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 무역협회 신임회장에 선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2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인이 아닌 정통 관료 출신을 26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주인공은 이희범(57)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로써 1991년 남덕우 전 총리를 마지막으로 민간 기업인 출신이 맡아왔던 무협 회장을 15년 만에 다시 관료 출신이 맡게 된 셈이다.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에서는 60년 무협 역사상 최초로 경선이 벌어지리라는 관측도 있었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동미레포츠 김연호 회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인터넷카페를 통해 결성된 중소무역업체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이 김 회장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후보 재청을 받지 못해 결국 표 대결은 무산됐다. 그러나 이날 총회장에선 무협 측이 이 전 장관의 회장 선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총회를 파행적으로 진행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신임 회장은 이날 총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부 회원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총회에서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된 것을 알고 있다”며 “논란의 제공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협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든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는 또 관료 출신으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무조건 ‘단소리’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쓴소리’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라며 비켜나갔다. 이어 “김재철 전 회장은 자립경영이나 수익모델 창출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며 “이제는 공익적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회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공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자부 수출과장, 주미 상무관, 산업정책국장, 자원정책국장, 산자부 차관에 이어 200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산자부 장관을 역임한 ‘산자부 맨’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