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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 처벌보다 예방·치료 우선해야"
'마약치료전도사'로 나선 조형근 방배경찰서형사



“마약사범은 99% 재범하게 된다. 근본적인 사회복귀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 방배경찰서 수사과 조형근 형사(50)가 15년간 마약사범을 검거, 치료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조 형사는 지난달 21일,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마약범죄정보학과 대학원 졸업식에서 ‘마약범죄자의 사회복귀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역 경찰이 마약과 관련해 범죄자의 사회복귀 방안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문 예다. 게다가 조 형사의 논문은 질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졸업생 중 5명에게만 수여하는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조 형사는 본래 강력반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다. 1982년 순경으로 임명된 이래 25년간 평생을 강력계 형사로 한길을 걸어오면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수차례 해결했다.

96년 8월, 네살배기 어린이의 진술 능력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서울 후암동 일본인 현지처 살인사건’은 대표적인 예.

수사 지휘권자가 다섯 번이나 바뀌면서 거의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을 꼬박 2년 2개월 하고도 15일 동안 추적한 끝에 범인을 구속, 베테랑 형사의 면모와 함께 형사상 ‘증거 능력’에 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또한 범좌자를 검거한 후에도 온화한 성품과 신앙심으로 범인을 교화ㆍ선도해 재범을 예방하는 한편 사회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와 수형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94년 9월 지존파와 함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마 온보현이 사형수로 있으면서 조 형사에 의탁, 참회의 날을 보낸 것은 단적인 본보기다.

조 형사가 강력반에 근무하면서 마약범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마약사범을 자주 접하면서 마약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마약은 한번 접촉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중독성 때문에 재범을 막기 어렵다는 게 조 형사의 설명이다.

“작년 한 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명 정도로, 검거되지 않은 마약인구까지 계산하면 20만명 가량 된다. 매년 마약인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대처가 불충분하다.”

검거와 구속 위주의 마약사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조 형사는 △마약 문제를 통일적으로 다룰 마약청의 신설 △마약관련 전문인력 양성 △교정시설 설립과 치료기능의 강화 △마약범죄자의 재중독자화를 방지하기 위한 개별적 관리제도 도입 △마약 확산 방지 및 사회복귀 지원 강화 등을 주장한다.

조 형사는 마약 전과자의 치료를 위해 바쁜 일과시간을 쪼개 2004년부터 ‘라파의료교정교실’을 국내 처음으로 열어 그들의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2004년 한 해 동안 15명의 마약중독자를 구원하는 교육과 치료를 무료로 지원해줬다. 이러한 입소문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전과자들이 가장 먼저 조 형사를 찾고 있다.

“마약범은 검거보다 예방이, 처벌보다 치료가 중요하다.” 조 형사의 지론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6-03-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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