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덥혀준 '감동이 있는 풍경'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것은 김종철씨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병원들이 혈액을 수입해야 하는 등 심각한 혈액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도 하기 힘든 헌혈을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인 김종철(48)씨는 무려 200번이나 했다.

부산 적십자 혈액원 다회헌혈 봉사회 회원인 김씨는 지난 2일 부산혈액원 부전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함으로써 200회를 채웠다. 매년 20차례 팔을 걷어올린 그가 지금까지 헌혈한 양은 9만9,060㎖에 이른다. 말로 환산하면 다섯 말 닷 되를 살짝 넘기는 양이다. 이로써 그는 부산지역에서 세 번째로 헌혈을 많이 한 사람이 됐다.

어릴 때 뇌염을 앓아 오른쪽 손과 발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1995년 5월 사회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헌혈을 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0년 만에 오늘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그는 “헌혈하는 마음에는 장애인도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며 “상시적인 혈액부족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시민들의 헌혈이 줄을 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