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춤의 리더십이 만든 '공포의 외룡구단'

올해 프로축구 K-리그의 최고 인기 팀은 단연 인천 유나이티드다. 기존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모인 시민구단의 한계를 딛고 결승전까지 올랐다. 이 ‘잡초군단’의 분투를 담은 영화 ‘공포의 외룡구단(가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팀의 한 가운데에는 장외룡(46) 감독이 있다. 독특한 지도 철학과 용병술로 평가 받고 있는 감독이다.

일본 최상급 지도자 자격증(S 라이선스)을 갖고 있는 그는 특히 “선수가 경기장에서 100%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지도자는 간ㆍ쓸개까지 빼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경영에서 한때 화두가 됐던 ‘섬김의 리더십’을 축구에 접목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일 울산에서 열린 챔피언전 2차전에서 2대 1로 이기고도 우승컵을 울산 현대에 넘겨준 뒤 선수들에게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잘 따라와 줘 정말 고맙다. 너희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들에게 큰절을 한 적도 있다. 5월22일 전기리그 3차전인 광주 상무와의 원정경기에서였다. 선수끼리 사인이 맞지 않아 실점한 뒤 서로 책임을 미루며 다툼이 일어났다.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와서도 말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장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우리는 그 동안 모자라는 개인의 능력을 팀워크로 커버해 왔다.

그런데 너희가 이러면 희망이 없다. 제발 나를 한 번만 도와 다오.” 그러고는 라커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넙죽 머리를 숙였다. 경기는 3대 2로 인천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2007년까지 인천과 계약된 장 감독의 꿈은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 대표팀을 맞아 보는 것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65세 전에만 하면 된다”며 여유를 보이는 장 감독은 “이제는 국내 지도자들도 세계 수준에 많이 근접했다.

다만 히딩크나 아드보카트 감독처럼 국제 축구계에서 탄탄한 인맥을 갖추지 못한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