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가득한 세상만들기가 꿈"

[한국 초대석] 서대석 한국웃음문화학회 회장
"웃음으로 가득한 세상만들기가 꿈"

지난달 한국웃음문화학회가 창립됐다. 학회하면 우선 근엄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학회에 참여하는 대가들은 나름대로의 학설을 설파하고 있고, 신진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이론을 정립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웃음문화학회는 구성인들부터가 다른 학회와 다르다. 대학교수, 연예인, 작가 등 다양하다. 창립총회에는 서대석 서울대 교수,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 김웅래 인덕대 교수, 개그맨 남보원 엄용수 김미화 씨 등이 참석했다. 일반 학회하고는 겉 모습부터가 다르다.

얼마 전엔 한국죽음학회가 발족해 화제가 됐었다. 이 학회와 웃음문화학회는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다양해진다는 증거일까.

웃음은 인간 정서의 표현방식

웃음문화학회 초대 회장인 서대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먼저 웃음에 대해 말한다. “웃음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생리적 특징으로서 울음과 함께 인간 희비의 정서를 표현하는 2대 방법입니다.” 서 교수의 웃음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자신은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서부터 우스운 이야기를 좋아했고, 구비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소화나 재담을 열심히 듣고 있었으며, 이렇게 해서 기억한 이야기를 틈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해 주어 웃기곤 했단다. 그러다가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는 웃음문화학회 회장으로 적임자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 교수는 여기서 잠시 비켜갔다. “웃음을 공부하다가 다시 웃음을 연구하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이미 한창을 넘어 웃음의 주인공이 되려는 나이에 학회를 창립하게 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말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방법은 말과 몸짓인데 특히 말이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주장이다. 그런데 웃기는 말은 재치와 재미가 있어야 하고 정제된 언어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언어는 예술이고 문학이다. 문학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 재미는 감동을 자아 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웃음의 문학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서 교수는 강조한다.

여기서 서 교수의 전공이 나온다. “우리의 웃음문학은 소화 재담 육담 등의 이야기로부터 판소리 민속극 굿놀이 등 전통공연예능 속에 스며 있습니다. 또 현대의 공연물로서 코미디나 개그, 시티콤 등도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이고, 소설 중에서도 명랑소설 유머소설 등 웃음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웃음 자체의 철학적 해석이나 심리학적 생리학적 연구는 적지않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웃음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든지 개별 작품의 분석적 연구나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학회 명칭은 이렇게 결정됐다. 웃음은 고도의 예술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삶의 일부로서 대중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문화로 생각하고 웃음에 대한 연구도 문화학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연구자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웃음예능’이라는 말보다 ‘웃음문화’라는 명칭을 고르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학회의 성격에 관심이 많다. 도대체 학회가 어떻게 운영될 것이냐는 것이다. 서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무엇보다 수준 높고 건강한 웃음문화의 창조를 위해서는 학자나 작가나 연기인이 협동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학회 구성원이 이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학자들은 자기 전공분야의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새로운 원리를 밝혀내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그 성격을 해부해 특성을 찾고 자기가 정립한 가치관에 따라 평가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작가는 마찬가지로 기존의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짜내어 새로운 작품을 만듭니다. 작가는 어떤 원리를 찾아내 이를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는 객관적 언어로 주장을 펴는 사람이 아니라 주관적 영감을 작품에 반영하기에 분석적 설명보다는 직관적 통찰과 이를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연기자는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표현방법을 창조하는 사람들都求? 그러나 자료를 폭 넓게 그리고 다양하게 섭렵한다는 면에서는 작가나 학자를 따르기 힘듭니다. 반면 학자는 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기만 하지 새로이 지어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웃음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협동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왜 이 학회가 창립됐는지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회원 자격은 어떻게 되는가. 웃음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학회는 학자들의 모임이어서 회원 자격이 천편일률적으로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웃음문화학회는 웃음문화에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정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협회 아닌 학회인 이상 학술활동이 본연의 임무입니다.”

갈수록 어려워진다. 웃음문화학회의 학술활동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웃음에 대한 기존의 자료를 찾아내어 정리하고 보급하는 일과 웃음의 본질을 해명하는 원론적 연구와 작품자체의 분석을 통해 웃음미학의 원리를 해명하는 연구가 기본입니다. 거기에다 웃음을 유발하는 언어와 몸짓을 분석해 그 특성을 찾고 개발하는 표현론적 연구와 웃음의 기능을 여러 시각에서 조명하는 연구 등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웃음문화의 역사를 정리하고 공연작품에 대한 비평과 평가 작업에도 주력할 생각입니다.”

창립 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개그맨 김미화 씨는 “우리 사회 웰빙코드 확산과 더불어 고품격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세대를 넘어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웃음의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회 설립을 주도한 김웅래 교수는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현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급해 코미디의 저질성, 소재 빈곤의 비판을 극복할 것”이라며 “회원들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조상들의 소화집과 만담집 등 문헌을 고증, 발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는 창립 발기문을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발기문은 삶의 활력소이자 실현 지점으로서의, 그리고 예술 표현의 원리로서의 웃음에 대해 그 본질과 원리, 종류와 기능을 다각적으로 탐구하는 한편 건강하고 유쾌한 웃음을 생산하고 확산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과 인류의 삶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해맑은 웃음으로 가득 찬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했다.

웃음을 찾아나가는 여정에 있어 우리는 ‘이야기’와 ‘연행’이라는 두 요소를 상호 연관적으로 아우르려 한다고 했다. 이야기(서사)와 연행(극)은 재미와 웃음의 기본 원천이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학과 연행학을 상생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웃음과 관련되는 제반 문화예술행위의 본령에 새롭게 다가서려 한다는 것이다. 넓게는 이야기와 연행 일반이, 좁게는 소화와 재담, 만담, 코미디, 마당극, 개그 등이 관심 대상이라고 밝혔다.

학회가 할 일은 범위를 정하기 힘들 것 같다. 얼마든지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발기문에는 또 이런 구절이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웃음의 문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읽어내야만 그 문화적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 우리는 학문적 탐구와 현장적 실천을 결합한 새로운 차원의 학술 문화활동을 통해 학회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려 한다. 연구자와 예술인이 한데 어우러져 언어와 영상, 토론과 공연이 함께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학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살린 다양한 간행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열린 형태의 학문적 활동과 시의성을 띤 실천적 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대중과의 호흡 속에 생활문화예술의 새 장을 열어가는 산실이 될 것이다.”

웃음문화학회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그 성격에서, 구성원에서, 앞으로 할 일 등을 고려하면, 일종의 ‘첨단 산학 협동’이다. 이 학회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창립 발기문의 끝 부분이 ‘재미’있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자아낸다. “본 학회의 문호는 문화예술 연구자와 현장의 전문가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 폭 넓게 열려있다. 대한민국이 함께 웃는 그 날까지, 세계가 웃음으로 가득 차는 그 날까지 모두가 함께 기꺼이 손을 잡고서 즐겁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8-11 16:34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