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치료백신 개발한 서울대 약대 강창율 교수

"이번에 내놓은 신개념 면역세포 기술이 암 치료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이것을 기존 항암요법들과 병행하여 사용할 경우 암 세포 증식 및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는 배가될 겁니다.”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을 자력(自力)으로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세포 치료법이 개발됐다. 서울대 약대 강창율(51) 교수팀에 의해서다.

4일 보건복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기술 개발 사실을 처음 언론에 공개한 강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암 치료비 부담을 10분의 1 정도로 크게 낮출 수 있게 된 점”이라고 강조했다.

권위있는 암 관련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7월호에 ‘주목할만한 논문(Highlighted Paper)’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강 교수팀의 기술은 최근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다국적제약사와 바이오벤처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첨단 생명공학 분야인 면역세포 치료법.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 백신 개발은 그러나 세계 의학계에서 새삼스런 뉴스는 아니다. 국내외에서 관련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 단계를 밟고 있는 연구팀들이 여럿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교수팀의 성과가 빛나는 이유가 있다. 강 교수는 백신 개발 비용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낮춘 반면 치료 효과는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항암 백신 기술 중 그동안 가장 각광을 받은 것은 인체 내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수지상(樹枝狀) 세포를 이용하는 방식. 이 방법은 면역력이 강력한 장점이 있지만, 수지상 세포 수가 인체 내 너무 적은 데다가 체외 배양까지 2~3주가 걸려 백신 개발에 돈이 많이 들고 까다롭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강 교수는 따라서 수지상 세포가 아니라 우리 몸의 림프 조직이나 혈액 속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B세포의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B세포는 면역반응 유발 효과가 수지상 세포에 크게 못미친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강 교수는 “B세포는 자체로는 면역력이 보잘 것 없지만 자연살해 T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해면동물에서 추출한 당지질 성분인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 물질을 이 세포에 주입함으로써 수지상 세포에 맞먹는 강력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조작기술(PCR)이 이번 면역세포 치료법의 핵심입니다”며 “B세포는 혈액 속에 많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체외 배양 기간도 짧아 백신개발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기존 화학약물이나 방사능 요법으로 20~30%의 치료율을 거뒀다면, 이 방법이 실용화되어 함께 사용할 경우 40~50% 선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직접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독성이나 부작용, 인체 거부반응 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점입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 값싼 항암 치료백신 개발을 위한 강 교수의 여정이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원천기술을 거머쥐고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유방암 등 암 억제 효과를 확인한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영장류(원숭이)와 인체 대상의 실험을 통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으면서도 치료효과는 탁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항암 치료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특정 암세포에 대해 면역력을 발휘하도록 특이 항원을 주입하는 실용화 기술도 가다듬어야 한다. 진짜 험난한 여정은 정작 이제부터다.

강 교수는 그러나 자신감에 차 있다. 1987년부터 7년 동안 미국 바이오벤처기업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B림프종 등에 대한 항암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인체 면역 메커니즘, 간염, 천식 등에 대한 숱한 연구를 쏟아낸 경험도 성공을 자신하는 밑천이다.

“암은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 1위입니다. 사망자 4명 중 1명 꼴입니다.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을 두루 치료할 수 있는 치료백신 개발에 우리가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입니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