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공은 준비와 기회의 합작품"가치와 원칙·인품이 뒷받침, 외식업계 기린아로

[리더탐구 성공의 조건] 정인태 아웃백 스테이크 사장
"내 성공은 준비와 기회의 합작품"
가치와 원칙·인품이 뒷받침, 외식업계 기린아로


아웃백 스테이크는 페밀리 레스토랑의 1위 회사이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 다른 업체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 급속한 성장 전략을 진행한 결과, 중원을 평정한 것이다. 2000년 불과 8개의 점포에서 시작하여 2002년 23개, 2003년 33개에 912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4년은 50개 점포에 매출 1400억이 목표인데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회사의 사장이 정인태란 인물이다.

그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롯데호텔에서였다. 임원들에게 특강을 하러 갔다 우연히 사장으로부터 정 사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자기네 호텔 출신 중에 정인태란 입지전적 인물이 있는데 한 번 만나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가 신라호텔 매니저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해 8월에 섭외를 요청했는데, 워낙 해외 출장이 많고 나도 바쁘다 보니 10월이 되어서야 만나게 되었다.


- 고객 말이 최우선

양재동 본사는 작긴 했지만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입구에 모든 매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점포를 오픈할 때 전 직원이 함께 찍은 사진과 더불어 오픈 예정인 점포의 이름과 예정일이 액자에 넣어 있었다. 이런 상징이 사람들에게 힘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3500명이 넘는 직원을 관리하는 본사 사무실은 겨우 2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곳이었지만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급스러웠다. 매장 분위기와 아주 비슷했는데 입구에 붙어 있는 “No Rules, Just Right” 이란 슬로건이 이채로웠다. “원칙 같은 것은 없다. 고객의 말은 무조건 옳다”라는 뜻이다.

좌절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이다. 그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 성공을 이루었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한 그는 대학 입시에서 실패의 쓴맛을 본다. 그래서 2차로 들어간 곳이 경기대 관광경영학과이다. 지금이야 경쟁이 치열한 인기학과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별다른 전망은 없었다.

게다가 군대를 다녀온 사이 집안이 망해 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간신히 등록은 할 수 있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철가방 아르바이트를 해 살림을 도왔는데 그것이 외식업에 들어선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가난이 저를 강하게 했습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장학금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지요.” 가난이란 마음 먹기에 따라 보약이 될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공의 제 1 요소는 성실이다. 단순히 주어진 일만을 열심히 하는 것이 성실은 아니다. 성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면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노력할 수 있다. 그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고 노력한 결과, 찾아 온 것이다.

롯데호텔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면서 대학원을 다녔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기 위해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웨이터에 지원을 했는데 그 방법만이 두 가지를 병행할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집은 부천이었고 회사는 을지로에 있었는데 이런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첫 전철을 타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초년의 이런 성실이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석사학위 소지자가 웨이터를 한다는 사실이 우연히 기사화되었고 이를 본 임원진의 배려로 일본 임페리얼 호텔 연수를 가게 된다. 거기서 선진 문물에 대한 눈이 떠지게 된다. 비범은 사소한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이루어진다.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준비이다.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치밀하게 준비해 지금의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 성실하게 일한 결과 최연소 호텔 매니저가 되었고 덕분에 자신의 철학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기회를 가졌다. 또 88올림픽을 겨냥한 신규 사업단에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호텔 내의 식당 개점을 준비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한시적인 일이었지만 억 만금을 주고도 못살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프렌치 레스토랑을 맡았는데 외국의 식당을 경험하기 위해 자비로 보름간 유럽 여행을 하며 이태? 영국, 프랑스, 스위스의 유명한 식당을 다녀 견문을 넓힌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밖에 일할 수 없는 천 가지 이유를 댄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한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밖에서도 성공한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 도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삶

그는 도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유연하다.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의 원래 목표는 교수였다. 당시로선 생소한 학과였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 그래서 힘든 중에도 대학원을 다녔다. 대학원 동기들은 거의 다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호텔을 다니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고 그는 목표를 수정했다.

그를 눈 여겨 본 TGI Friday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오자 안정된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 두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는 미국에서 6개월간 고된 훈련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식당에 대한 기본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의 장점, 새로운 노하우, 성공의 의미 등. 그리고 지금의 아웃백스테이크로 옮기게 된다.

“교수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30세 이전에 매니저, 40세 이전에 임원, 45세 이전에 사장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30세 이전에 롯데호텔 안에 있는 식당 페닌슐라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고, 40이전에 외식업체 TGI Friday의 임원이, 45세 이전에 아웃백 스테이크의 사장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여러 학교에 강의를 나가니 교수도 된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그의 얘기이다.

하나님은 쉽게 성공을 주지 않는다. 고난으로 시험을 하고 여기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성공의 단 열매를 주는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다. 아웃백의 제안을 받고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정리하기로 한다. 퇴직금 등을 합친 돈으로 아웃백과 합작 회사를 차리고 식당을 2개 오픈 했는데 외환 위기가 닥친 것이다.

식자재 원가의 상승, 높아진 금융비용, 신규 자금 조달의 어려움, 고객 감소, 매일 닥쳐오는 어음 만기…. 절대 절명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틀어 놓고 울기도 했다. 이렇게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무너진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나를 믿어라. 반드시 살아 남아 성공할 것이다”는 정 사장 말에 그들은 1,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한다. 미팅은 30분만에 끝났고 돈은 다음 날 송금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기사회생한다.

사람이 성공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성공 자체가 주는 오만함과 고집스러움이다. 일정한 방식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방식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 별명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대리’이다. 사장이 대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 회사의 핵심 역량은 임파워먼트이다.

사장은 스탭을 채용하는 권한 외에는 모든 권한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3500명의 조직을 단 20명의 본사 직원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간접비가 1.7%에 불과하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걸리기 쉬운 병이 조급증입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 왜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나 하는 의심도 많아집니다. 쓸데없이 전화해서 확인하고, 불쑥 예고 없이 찾아 가고…. 리더의 역할은 믿을만한 사람을 채용하고 이왕 뽑았으면 믿고 가능한 많은 권한을 ‘임파워먼트’ 하는 것입니다. 또 그런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겁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변화하는 인물이다.


- 신중한 선택과 선택에 대한 확신

그의 좌우명 중의 하나는 일로영화(一路榮華)이다. “한 길로 나가면 영화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친구 아버님이 결혼 선물로 준 것인데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말이다. 덕분에 그는 한 길을 팠고 그렇게 성공했다. “좋아하는 일?잘 할 수 없다면 잘 하는 일을 좋아하라. 그 다음 선택한 일을 사랑하라.” 그가 하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한 후에는 두려움 없이 밀고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쓰여 있다. “거신 백척누상 방안 만권서중(居身 百尺樓上 放眼 萬券書中) “몸은 백척 높은 곳에 올라갈지라도 눈은 항상 만권의 책 속에 있으라는 의미이다. 성공 과정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바로 교만과 독선이다. 사람은 직책이 높아지고 성공에 가까울수록 교만해지기 쉬우니 항상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겸손함과 아이디어를 얻으라는 의미이다.

성공한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하는 업에 있어 문리(文理)가 트였다는 것이다. 그는 외식업에서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오랫동안 호텔에서 일을 하고, 외국을 다니고, 웨이터부터 하면서 공력을 쌓은 결과이다. 그런 전문성이 아웃백 스테이크의 노하우와 접목되면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 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가치와 원칙과 인품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 이 회사는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것이 이익입니다. 낼 걸 내면 우선 마음이 편안합니다. 쓸데없이 입막음 하려고 애쓸 것도 없고,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지요.”

한국 음식을 갖고 아웃백 스테이크 같은 체인점을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이다. 지금의 전문성과 성실성으로 보아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사업에 대한 얘기를 했다. 무척이나 사업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전날 유럽에서 돌아왔다는데 그에게서는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열정을 발휘하는 그가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입력시간 : 2004-10-14 10:48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kthan@ass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