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제가 '오나라' 부른 국악도 출신 가수신명의 메신저 "희망을 노래해요"

[스타줌인] 이안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 부른 국악도 출신 가수
신명의 메신저 "희망을 노래해요"


“어려운 시기에는 우리 고유의 ‘흥’이 되살아나야죠.”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불렀던 국악도 출신 가수 이안(본명 이동희ㆍ23). 지난해 5월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물고기자리’에서 맑고 청아한 보컬이 돋보이는 오리엔탈 발라드를 선보였던 그녀가 후속곡으로 가야금, 장구, 북, 꽹과리 등 사물놀이 악기를 사용해 마치 신나는 응원가를 연상케 하는 세마치장단의 ‘아리요’를 선보였다.

사랑타령 중심의 우리 대중가요계에서 ‘아리요’는 퍽이나 튄다. 도입부부터 이렇다. “인생사 힘들다고 말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 움추린 어깨를 펴고 달려가면 꿈꾸던 인생역전 시작되지/ 모두가 일등하면 무슨 재미 절망도 뒤집으면 희망이야….”

일부 팬들에게서 ‘웬 건전가요냐’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각에서 ‘국악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도 나왔지만, 타이틀곡 ‘물고기자리’로 기껏 이미지를 고급화해놓고선 ‘아리요’로 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깎아먹고 있다는 얘기가 더 많이 들린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냥 여성스럽게 분위기 잡는 것보다, 젊음에 걸 맞게 팔딱팔딱 뛰는 역동적인 음악을 부르는 게 더 즐겁다”며 전혀 아랑곳없는 태도이다.

“10여 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신인무대에 올랐을 때도 ‘최하위 음악’이라는 비난이 거셌잖아요. 그때 비평가의 혹평에도 자부심을 갖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 ‘서태지와 아이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결국 낯선 음악을 대중속으로 퍼트리는 데도 성공했고요.”

불우이웃돕기 100회 거리 콘서트

노래뿐만 아니라 활동 모습도 그야말로 ‘건전하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지하철역을 시작으로 ‘100회 거리콘서트’에 나섰던 그녀는 공연 현장에서 ‘김밥’ 등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11월과 12월 두 달간 공연만 10회를 벌였다.

“문화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노래로 희망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100회를 채우는 공연이 아니고,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 매번 관객이 달라지니까, 나름대로 한 회 한 회의 공연이 의미가 있지요.”

노숙자를 대상으로 벌인 지난 12월의 서울역 공연 때는 거친 거리의 사내들이 그녀의 가녀린 손을 으스러지도록 쥐고 놓지 않거나, 기습적으로 안으려고 덤벼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안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현장에 나갈수록 ‘가수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강해진다”며 밝게 웃었다.

국립국악중학교와 국립국악고등학교를 거쳐 지난해 서울대 국악과를 수석 졸업한 이안은 국악과의 인연의 끈을 순전히 지리적 ‘환경’에서 찾았다. “초등학교 때 집에서 국악중학교가 5분 거리에 있었어요. 늘 학업에 지쳐 보이는 인문계 학생들과 달리 음악 얘기를 하고 다니는 국악중학교 학생들이 보기 좋아 진학을 결심했죠.” 그녀는 진학 후 국악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점점 전통 음악의 매력에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한테는 우리나라 음악을 좋아할 만한 인자가 깊이 잠재해 있어요. 어떻게 그 인자를 자극하느냐가 관건일 뿐이에요.”

예사롭지 않은 이력에 국악과 대중음악 사이의 ‘경계인’이라는 눈길도 있지만, 이안은 “내 정체성은 대중가수에 있다”고 잘라 말한다. “분명 저는 연예인이에요. 그 중에서도 대중 가수이고, 그런 만큼 대중의 트렌드에 대해 고민하고 철저하게 그 시대의 감성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이은미나 마흔이 넘어도 소녀 같은 열정의 윤석화를 닮고 싶다는 이안의 장래 목표는 문화사업가. “잊혀졌던 문화를 測潤?構?싶어요. 모든 문화는 뿌리 없이 나올 수 없잖아요. 뿌리로만 그치고 있는 문화를 찾아내는 ‘줄기’가 되겠어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1-04 15:5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