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카리스마걸 프리마돈나 되다

폭발적인 가창력의 가수 소찬휘(33)에게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낡은 청바지에 머리를 질끈 묶은 수수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도 그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단숨에 관중을 압도한다.

그런 그가 12월16일부터 서울 대학로 씨어터일에서 공연되고 있는 창작뮤지컬 ‘루나틱’을 통해서 프리마돈나로 특별한 변신을 했다.

예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극중 의사로 등장하지만, 근엄하다기보단 코믹하다.

상담 도중 “지대로(제대로) 미쳤네”를 연발하는가 하면 “나에게 다 털어놓아봐. 남성 성기능 장애에 관해서”라 외치며 느닷없이 관객에게 다가가 당혹스럽게도 한다.

가슴이 깊숙하게 파인 아슬아슬한 슬립형의 원피스를 입고 재즈를 부르는 장면도 있다. 섹시한 자태로 관중을 녹이는 그는, 군인마냥 털털한 가수 소찬휘의 그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예상 밖의 변신에 놀랐다고 하자 소찬휘는 “그래서 이 작품(루나틱)을 하는 거예요. 평소 안 해봤던 것 해보고 싶어서요”라며 웃는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직접 골랐냐는 질문에는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다”고 즉각 답한 뒤 “반응이 괜찮아요. 무대에 나타나면 관객들이 일제히 ‘와~’ 함성을 질러요. 그럼, 앗싸 필(feel)~받고…”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색다른 변신에, 마냥 신이 난 듯했다.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뮤지컬은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도 가슴 떨리는 공연이다. 소찬휘는 “시연할 때는 입에서는 태연한 듯 말을 하면서도 다리가 후들거려 혼났다.

요즘 아주 스릴을 만끽하고 산다”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닐 사이먼의 ‘굿 닥터’를 한국적인 정서로 각색한 이 작품에서 그는 정신병원을 이끌어가는 따스한 존재인 정신병원 의사 ‘굿 닥터’ 역을 맡았다.

연출가인 백재현과는 뮤지컬 ‘세븐 템테이션’(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재현 오빠는 저 보고 ‘또라이’라고 해요.

무엇을 시켜도 거부감 없이 덥석 따르니까.” 전작 ‘세븐 템테이션’ 출연 경력이 있지만, 그는 스스로 신인 뮤지컬 배우라 칭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춤과 연기, 노래를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가 노래·춤보다 어려워요"

“가수로서는 가사와 장르에 맞게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되는데, 뮤지컬은 가사에 맞는 섬세한 표정을 짓고, 강약에 따른 전달력을 표현해야 하니까 힘들어요. 노래, 춤, 연기 중 연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2004년 1월 초연이래 지난 9월의 5차 공연까지 22만명을 동원한 화제작인 이 작품에서, 그간 의사 배역을 맡았던 배우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배우로 꼽히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

일단 이런 그의 프리마돈나 도전은 성공할 조짐이다. 소찬휘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www.cyworld.com/tears0120)는 공연 하루 전인 12월15일을 기해 방문객이 폭주하기 시작, 단 4일 만에 6만여명을 넘어섰다.

그런 그에게 2005년은 대단히 뜻 깊은 해다. ‘루나틱’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변신을 했고, 7집 앨범 ‘Hold Me Now’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록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03년 결혼으로 일과 가정을 소중하게 가꿔가고 있는 소찬휘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남들이 다 아는 ‘남자친구’와 사는 것 같다”며 “남들은 결혼이 연예 활동의 걸림돌이라 하지만, 심적으로 안정돼 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소찬휘는 “전보다 한층 강렬한 록의 색채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티어즈(Tears)’, ‘현명한 선택’ 등 고음이 강조되는 빠른 댄스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좋은 음악이라면 장르를 넘어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신념을 보인다.

부침이 많은 연예계에서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열정이다.

“인기가요 1위 한 번 못해봤으면서 10년 동안 버티는 가수는 처음 봤다고들 해요. 그만큼 한 순간에 확 올랐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쉽게 꺼지지 않고 타 들어가는 게 제 강점이겠죠. 앞으로도 팬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는 가수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본명: 김경희

생년월일: 1972년 1월20일

키: 167㎝ 체중: 47㎏

학력: 경기대학교 영상매체학과 졸업

특기: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