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뭔지, 인생이 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아침드라마 으로 결혼 뒤 원숙해진 모습으로 컴백

[스타줌인] 탤런트 홍은희
"연기가 뭔지, 인생이 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침드라마 <바람꽃>으로 결혼 뒤 원숙해진 모습으로 컴백


“막상 할 때는 힘든 데, 지나고 나면 또 하고 싶어지는 게 아침드라마와 애 낳는 것의 공통점이죠.”

KBS 2TV 아침드라마 ‘장미울타리’(2003년) 이후 1년 6개월 여 만에 다시 아침 연속극으로 안방 극장에 복귀하는 탤런트 홍은희(24). 그녀가 컴백 작품으로 “다들 힘들다”는 아침 일일 연속극을 선택한 데 대한 답이다.

2003년 12월 첫 아들을 출산하며 브라운관을 잠시 떠났던 홍은희는 1월 31일 첫 방송되는 새 아침 드라마 TV소설 ‘바람꽃’(극본 손영목ㆍ연출 한철경)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최근 MBC 창사 특집극 ‘우리가 물이 되어’ 등 단막극에 얼굴을 비친 적이 있지만, 연속극을 통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는 이제 우리 나이로 스물 여섯 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거친 뒤 연기자로서 다시 팬들 앞에 선 심정은 어떨까. “결혼을 일찍 해서 너무 좋아요. 연기자로서는 감정이 풍부해진 게 가장 좋은 점이죠. 유부녀 탤런트라 배역 맡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 안에서 자기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데는 보다 유리하다고 봐요.”

더 원숙하고 풍부해진 감정의 폭
씩씩하고 명랑한 말투와 달리, 모습은 출산 전보다 다소 여의었다. “결혼 전에는 엄마의 보살핌을 받다가 이제는 아내와 엄마로서 한 가정을 꾸려가야 하니 힘든 점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나 이내 “함께 사는 시어머니께서 많이 도움을 주신다. 남편도 같은 직종이니까 연기자 생활을 잘 이해해 준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익히 알려진 대로 2003년 3월 선배 탤런트 유준상과 웨딩 마치를 울렸다.

공교롭게도 현재 SBS 대하 드라마 ‘토지’에서 길상 역으로 출연 중인 유준상에 이어, 홍은희도 시대물을 택했다. ‘바람꽃’은 고난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6.25전쟁 때 생이별을 한 자매가 20년이 흐른 뒤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비극적 시대물. 자매는 핏줄인 줄도 모른 채 공장에서 만난 한 남자를 두고 삼각 관계에 놓이는가 하면, 복수극을 벌이는 운명의 덫에 걸린다.

그녀가 맡은 역은 전쟁 중 피난 길에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성장하는 언니 ‘영실’. 본디 모든 고난을 가슴으로 받아내기만 하는 여리고 착한 심성의 고전적 여인이지만, 점차 아픈 사랑과 모진 세월의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응분을 다짐하는 독한 여성으로 변모해 간다.

홍은희는 이런 영실의 캐릭터에 진한 연민을 느끼는 듯 했다. “영실이가 너무 불쌍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고, 그 연인을 친동생한테 빼앗기고.” 사실 ‘바람꽃’ 연출자 한철경 PD로부터 처음 제의 받은 역할은 동생인 악역 ‘정님’ 역이었다. 그러나 결혼 전 드라마 ‘별을 쏘다’와 ‘내 사랑 팥쥐’ 등에서 연달아 악역을 연기했던 터라 내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연기자마다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악역을 또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영실 역이 더 하고 싶다고 제작진에 솔직하게 말씀 드렸죠.”

순종적인 영실이 독한 여성으로 변해가는 모습에도 그녀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두둔하고 나선다. “여자들은 다 독해요. 저도 결혼하고 나니 독해지던 걸요.” 스스로 “독하다”고 자평하는 홍은희. 그러나 복귀작에 대한 주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음을 비운 듯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 ‘바람꽃’이 방영되는 TV 소설은 그 간 꽤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이에요. 기존 명성에 마이너스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혼 후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서 선 연기자 홍은희가 뿜어낼 ‘바람꽃’의 향기는 어떠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2-01 11:3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