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과수농사 지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농촌을 떠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농촌으로 내려가 어려운 분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한국농업전문학교(한농전) 신입생 모집에 지난 12일 합격한 서마리아모세 수녀(36ㆍ속명 서미영)는 농촌 생활에 대한 꿈으로 입을 열었다.

경기 수원시 지동에 위치한 ‘성 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 소속인 서 수녀는 올해 3월부터 한농전 과수학과에서 공부하게 된다.

지난해 가을 동료 수녀들과 여행을 하면서 농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 데 그것을 몇 달 만에 현실화한 것이다.

“소백산 기슭의 과수원에 열린 사과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하나를 부탁해 먹었는데 탐스러운 겉모양과 달리 싱겁기 그지 없는 ‘물 사과’인 거예요. 저희 수도원에서 나는 사과는 모습은 보잘것없어도 땅이 기름진 덕분에 정말 달고 맛있거든요. 나무와 열매는 땅과 하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게 됐고 본격적으로 과수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 수녀는 또 경기 화성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땅을 일구는 어려움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쁨 이면엔 고민도 있다.

10년째 수도생활 중인 서 수녀가 수도원을 떠나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행히 수도원 총장 수녀님이 “기도와 수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아래 입학을 허락했다.

“수도원 안에 있는 포도와 배 과수원부터 잘 가꿔보고 싶어요. 물론 농사는 자연의 섭리에 최대한 순응하는 유기농으로 지을 거고요.”

정시모집에서 2.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서 수녀는 학교를 졸업하면 3년 동안 의무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며 이후에 1년의 전공심화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