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연기력에 원숙한 인생의 멋까지… KBS 대하사극 서 장보고로 관록의 연기 펼쳐

타고난 연기력에 원숙한 인생의 멋까지…
[스타줌인] 최수종 KBS 대하사극 <해신>서 장보고로 관록의 연기 펼쳐

“완전히 노예 체험, 삶의 현장이었어요.”

11월 24일부터 방영 예정인 KBS2TV 특별기획 ‘해신’에서 타이틀 롤 장보고로 분한 탤런트 최수종(42).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숱한 작품에서 관록 있는 연기를 보여 주었던 그가 최근 두 달간의 중국 촬영에 대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18일 시사회에서 만난 그는, 지난 8월 완도에서 연 제작발표회 당시 “대하사극 ‘왕건’할 때 장장 4년 동안 200회를 찍었다. 그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이번에 10개월 정도 50회분 촬영하는 건 부담 없다”고 했던 말을 전면 취소 했다.

대신, 이렇게 정정했다. “아직 방송도 안 됐고 찍어야 할 분량이 많이 남았지만, ‘해신’ 중국에서의 두 달간 촬영은 앞으로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만큼 고생을 했고, 또 최선을 다 했다는 말이다.

모래먼지와 강풍의 악조건서 촬영

돈황과 황주 등 실크로드로 알려진 중국의 사막과 초원 등 오지에서 펼쳐진 중국 로케는 그야말로 모래먼지 광풍이 몰아치는 악조건 속에 강행됐다.

잠시라도 마스크를 안 쓰면 온 입안에 모래가 가득 찼고, 금세 밥을 해 가지고 가도 바람 한 번 불면 밥이 온통 황토색으로 뒤덮였다. 덕분에 체중이 4kg이나 빠졌고, 두 번이나 병원에 실려 갔다고. “모래 사막 장면을 담은 중국 영화들이 왜 멋있어 보이는지를 알았어요. 그게 다 먼지 구덩이에서 뒹구는 거였어요.”

그 가운데서도 그를 가장 괴롭힌 촬영은 (그나마 모래 사막 위가 아니라) 아예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장면이었다. 장보고와 그의 오른팔인 정년(김흥수)이 중국 상단에 노예로 끌려왔다가 탈출했으나, 노예 검투사 상인(이재용)에게 다시 붙잡혀 징벌을 받는 장면. 화면에는 1분이나 비칠까 할 이 장면은 무려 사흘에 걸쳐 촬영됐고, 순수하게 땅 속에 묻혀 있던 시간만 해도 장장 6시간에 달했다.

“제일 서운한 건 기껏 우리를 파묻더니 상대배우(이재용)부터 먼저 찍어야 한다고 기다리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기다리다가 막상 우리 차례가 되니 폭풍우가 몰려 와서 못 찍었죠. 또 하루는 다 파묻었더니 해가 떨어져서 안 된다고 하고…. 겨우 셋째 날에야 찍었어요.”

드라마의 원작은 소설가 최인호의 동명 작품. 장보고라는 영웅을 내세우지만, 그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는지라 내용의 90% 가까이가 픽션이다. 극 중에서 장보고는 청해진(완도)에서 천민으로 태어나 해적들에게 부모를 잃고 노예로 팔려 다니다가 상단의 호위 무사 등을 거쳐 바다를 제패하는 청해진 대사가 되는 입지전적인 인물.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고 “전작인 왕건이나 이제마와 완벽하게 다른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 지 고민돼 출연을 망설였다”는 그가 도전을 결심한 것도 다름 아닌 “천민 출신으로 하나하나 과정을 밟아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혹시 장보고 역할이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느냐”는 항간의 우려에도 “대하드라마는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결승선 테이프를 어떻게 끊는지를 지켜봐 달라”는 최수종. 그런 그에 대해 이 드라마에서 ‘자미부인’ 역으로 등장하는 채시라는 “어떤 작품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몸던지는 연기에 스태프도 감동

이런 주변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수종은 좀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말을 제일 잘 타고 칼 싸움도 제일 잘 한다”는 자부심 탓일까.

제작진이 애써 준비한 대역도 물리치고 위험한 액션 연기를 자처하고 나서는 그를 두고 감독은 ‘자해’ 수준이라고 농을 할 정도. “아주 가끔은 대역을 써요. 아무려면 제가 공중 세 바퀴 도는 연기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하”

최수종과 더불어 송일국, 채시라, 수애 등 쟁쟁한 출연자들이 포진한 ‘해신’은 벌써부터 2004년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시사회에는 KBS 정연주 사장이 자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프로필

생년월일: 1962년 12월 28일

키: 174cm 몸무게: 68kg

혈액형: B형

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

혹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이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시청률 고민을 해 본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흔든다. 덧붙여 “이 드라마 출연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참고, 잘 견디는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그런 배우들이 힘든 촬영을 묵묵히 참아내고, 스태프들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어 화면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말로 방점을 찍었다.

배현정기자


입력시간 : 2004-11-24 16:02


배현정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