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인간승리 보여준 '21세기 비너스'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상을 빗대 스스로 ‘살아있는 현대의 비너스’라 부르는 영국의 구족(口足)화가이자 사진 작가인 앨리슨 래퍼(40)가 ‘2005 세계 여성 상’ 성취 부문을 수상했다.

래퍼는 임신부가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해표지증(海豹脂症 Phocomeliaㆍ팔다리가 바다표범처럼 짧은 증세)을 안고 태어났다.

생후 6주만에 거리에 버려져 19년 동안 복지시설에서 자랐다. 21살 때 결혼했지만 남편의 폭력 탓에 9개월 만에 헤어졌고 홀로 아들 패리스(5)를 낳아 길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미술공부를 시작해 영국의 해덜리 미술학교와 브라이튼대를 졸업하고 예술가로서 새 인생을 개척했다.

래퍼는 신체의 장애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극복해 왔다. 자신의 작품을 두고 “팔 없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를 기형이라고 여기는 사회 속에서 육체적 정상 상태와 미의 개념에 물음을 던진다”고 했다.

영국 조각가 마크 퀸은 임신 9개월의 그를 모델로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 중인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대형 조각상은 요즘 영국사회의 화제거리다.

래퍼는 작은 스폰지를 입에 물고 아들의 머리를 감겨 주고 특수 제작된 유모차를 어깨로 밀며 아이와 공원을 산책한다. 현재 영국 남동부 서식스에 살고있다.

자서전 ‘내 인생은 내 손에’를 펴냈고 자신의 웹사이트(www.alisonlapper.com)를 통해 장애인과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

래퍼는 11월29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으로부터 트로피를 받았다. 올해로 2번째인 ‘세계 여성 상’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오스트리아 작가 게오르크 킨델이 공동 설립한 단체에서 주는 상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