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로 1년 6개월 만에 브라운관 복귀

“드라마 초반에는 스타일이 강하게 들어가면 ‘별은 내 가슴에’와 비슷하다 하고, 수수하게 나가면 ‘별은…’와 다르다고 하네요. 그래도 위안 삼는 것은 극이 끝날 즈음에는 시청자들이 ‘네가 진짜 OOO(극중 인물) 같더라’고 하는 것이에요. 그 말이 제일 듣기 좋은 칭찬인 것 같아요.”

‘왕PD’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촬영 현장을 주도하는 노련한 배우 안재욱(35)도 그의 출세작 ‘별은…’(1997년)의 이미지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이번에는 전자다.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미스터 굿바이’(황의경 PD, 극본 서숙향)로 1년 6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입양아 출신으로 미국 호텔의 중역에까지 오르는 남자 주인공 윤현서 역을 맡아 ‘때깔’ 고운 모습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모양이다.

그가 맡은 현서는 머나먼 타국에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가며 거침없이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남자. 그런 그가 어느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친어머니를 찾게 되면서 삶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땐 이미 죽음이 그의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설정만 보면 ‘무겁기’ 그지 없지만, 작품은 기실 가볍고 발랄함이 생명인 ‘로맨틱 코믹’ 장르. 안재욱은 이 같은 설정의 차별성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종반부에 죽음으로 치닫는 설정이 아니고, 빨리 죽음을 알게 되죠. 이후 건강하게 죽음을 맞고, 보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점이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한류 열풍의 주역이자, 출연작마다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는 자신감 때문일까. 안재욱은 화면 밖에서 더 빛이 나는 사람이다. 동료 배우들이 지쳐 있으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팀의 식사값을 도맡기도 한다.

“팀 분위기가 좋아야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느낌이 전달된다”고 믿는 집단주의형(?).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중에도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 칭찬으로 입이 마를 지경이다.

“보영 씨는 드라마 ‘서동요’ 등에서 보여준 차분하고 착한 모습으로만 생각했다 막상 만나보고 깜짝 놀랬어요. 톡톡 튀고, 굉장히 건강해요. 사람을 업(up)시켜 주는 스타일이라 현장에 나오는 날을 기다리게 해요.”

그를 짝사랑하는 ‘싱글맘’으로 출연하는 오윤아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전직 레이싱걸) 선입견이 있었는데 작품 안에서 역을 척척 소화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어요. 정말 잘합니다.”

"절세미녀 사랑 한 몸에 받아요"

극 중에서는 두 ‘절세미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현실에서는 솔로. 언제쯤 ‘화려한 더블’이 될지 궁금하다.

“얼마 전 ‘요즘 누가 서른 초반을 노처녀라 하나’란 기사를 봤는데, 저도 공감해요. 나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언젠가 운명적으로 다가 오겠죠.”

그러나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신동엽이 27일 결혼식을 올리는 데 대해서는 “어의 없다”며 은근한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저는 늘 가정을 꿈꿨고, 애들도 좋아해요. 반면 동엽이는 평소 아이에도 별로 관심 없고, 얽매이는 것도 싫다면서 독신을 부르짖었어요. 그러다가 느닷없이 결혼한다며 사회를 봐 달라고 하니 어이없죠. 게다가 요즘은 (결혼 앞두고) ‘신경 쓸 거 너무 많다’며 ‘너는 결혼하지 마라’ 그러네요. 이상한 애예요.”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언제까지나 ‘멋진 왕자님’으로 나올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서서히 ‘아버지’ 역으로 갈아탈 나이가 아닐까.

“예전에는 중견 연기자 하면 으레 ‘아버지’ 역할을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젊은 주인공도 하잖아요. ‘물려주기’보다 바짝 긴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40대가 오히려 더 기다려지는 걸요.”

이 같은 안재욱도 ‘미스터 굿바이’ 첫 방송을 앞두고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경쟁작이 MBC의 야심작 ‘주몽’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경쟁이 될 만한 작품끼리 붙는 것이 더 좋다. 반칙만 안 하면 재미있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긴장의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미니시리즈를 10편 가까이 했는데 시청률 경쟁에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다들 ‘기본 어느 정도는 하지 않겠어’ 하고 바라보는데, 그게 오히려 부담이에요. 그렇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이번에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안재욱이 ‘미스터 굿바이’로도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