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의 색깔로 그린 왈가닥 황태자비

댄스 그룹 출신 멤버들의 연기자 변신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인기 여성댄스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21)도 그 중 하나다.

그는 11일 첫 전파를 타는 드라마 ‘궁’(극본 인은아ㆍ연출 황인뢰)을 통해 황실의 황태자비로 변신한다.

4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궁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윤은혜는 극중 귀한 신분답게 의상부터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푸른색이 감도는 멋진 드레스에 진주장식 목걸이를 하고, 뒤로 틀어올린 머리에는 커다란 꽃 장식을 얹었다.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에도 하이힐에 달린 비단 리본 끈으로 포인트를 줬다.

다소 성숙한 옷차림이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의 그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동안의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수줍은 미소 때문인지 어색함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다.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 만화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윤은혜는 이로 인해 마음고생은 진작에 털어낸 듯 밝은 모습이었다.

“만화 속 주인공인 채경과 꼭 닮기 위해서는 인조 인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원작과 똑 같은 채경이 될 순 없지만 제 색깔이 가미된 또 다른 채경을 연기하겠어요.”

또박또박 조리 있게 얘기하는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이어 “캐스팅이 결정된 뒤 너무 기뻤지만 워낙 안티 팬의 비난이 거세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며 그러나 “오기가 생겼고, 제게 그 분들이 모르는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소희 작가의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궁’은 2006년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윤은혜는 집안끼리의 약속 때문에 하루 아침에 평범한 여고생에서 황태자비가 되는 명랑 소녀 채경 역을 맡았다.

“밝고 엽기스러운 채경 캐릭터는 실제의 저와 참 비슷해요. 그래도 너무 똑같이 보이면 안 되니까 말투도 더 어리게 하고, 왈가닥처럼 연기했어요.”

그는 자신과 닮은꼴인 채경 역을 통해 보다 캐릭터에 쉽게 동화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며 웃는다.

단역이나 조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연으로 올라섰다는 건 행운일 수도 있지만, 연기력 검증의 기회 없이 바로 시청자들 앞에 섰다는 점에서 더 가슴 떨리는 시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윤은혜는 1월말 개봉을 앞둔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에 출연한 바 있으나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제작발표회장에서의 드라마 1회 하이라이트 장면 상영 뒤 “부족한 점만 보였다”고 털어놓는 윤은혜.

그러나 황인뢰 PD는 “윤은혜는 생활 자체가 채경”이라면서 “1회 방송이 나가면 연기력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중 황태후로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김혜자 역시 “참 자기 나이답다. 철딱서니 없게 연기를 잘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혜자의 말처럼, 그는 기자회견 내내 철딱서니 없는(?) 순수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만화 궁이요? 전에 본 적도 없고, 솔직히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촬영 준비로는 예절교육과 가야금 교육을 받았는데, 너무 일찍 배워 지금은 다 잊어버렸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듯이 정말 꾸밈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복 받은 것 같다” “행운아다”라며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행복감을 나타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원작이 워낙 인기가 있었던 터라 잘만 하면 기본은 하지 않을까요?”라며 ‘궁’의 시청률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윤은혜. 밝고 천진난만한 그가 ‘궁’을 통해 새해 벽두 연기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생년월일: 1984년 10월3일

키:168㎝ 체중: 48㎏

학력: 경희사이버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재학

데뷔: 1999년 베이비복스 3집 앨범 ‘컴 컴 베이비(Come Come Baby)’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