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전문가 박민찬 신안계물형학연구소 원장

“대통령 나올 자리가 아닙니다.”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997년 초가을 충남 예산군, 풍수전문가 박민찬(52) 신안계물형학연구소(www.poongsoo.co.kr) 원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측 문중 앞에서 청천병력 같은 말을 꺼냈다.

문중에서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풍수가, 점술가, 무당 등이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호언했던 터라 박 원장의 얘기는 뜻밖이고 충격이었다.

이 전 총재 직계 조상의 묘터가 금오산의 산맥(穴)이 끊겨 죽은 혈(死穴)에 위치했고, 뒤쪽 현무(玄武)도 아파트가 들어서 잘려나간 흉당이라는 것.

게다가 복(福)을 상징하는 앞쪽(남향) 주작(朱雀)은 방향이 잘못돼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었다.

2002년 16대 대선 때 이 전 총재측 관계자가 다시 물어왔지만 박 원장은 같은 이유로 “불가(不可)”라고 답했다.

대신 노무현 후보를 지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박 원장은 “노무현 후보 부친묘는 왕이 나올 명당터는 아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조상의 기운을 가장 빠르게 받을 길지(吉地)”라고 평했다.

지난 24일 새벽, 이 전 총재의 모친인 김사순 여사(95)가 별세하기 얼마 전 이 전 총재의 한 측근 인사가 박 원장을 찾았다.

2002년 대선 직전에 사망한 이 전 총재의 부친묘와 합장하려고 하는데 묘 자리를 봐달라는 부탁에서였다.

박 원장은 26일 이른 아침, 예산군 신양면으로 내려가 묘 자리를 잡아줬다. 이 전 총재의 부친묘는 본래 현재의 위치에서 약 10㎞ 떨어진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에 위치해 있다가 지난해 4월 이장했다.

당시 박 원장은 이장된 묘를 보고 “전체 묘터 형상이 양반이 책을 보고 있는 ‘선비독서형’으로 자손이 학문으로 크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정치’로 귀결된다”고 해석했다.

현무가 웅장해 직계 자손을 도와 주는 사람들이 많아 자손을 밀어 주는 힘이 강하고 큰 인물이 나올 귀성(貴星)이 2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현무에서 나온 (좌)청룡, (우)백호가 묘터 앞까지 감싸고 있는 명당이라고 풀이했다. 이장한 선친의 묘로 인해 향후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소장의 해석대로인지 최근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위상은 지난 대선 이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전 총재 모친 빈소에는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 등 차기 대선 후보들과 수많은 전현직 정치인들이 다녀갔다.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모임인‘창사랑’을 비롯해 적지않은 인사들은 이 전 총재의 정치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잠룡측 관계자와 정치 지망생들의 방문을 잇따라 받고 있는 박 원장은 “풍수는 자연의 위력이 80%, 인간의 능력이 20%인데 사람의 운명은 조상묘(50%), 사주(30%), 노력(20%)으로 결정된다”면서 “이회창씨의 조상묘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10배 이상 좋은데 아직 사주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풍수 이론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신라말 고승 도선대사의 34대 후계자임을 자부하는 풍수전문가로 한국역리학회 지리학 회원, 한국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TV 3사와 라디오의 풍수 관련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오고 있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인간개발연구원(사) 등에서 풍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와이에서 열린 역리학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풍수를 알리기도 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