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장식욕구 채워줄 혼이 담긴 액세서리 만들 것"창조적이고 감각적인 100% 수제품 브랜드

[인물 포커스] 안혜정 로제타 대표
"여성의 장식욕구 채워줄 혼이 담긴 액세서리 만들 것"
창조적이고 감각적인 100% 수제품 브랜드


30대 주부로 이름도 생소한 비즈 액세서리 업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당찬 여성CEO가 있다. 바로 여성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로 시장 공략에 나선 ‘로제타’의 안혜정 대표(35)가 그 주인공이다. “ ‘로제타(Roseta)’는 이집트 석비의 이름으로, 세월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견고함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안 대표는 여성의 상징인 장미(Rose)와 재능(Talent)+능력(Ability)의 머릿 글자를 따서 ‘로제타’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로제타’는 진주를 주 원료로 해 여러가지 색상의 원석을 이용하여 만든 100% 수제품이다. 때문에 창조적이고 개성이 뛰어나다. 특히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 각 디자인별로 3~4점만을 제작하기 때문에 높은 희소성과 부가 가치를 지녀 여성 고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25세에서 40대 초반까지 유행에 민감하고 개성이 강한 여성, 여성스러우면서 낭만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신선한 감각을 지닌 여성이 ‘로제타’의 주요 타겟입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생각으로 올 5월 현대백화점 품평회를 거쳐 ‘로제타’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 동안 현대백화점 각 지점과 분당 삼성플라자 등지에서의 판매 행사를 거쳐 현재 명동 유투존에 입점, 본격적인 판매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유투존 매장에서는 1일 평균 120만원 어치를 판매,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약 20여 개의 브랜드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1년도 채 못된 짧은 기간 내에 이 같은 판매실적을 올린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 취미가 평생의 업으로

“그 동안 국내 액세서리 시장은 수입품이 주도해 왔습니다만, 이제는 핸드 메이드의 국내산 브랜드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 안 대표는 ‘로제타’와의 만남을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여기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평생의 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 그만큼 ‘로제타’는 그녀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여성스러움이 몸에 배어서인지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미술 공부를 하면서 동양화를 전공하게 됐다. 뭔가 꾸미고,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그냥 종이 위에 뭔가를 그린다는 작업에는 싫증이 났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본 유학이었다.

안 대표는 선배의 소개로 일본 문화 복장학원의 디스플레이 과정에 들어갔다. 일본 유학은 단순히 배움의 길을 열어줬기 보다는 정말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진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막막함…. 처음으로 접하는 이국 문화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 속에서의 4년 유학 생활은 지금 돌이켜 보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안 대표는 디스플레이 과정을 마치고 패션에 대한 욕심이 생겨, 패션 연구 과정에 진학해 더 깊이 공부하고자 1년을 더 일본에 있었다. 그 때부터 토탈 패션에 관심이 갔고, 단순히 액세서리로만 느껴졌던 장신구도 패션의 일부라는 생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 우연히 비즈 악세사리전을 접하게 되었고 그 때 받은 감동이 지금까지 장신구에 대한 열정으로 자리 잡았다.

우연히 아오야마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 본 비즈 액세서리전은 안 대표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액세서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그런 작품들이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보다는 찍어 낸 듯한 수입 액세서리 제품이나 재래 시장의 어설픈 액세서리만을 접한 그녀로서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로제타’ 탄생에 결정적인 가르침을 주었던 츠카모토 선생을 직접 찾아갔는데, 바로 비즈 액세서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 비즈 액세서리와의 운명적 만남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들고 꾸미고, 특히 액세서리를 좋아했던 안 대표는 그 때 그 기쁨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당시 하나, 둘 늘어나는 작품들을 보며 서울에 돌아가서 꼭 사업으로 성공해야 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로제타’다.

안 대표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바로 부친인 안영본(성광벤드 부회장)씨와 남편인 김양도(NHN 글로벌팀 수석기획이사)씨다. 그녀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아버지의 경영 노하우를 듣고 남편과의 대화로 일을 풀어 나간다. 아버지의 경영 방침과 인간 관계에 대한 조언과 남편의 외조는 안 대표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항상 결단력이 빠르고 행동이 민첩하고 스케일이 크신 아버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저에게 맥가이버와 같은 존재이셨습니다. 그 분을 통해서는 안 되는 일이 없었고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도 가능케 만드시는… .언제나 당당하고 젊음이 넘치고 열정의 카리스마로 가득하신 분입니다.” 이 처럼 안 대표의 부친에 대한 존경심은 각별하다.

또 그녀는 남편 김양도씨에게도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일본 유학 시절 어학원에서 만나 유학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며 사랑을 키웠고 자연스레 결혼으로 골인했다. 당시 김양도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 대학원 사회정보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멀티미디어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양도씨는 이후 인터넷포탈 ‘네이버’로 급성장하고 있는 NHN 일본지사 부사장을 거쳐 지난 9월부터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한 사람, 고경희 디자인 실장도 빠뜨릴 수 없다. 안 대표는 고 실장과의 만남을 삶의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항상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막역한 사이다.

“로제타'는 타 액세서리 브랜드처럼 잠시 소비자들에게 머물렀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예요.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에 남을 수 있는 브랜드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안 대표는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디자인 기획과 소재 개발에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색감, 디자인, 트랜드 등 패션계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


- 주목받는 30대 여성 CEO

안 대표는 단순히 액세서리 판매에 따른 매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한다. 여성들의 욕구 중 하나인 장식에 대한 욕구까지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섬세하고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안 대표의 목표다. 안 대표는 조만간 해외 진출의 기회도 엿볼 생각이다. 그 첫 걸음으로 중국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인지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국내 인지도와 국내 라이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다.

안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예원이와 18개월 된 아들 재원이에게 엄마로서 항상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 엄마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에 늘 바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족과 일을 저울질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30대 주부로서 당차게 여성CEO로 자리매김한 안혜정 대표. 액세서리 업계에 몰고 올 파장이 주목된다.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10-05 18:53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