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30대 복수女로 변신

“2년 넘게 암 환자 역할을 하다 보니 일상에서도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밝고 망가진 캐릭터를 너무나 하고 싶었죠.”

드라마 ‘로즈마리’(KBS2ㆍ2004)와 ‘인생이여 고마워요’(KBS2ㆍ2006)에서 암 환자 역으로 안방극장에 눈물을 뿌렸던 탤런트 유호정(37)이 이번에는 한껏 유쾌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게다가 ‘발칙한’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았다. 결코 평범한 여자는 아닌 셈이다. 29일 첫 방송된 MBC 새주말드라마 ‘발칙한 여자들’(극본 문희정, 연출 이승렬)에서다.

극중에서 유호정은 이혼한 남편에 대한 복수극을 꿈꾸는 30대 주부 ‘송미주’로 등장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첫사랑과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건만, 바람난 남편에게 버려진 뒤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산전수전 겪은 끝에 치과의사가 됐다. 그리고 10년 만에 귀국, 남편을 빼앗은 은영(임지은)의 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기막히죠. 전 남편의 부인에게 친구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소름 끼쳐요. 실제로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미주를 통해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유호정의 캐릭터 선택 이유다. 그녀는 “큰 변신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치밀한 복수 계획을 세우지만, 실수를 연발해 귀엽기도 하고 연민도 느껴지게 하는 그런 여자에요. 그간 제가 가져왔던 전형적인 주부 혹은 애기 엄마 이미지를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16살이나 된 다 큰 애의 엄마 역할이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뒤로 하고, 흔쾌히 이 드라마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람, 이혼, 복수 등 전형적인 아침 주부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코믹을 지향하는 점이 신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칙한 여자들’은 30대 주부들의 발칙한 상상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미국 ABC의 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케 한다. 또 1992년 최수종ㆍ최진실 주연으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질투’(1992)의 연출자 이승렬 PD가 연출을 맡아 ‘주부판 질투’로도 불린다.

“쉽게 따라 웃으며 빠져들 수 있지만, 밝고 코믹하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이혼과 이로 인해 편모, 편부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상처를 다루면서 가정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 될 겁니다.”

연하남과 로맨스, 기분좋은 주위 시샘

연하의 미남 총각과 펼칠 풋풋한 로맨스도 눈길을 끄는 대목. 아무리 날씬한 ‘미시’라지만, 띠동갑을 넘어서는 20대 ‘몸짱’ 배우 이기우의 상대역이라니, 주변의 시샘을 한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

생년월일: 1969년 1월 24일
키: 165cm 체중: 43kg 혈액형: O형
출신학교: 서울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수상: 2003년 KBS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
데뷔: 1991년 MBC 드라마 '고개 숙인 남자'

“처음에 사람들이 상대역이 누구냐고 묻길래 그냥 ‘신인’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언니, 좋겠다’ 하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그 사람 요즘 뜨는 배우라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나이 어리고 멋진 남자와 파트너할 수 있냐고요.”

그녀는 이어 “애기들(슬하 1남 1녀)을 키우다 보니 솔직히 TV를 잘 안 봐서 젊은 배우들을 많이 몰랐다”고 해명하며 “이모뻘이라, 어떻게 멜로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호흡을 맞춰보니 아주 잘 맞더라”면서 연상연하 커플 연기를 자신했다.

요즘 브라운관을 주름잡는 오연수, 하희라 등 30대 여배우들과의 남다른 우정도 새 작품을 시작하는 그녀에게는 든든한 밑천이 된다. “일정이 없는 사람이 서로 돌아가며 애기들을 돌봐줄 정도로 절친한 친구들”이라고 우정을 과시했다.

“라이벌이라기보단 서로 격려하며 힘을 주는 사이에요. 오연수가 ‘주몽’ 출연을 고심할 때는 사극에 어울릴 것 같아 적극 추천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아 기뻐요. 또 최근 복귀한 하희라가 애기 둘을 키우면서 얼마나 어렵게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그 노력이 대단해 보이네요.”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8월. 30대 아줌마의 발칙한 외출이 안방에 얼마나 시원한 바람을 몰고올지 자못 기대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