 그것을 조금씩 고쳐나가려고 문화재단이 설립됐다고 할 수 있어요."


- '서울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각오

서울문화재단(www.sfac.or.kr)은 지난 5월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올 3월에 설립된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로부터 기금 500억을 출연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 문화예술 전문법인. 앞으로 서울시 문화 인프라 구축과 문화예술 기금 지원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그 중심에 유인촌 대표가 있다.

"천만이 넘는 도시, 서울은 문화예술이 열악한 형편입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요. 문화는 밥 먹고 배부른 후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발전이 안 되고 있어요. 먼저 사회 지도층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꿔져야 합니다. 정부에서부터 문화 예술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그의 하루는 그야말로 쉴 틈 없이 꽉 짜여져 있다.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 민간 단체 등의 관련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정책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장차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어린 나무에게 아낌없이 비료를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단이 기둥을 튼튼히 잘 세워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합니다. 서울을 국제적인 도시,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재단이 먼저 시야를 넓히고 기초를 튼튼히 세워야 합니다."

그의 계획은 문화 예술에 관련된 정책을 떱쳬?많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느끼는 문화적 갈증 해소와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을 '문화의 도시'로 새롭게 포장해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서울만의 '문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재단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마라톤처럼 열정적이고 묘미 느끼는 '새로운 일'에 푹 빠져

유 대표는 2개월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미 80년 대 중반부터 '달리기 마니아'였다. 요즘 그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면 직원, 동료 연예인 여러 명과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다. 서울 남산 산책로 입구부터 석호정, 국립극장까지 왕복 7km를 30분 만에 주파한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마라톤에 열정을 쏟는 만큼 문화재단 일에도 새로운 묘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올 하반기 축제 형식의 문화 행사와 더불어 문화 인프라 구축을 이미 구상해 놓았다. 9월 1일부터 10월 20일 까지 '책 읽는 서울'이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 31개 도서관과 연합해 각 지역마다 시민들에게 독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또 9월에 문화 소외 지역인, 강북 지역의 문화 활성화를 위해 창동에 대형 텐트 극장을 세울 계획이다. 내년 10월에는 청계천이 위치한 마장동에 공연장과 전시장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관을 준공할 예정이다.

"문화 예술계에 있는 사람들이 자금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름대로 문화예술계가 갖고 있는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 하나의 큰 포럼이 형성될 수 있도록 차근히 노력해 나가야 겠죠."

글 / 허주희 객원기자

사진 / 이상민(프리랜서 사진가)


입력시간 : 2004-07-29 13:33


글 /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