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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석]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
"테러 안전지대, 지구상엔 없다"
이라크 파병국인 우리나라도 테러 대상국 될 가능성 배제 못해
불특정 다수 노려 피해·공포감 극대화, 방지시설은 '생산적 투자' 인식 필요






“냉정하게 봤을 때,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해도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테러가 자행될 경우 성공 가능성은 99%에 달할 것입니다.”

한국테러리즘연구소(대테러 정책연구원) 최진태 소장의 분석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최근 테러 양상이다. 테러의 70% 이상이 방어 대책이 없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쇼핑센터, 백화점, 재래시장, 대중 교통수단 등을 포함한 연성 표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러 조직이 이런 대중 시설을 노리는 까닭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피해가 크고 그에 비례해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기 쉽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 시설의 경우 보안대책이 거의 없어 침투가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정부의 테러 방지 대책의 한계다. 경찰이 아무리 많아도 도둑을 전부 잡을 수는 없다. 보통 테러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절반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법 고도화, 남의 일 보듯 해선 안돼
이 부분에서 최 소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테러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아주 미비합니다. 테러의 70~80%는 폭탄에 의한 것입니다. 테러용 폭탄을 미리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폭발물 처리 팀이 도착하기까지는 30분에서 1시간 가량 걸립니다. 그 동안을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우선 문제입니다. 방폭 가방이나 방폭 담요 등을 미리 갖추었다면 이를 뒤집어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자들이 테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떡이다가도 막상 테러 예방을 위한 투자를 하려고 하면 소모성 경비라고 간주해 꺼립니다. 테러 방지 시설을 갖추면 보험료 자체가 떨어지는 등 실제로는 생산적 투자입니다. 그런데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덧붙였다. “정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조직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등 추이 관망 태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러가 불특정 일반 대중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런던 테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에서 개막한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이 가지는 상징성을 겨냥,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러 경계가 한 층 강화한 가운데 수도 한 복판에 폭탄을 터뜨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해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 시키려는 의도 등등 이번 런던 테러의 목적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피해는 정치와 무관한 일반인이 입었다.

전 세계의 관심은 테러의 다음 목표는 어디냐는 것이다. 테러가 어디에서 일어날 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런던의 경우에도 영국 관계 기관이 이미 정보를 입수했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나돈다. 여러 조건들을 따져보면 답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확한 장소와 시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런던 테러는 이미 예정된 공격이었다고 최 소장은 단언한다.

9ㆍ11 테러 이후 런던은 단 한 번도 알카에다의 공격 리스트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 등의 테러 촉구 성명서에 영국은 ‘미국의 충실한 개’ ‘21세기 십자군 쌍두마차의 한 축’이라며 매번 공격 대상국으로 거명됐다. 즉 예정된 테러 공격이었으며, 공격 시기만 미정인 상황이었다. 테러 공격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최 소장의 해석이다.

9ㆍ11 이후 테러는 단순한 재래식 테러가 아닌 저강도 분쟁으로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최 소장은 말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다수의 사상자 발생을 목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증명됐다.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폭탄 테러, 지난해 3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발 테러, 그리고 이번의 런던 테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테러는 이 같은 테러들의 연속선상에 설 것이라고 최 소장은 예측한다.



최악 시나리오 상정한 대비책 세워야
테러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갈수록 테러 수법은 고도화하는데, 대비책은 그에 못 따라간다. 테러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다음 테러는 어디서 벌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 소장은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근거는 이렇다. 이번 런던 테러는 미국 다음으로 공격 대상이 되어 왔던 영국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의 경우 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다. 영국에 대한 테러의 목적이 이라크 파병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이툰 부대에 대한 파병 연장, 유엔 이라크 원조기구 청사 경비 등을 포함한 자이툰 부대의 임무 범위 확대 문제와 관련해 테러 공격을 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국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자명하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테러에 대한 대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대비해야 한다. 런던 테러에 연이어 특정 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테러 조직들이 테러 공격 목표의 선정, 준비 과정, 실행 단계를 거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준비와 대책에 만반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테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는 귀신도 모릅니다.” 테러 범들이 테러 대책이 완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또 100% 완벽한 테러 대비책은 없다. 완벽에 가까운 보완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테러 범들은 허점을 찾아내고, 그 허점이 바로 그들의 공격 개시선이 되는 것이라고 최 소장은 잘라 말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테러 대상국에 포함되어 있는데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한 나라인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 소장이 줄곧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테러 방지법’의 제정이다. 지금은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라는 대통령 훈령에 따르고 있다. 법률적 근거가 없다 보니 형식적 틀은 어느 정도 갖추었으나 실질적 활동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테러정보통합센터를 만들어 임시 변통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법에 근거해 제도와 조직이 완비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테러를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시급
테러 방지법은 그 동안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일부 시민단체 들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현행 형법 개정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는 테러 혐의자에 대해 영장 없이 7일간 구금이 가능하다는 것이 첫 번째고, 테러는 사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 종교 사회적인 특정 목적이기 때문에 목적 자체가 달라 일반 형법으로는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두 번째다.

그는 또 수사권을 국가정보원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러범에 대해서는 유ㆍ무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 추후 테러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테러 정보 해석에는 행간을 읽어야 하는 전문적 지식이 요구된다. 쉽게 예를 들면 ‘성전’이나 ‘신을 따르겠다’는 말은 곧 테러를 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하우를 쌓은 곳에서 수사를 해야 하며, 선진국들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각국이 테러정보분석관을 집중 육성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테러 위험에 대한 계량화도 필요하다. 여러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해 그에 맞는 경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이 테러 예방을 위해 인적ㆍ물적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이 또 강조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다.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국내인에 의할 경우는 0.01%도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의 인권을 무시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그들의 동태를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최 소장은 영국에 유학했을 당시 경험을 들려줬다. “스코틀랜드에 있었는데 걸프 전이 터져 에딘버러 출입국사무소가 폐쇄됐습니다. 마침 그때 비자가 끝나 런던 사무소로 서류를 보냈습니다. 비자가 만료된 날 새벽,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비자가 끝났으니 오늘부터는 불법 체류라고 했습니다.” 영국은 그 정도로 철저했지만 결국은 당했다.

“우리만큼 치안상태가 좋은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테러 방지 업무를 시스템화 하는 등 잘 대처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들이 이번 테러에서 왜 그렇게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폭탄 테러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각 가정에 일일이 배포했고, 국민들은 이것을 숙지했습니다. 우리도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민방위 교육이나 예비군 훈련, 학교 등에서 교육을 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테러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1999년 3월 연구소를 개설한 최 소장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테러 전문가다. 대학 때 김현희 사건이나 아웅산 폭발 사건 등을 보면서 ‘도대체 테러가 뭘까’라는 의심을 처음 가졌다. 그 후 테러를 학문적으로 정착시킨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대학 폴 윌킨슨 교수의 ‘정치적 테러리즘’이란 책을 읽고 본격적으로 테러를 공부하기로 작정했다. 윌킨슨 교수 지도로 ‘항공 테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동안 홀로 외롭게 테러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한 때는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뷰 내내 찾는 전화나 사람들이 이어져 5분 이상 계속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금방 또 테러는 남의 일이라고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합니다. 위험을 인정해야 합니다. 테러 방지가 정책의 최우선이 될 필요는 없지만,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일단 터지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으니까요. 테러에 대해서는 ‘냄비 현상’이 없어야 합니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 2005-07-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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