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품은 色깔 여우표독·섹시·코믹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매력 발산

[스타줌인] 영화배우 염정아
향기를 품은 色깔 여우
표독·섹시·코믹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매력 발산


염정아는 화려한 배우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늘씬한 몸매와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다. 처음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가 14년 동안 줄곧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그녀의 화려한 외모일 것이다.

그러나 여배우에게 외모란 그저 하늘이 준 단 하나의 축복에 불과하다. 예쁘거나 혹은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혹은 도발적인 외모를 가진 여배우들은 실로 넘쳐난다. 그 중에 자신 만의 색깔을 가진 여배우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몇 백대의 일의 경쟁률을 뚫고 최고의 왕관을 차지하는 미스코리아가 되는 일 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 자신만의 색깔 지닌 진정한 배우
염정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미스코리아가 되고 배우의 꿈을 이루었지만, 만족스러운 배우의 이미지를 갖기는 쉽지 않았다. 1990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녀는 그저 미스코리아 출신의 연기자라는 타이틀에 만족해야 했다. 그 뒤로도 계속 염정아의 연기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2003년 어느날, 그녀는 영화 ‘장화, 홍련’으로 갑작스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라색의 음울한 기운을 온 몸에 휘감고 표독스러운 표정을 애써 감추지 않으며 스크린을 호령했다. 거의 10여 년의 세월을 온전히 연기에 바쳐내고서야 비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낸 것이다.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여배우로서는 빛을 보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은 시기에 그녀는 진정한 배우의 향기를 갖게 됐다. 뒤늦게 주목 받는 일이 조금은 억울할 만도 할텐데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정받았을 때 제대로 시작해야죠”라며 앞으로 남겨진 삶과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더 많다는 것에 만족하는 그녀는 역시 현명하다.

‘장화, 홍련’ 이후 관객의 관심을 끌어낸 그녀는 또 한번 변신을 꾀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조금은 천박하지만 섹시한 매력을 다져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장화, 홍련’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 준 작품이라면, ‘범죄의 재구성’은 가장 재미있는 작업한 작품이었어요.” 그녀의 말대로 ‘범죄의 재구성’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색깔을 지켜내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염정아는 박신양, 백윤식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섹시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 냈다.

약간은 가벼우면서도 도발적인 색깔로 전작 ‘장화, 홍련’의 어두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두 편의 영화로 인정을 받은 염정아는 TV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상승 무드를 탔다. 마치 서른이 넘게 독신 생활을 고집하는 자신의 심정을 반영하듯 외로운 자아를 가진 주인공 조이진에게서 우울함과 도도함이 묻어났고 이는 염정아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졌다.

2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연기에 물이 오른 염정아는 전작들과 판이하게 다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전편의 우울함이나 섹시함은 찾아 볼 수 없는 코미디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에 도전한 것이다.

언뜻 염정아에게 코미디 영화는 어울리지 않는 외투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이미지가 우울하거나 혹은 도도하거나 그도 아니면 섹시했던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염정아는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관객의 고정 관념을 통쾌히 날려 버린다. 코미디 연기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모양이다.

• "연기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
“코미디 연기랄 것도 없었어요. 생활이에요, 전부다.” 염정아는 집에서 하는 그대로 연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별로 색다를 것도 없는데 코미디 연기 운운하는 것이 쑥쓰럽다고 한다. 그녀는 연기란 자신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꺼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링榕爭뺨?일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공통점이 없는 역할은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다.

“재미있는 건 감독들이 각각 다른 시선으로 배우 염정아를 보고 있고, 그 다른 모습이 영화에 반영되는 거죠.”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은 그녀의 어두운 면을 본 것이고,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은 섹시한 모습을 봤다면, ‘여선생 VS 여제자’의 장규성 감독은 푼수 같은 면을 발굴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결 같을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염정아의 변신의 노하우다. 그녀의 변신에는 또 다른 힌트가 있다.

“어떤 역할을 하든 내 안에 담겨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이든 연기는 너무 즐거워요. 배우가 안됐으면 정말 삶이 깜깜할 거 같아요” 그녀는 진정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중학교 시절 이후 줄곧 배우의 꿈을 키워온 이후부터 배우로 인정을 받게 된 지금까지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 해 본 적이 없다. 역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은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법이다.

서은정 스포츠한국 기자


입력시간 : 2004-12-01 20:35


서은정 스포츠한국 기자 gale2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