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클릭/리멤버] 김주훈, 늦깍이 데뷔앨범 내고 가수 꿈 이뤄

“시키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천지차이네요.”

H.O.T, Fly To Sky, S.E.S, 슈가 등을 가수로 키워낸 보컬 트레이너 겸 프로듀서 김주훈(28)은 요즘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을 새삼 절감하며 산다. 뒤늦게 신인가수로 데뷔, 앨범 ‘레이니 블루(Rainy Blue)’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수를 키워내는 일에는 베테랑이지만, 자신이 정작 가수로서 무대에 서자니 그렇게 떨릴 수가 없단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만난 바다가 그러더라구요. ‘오빠, 해보니까 쉽지 않지?’ 그래서 아주 죽겠다 했죠. 진짜 그래요.”

1998년 그는 보컬 트레이너로 D.S.P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가수가 되고자 했으나 길을 몰랐다. 그러나 꿈을 접지는 않았다. 이태원에선 록 밴드 ‘H’로 꽤 이름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음반 하나 손에 쥐고 싶은 간절한 소망은 한 순간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수없이 음반 작업을 해도, 음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설혹 안 되더라도 ‘내 음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데뷔 음반은, 꼬박 만 3년을 채우고서야 세상의 빛을 봤다. 그 사이 몸무게가 12㎏이나 줄어들었다. 슈가로부터 ‘뚱땡이 오빠’로 놀림 받던 통통한 몸매는 온데간데없이 건강한 다갈색 근육질의 날렵한 몸매로 바뀌었다.

주변 연예인들은 ‘수술한 것 아니냐’고 놀리지만, 그간 까맣게 탄 속은 굳이 꺼내보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보컬 트레이너 할 때는 그렇게 빼려고 해도 안 빠지더니, 참 신기하다”며 웃는다.

가수로 데뷔하며 이름도 바꿨다. 리멤버(REMEMBER).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가수가 되고픈 마음을 담았다. 스태프로 지내온, 지난 세월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도 들어있다.

본명: 김주훈
키: 178㎝ 체중: 62.5㎏
혈액형: B형
경력: 연예인 보컬 트레이너 (클릭B, 슈가,…)
프로듀싱 (더원 1집)
데뷔 앨범: 레이니 블루(Rainy Blue)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가수 한 명 나왔구나’ 하실 거예요. 하지만 많은 걸 겪으면서 결코 쉽지 않게 앨범을 냈고 또 앞으로 대중 앞에 다가갈 기회가 많을 텐데,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수 리멤버는 본인에게도 낯설다. “어느날은 메이크업을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강타와 마주보고 있었는데 참 민망하더라구요.” 라디오에서 자신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걸음이 멈추어진다.

타이틀 곡 ‘어떡하죠’는 감성적인 록 발라드곡으로, 사람들이 흔히 겪었을 연인과의 오해와 갈등을 다루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한 잔 술을 마시는 남자의 심정을 노래한 ‘The Life’나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애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바치는 ‘너무도 미안해요’ 등은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성격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곡들이다.

앨범에 실린 열 곡 모두를 그가 직접 작사했다. 전부 그가 직접 겪었거나 간접 경험한 이야기다. “예쁜 노랫말보단 진실된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요?” ‘비’와 ‘우울’을 즐기는 자칭 ‘고독 남’이라 앨범명도 레이니 블루(Rainy Blue)로 했다.

선배 가수로서는 “레드 제플린, 컬트 코베인, 임재범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가수들을 좋아한다”는 리멤버의 음악적 색깔 역시 예사롭지 않다. “어디에도 타협하지 않는 정통 록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방송에서 잘 틀어주지 않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