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영어권서 최고의 명성

[금주의 인물] 해롤드 핀터, 노벨문학상 영예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영어권서 최고의 명성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해롤드 핀터(75).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그는 현재 영어권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부조리 극작가로, 우리 연극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핀터가 “폐쇄된 공간과 예측할 수 없는 대화라는 연극의 기본을 되살리며, 일상의 잡담 속에 묻어있는 현대인의 위기를 들추어냈다 ”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핀터의 작품은 극도로 절제된 무대지시와 대사로 모호하고 난해하다. 이런 그의 절제된 미학은 ‘핀터레스크(Pinteresque)’라는 형용사가 문단에서 통용될 정도다. 그만큼 극 분야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하다.

1930년 런던 유대인 집안 출신인 핀터는 영국 최고의 학교인 왕립연극아카데미를 중퇴하고 배우로 활동하다 극작가로 변신했다. 스스로 프란츠 카프카, 사뮤엘 베케트와 미국의 갱스터 영화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7살인 1957년에 쓴 처녀작 ‘방(The Room)’으로 주목 받기 시작해, 1960년 ‘관리인(The Caretaker)’이 크게 히트하면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1981년 상영된 ‘프랑스 장교의 여인(French Lieutenant’s Woman)’을 비롯한 영화와 TV를 위한 시나리오도 여러 편 쓰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핀터는 이미 유명 극작가다. 특히 극단 ‘가변’ 등이 주축이 된 ‘핀터 페스티벌’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3회째인 페스티벌은 ‘콜렉션’ ‘핫 하우스’ ‘귀향’ ‘배신’ 등의 레퍼토리로 9월 대학로에서 열렸다. 9권으로 된 ‘해럴드 핀터 전집’(평민사)도 나와 있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등 반전ㆍ인권 운동가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역사학자인 부인 안토니아 프레이저와 런던에 살고 있다.

한편 한국 사상 처음으로 수상이 기대됐던 고은 시인은 스웨덴 한림원 발표 직후 “면목이 없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문학상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된 올 노벨상은 여성 수상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올해의 노벨상을 ‘늙은 남성 클럽’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10-19 16:01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