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정치·경제의 1번지"중요한 의사결정 좌우하는 사교의 장,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키워야

[리더 탐구] 렉스필드 CC 성상용 사장
"골프장은 정치·경제의 1번지"
중요한 의사결정 좌우하는 사교의 장,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키워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국가를 위해 별 도움이 안 된다. 누가 이런 나라에 놀러 오고 투자를 하겠는가? 차라리 한국이 가장 잘 하는 골프를 주제로 국가 광고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박세리, 박지은, 미셀 위를 키워낸 한국으로 골프를 배우러 오십시오. 여기서 골프도 배우고, 골프를 즐기다 가십시오”라고 말이다. 사실 저 말은 새로울 것도 없다. 리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앤 컴퍼니의 이성용 사장이 ‘한국을 버려라’ 란 책에 쓴 글의 일부분이다.

골프는 이미 산업이다. 골프 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또 한국인에게 잘 맞는 산업이기도 하다. 섬세한 손, 탁월한 공간 지각 능력 때문에 골프는 한국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PGA에서 승승장구하는 최경주, LPGA를 점령한 한국의 낭자군 등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골프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분야는 새롭지만 앞으로 각광을 받을 분야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렉스필드 CC의 성상용 사장이다. 그는 골프장 전문 경영인이다. 안양CC에서는 이병철 회장 밑에서 직접 배웠고, 그 분야에서만 15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성상용 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쾌히 승낙을 한다. 그런데 이왕이면 골프장에서 할 수 없느냐는 주문이다. 서울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조금 망설였지만 골프장을 들어서는 순간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월한 전망, 친절한 종업원, 우아한 인테리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바로 옆에는 이스트밸리라는 명문 골프장이 있는데 이 곳의 경영인 역시 성 사장과 함께 안양CC 출신이다. 그러고 보면 안양 CC가 골프장 경영인의 사관학교 역할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장은 사회간접시설입니다
그는 하는 일에 대해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 하면 부자들이나 치는 호사스런 운동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는 다르다. “골프장은 사회 간접 시설입니다. 도로, 항만, 철도 같은 SOC사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 어디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골프장입니다. 매출 전표를 보면 90%가 법인 카드입니다. 그만큼 개인적인 필요보다 조직의 필요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골프장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장소를 넘어섭니다. 고급스런 사교의 장이지요. 정치의 1번지, 경제의 1 번지는 바로 골프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장은 인간 마음의 교류가 일어나는 소중한 사회 간접 시설입니다. 더욱 발전시키고 키워나가야지요.”

불황인데 매출이 어떠냐고 질문하자 재미있는 얘기를 해 준다. “골프장의 매출과 이미지는 저울과 같습니다. 이미지가 좋으면 매출을 줄어 들고, 매출을 올리려면 이미지를 희생해야 합니다. 명문 골프장이 되기 위해서는 매출을 희생해야 합니다. 사람을 많이 받으면 골프장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팀간 간격이 줄고, 사람이 많으니 걸핏하면 게임이 지연되지요. 또 복잡해서 시장 바닥 같은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명문 골프장은 재정적으로는 적자입니다. 관리로 유명한 삼성조차 안양CC에는 매출에 관련해 별다른 스트레스를 주지 않지요.”

그러면 무엇 때문에 골프장을 할까? “골프장 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입니다. 단기적으로 명문 골프장이 되려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지만 미래에는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그것으로 적자를 메울 수 있습니다. 안양CC는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현재의 부동산 가치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또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귀한 외부 손님이 명문 클럽에서 같이 운동하고 식사 대접을 받으면 그런 것이 좋은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주지요.?p> 그는 만물 박사다. 정말 아는 것도 많고 화제도 풍부하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었냐고 물어 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만물 박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외부적으로는 서비스, 레저, 인간관계에 능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지요. 내부적으로 임업, 농업, 조경? 환경업, 원예업 등에 도가 터야 합니다. 또 부동산업에도 밝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익을 낼 수 있거든요.”

차별화로 승부
얼핏 생각해도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과 일반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가장 중요하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차별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CEO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기도 하지요. 차별화를 못 하거나 관심이 없으면 CEO자격이 없다고 봐야지요.” 성 사장의 말이다. 그만큼 그는 렉스필드를 만들면서 차별화에 에너지를 쏟았다.

나는 20년 넘게 골프를 쳤지만 기억에 남는 골프장은 몇 개 없다. 다 거기서 거기고, 별다른 특징이 없다. 하지만 여기는 분명 다르다. 우선 테마가 있다. 렉스필드 8경(景)이 그렇다. 몇 개만 살펴보자.

레이크 7번 홀은 공포의 홀이다. 홀 주변이 검은 모래로 둘러 쌓여 있어 보기만 해도 겁이 난다. 하지만 온 그린을 시켰을 때 쾌감은 두 배가 된다. 밸리 8번은 스카이홀이라 불리는데 주제는 황홀이다. 오직 하늘만 보이고 거리 표시가 없다. 캐디도 일체의 답변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골퍼의 감에 의해서만 접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골퍼들은 묻지마 홀이라고 부른다.

마운튼 3번 홀의 주제는 고요이다. 뛰어난 계곡의 풍광이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다. 물, 바람, 새, 풀벌레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곳에서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 내기도 중단해야 한다. 레이크 8번 홀은 분화구 홀인데 스릴이 주제이다. 그린 주변에 10개가 넘는 솟아 오른 분화구가 있어 이를 피해서 접근해야 한다. 이처럼 주제가 있으니 골프 치는 재미가 두 배는 된다. 주제가 있는 골프장, 성 사장의 차별화 전략의 일부이다.

성 사장은 대학 졸업, 공군 장교 생활을 거쳐 삼성에 입사했다. 삼성전자에서 인사 업무를 하고 비서실을 거쳐 평범한 생활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1987년 갑자기 골프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 때까지 골프장 한 번 가 본적이 없었던 그가 골프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부킹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병철 회장은 가장 중요한 귀인인 셈이다.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면접에서 이병철 회장은 이런 질문을 했다. “생활 신조가 뭐꼬?” 그는 역진필기(力進必起)라도 대답했고 그 때문인지 삼성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의 10년 만에 안양 골프장에서 회장님을 다시 만난 것이다. 회장님은 질문을 했다. “기술인가 행정인가?” 그가 행정이라고 대답하자 “한 번 고생해 봐라” 그리고 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골프장 매니저로서 그를 면접한 것이었다.

그는 철저한 실험정신의 소유자이다. 물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당시 소나무는 습기에 약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회장님은 실제 이를 테스트했다. 몇 그루는 호숫가에 심고, 몇 그루는 물과 멀리 떨어진 곳에 심고 몇 년을 지켜 본 것이다. 결과는 전혀 근거 없음이었다.

곰국을 끓일 때도 실험 정신은 여지 없이 발휘되었다. 곰탕을 맛있게 끓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기는 어떤 고기가 좋고, 시간은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알맞은가, 뚜껑은 열고 끓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닫고 끓이는 것이 좋은지…. 그런 치밀한 실험 끝에 가장 맛있는 곰국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작은 것이 큰 것이다" 서비스 철학
그는 서비스에 관한 한 일가를 이루고 있고, 그만큼 투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작은 것이 큰 것이다.” 그의 서비스 철학 중 하나이다. 돈을 많이 주고 좋은 건물을 구입하고, 멋진 가구를 배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작은 것에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 슬리퍼와 빗을 살균 소독하는 것이 그렇다. 가능한 밀가루 음식, 방부제가 들어있는 식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카트에 실과 바늘, 우황청심환이 준비되어 있고 심지어 비 오는 날에 대비해 우의까지 있다.

백을 그대로 두고 가는 고객에 대한 처방도 그렇다. 이를 로비에 방치하는 클럽은 3류, 보관함에 두는 경우는 2류라고 얘기한다. 이를 어떻게 돌려줄 것이냐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일류라는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고객이나 같이 플레이 한 사람의 핸드폰 번호를 알 수 있고 연락을 취해 고객의 요구대로 하자는 것이다. 급한 경우는 택배로 보내주고, 곧 오실 경우에는 따로 보관해 주고…연말에 선물을 보내는 것에도 이런 작은 정성이 담겨 있다. 와인을 한 병씩 보내는데 안에 장미를 한 송이씩 넣어 보낸 것이다. 선물을 받은 고객은 와인 얘기보다 몇 푼 안 되는 장미에 더 감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전적인 사람이다. 아무도 골프를 치지 않던 시절 골프장 지배인 역할을 맡고 거기서 적응을 한 것도 그렇고, 새로운 기업에서 골프장 건설부터 참여해 한국 최고의 골프장을 건설해 운영하는 것도 그렇다. 이 모든 과정이 쉬운 것만도 아니었다.

이 곳은 물이 없어 강에서부터 물을 끌어왔는데 길이가 무려 14㎞에 이른다. 관공서의 협조를 받고,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보통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성공의 제 1 조건은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골프가 많은 사람의 취미가 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리라는 것은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골프를 치러가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만일 우리가 골프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면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 골프를 배우고, 골프를 치고, 골프 용품을 쇼핑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상용 사장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입력시간 : 2005-02-23 12:01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kthan@ass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