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전수경 - 1990년 '캣츠' 오디션 통해 발탁된 뮤지컬 전문 배우 1세대 "뮤지컬 '메노포즈'는 정신과 치료효과도 있는 열린 공연"

‘무대 밖에서도 아름다울까?’라는 물음표를 지워버렸다. 푸른색의 반짝이는 원피스 차림으로 공연장 대기실에 앉아 있는 뮤지컬 배우 전수경은 별다른 조명이 없어도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올해 나이 마흔. 나이를 잊은 듯한 그녀는 “중년의 배우가 매력을 뿜는 것은 그 또래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이 가득찬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전수경은 공전의 히트를 친 뮤지컬 ‘맘마미아’가 막(9월 10일)을 내리기도 전에 잠시의 휴식도 없이 8일부터 연강홀에서 올려지고 있는 뮤지컬 ‘메노포즈’ 공연에 출연했다.

2005년 5월 초연 때 ‘맘마미아’의 박해미, 이경미와 함께 출연하여 많은 중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무척 재미있게 공연했던 작품이라 욕심을 냈어요. 재공연이라 연습에 대한 부담도 좀 덜했죠.”

개그우먼 이영자의 뮤지컬 무대 컴백도 그녀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고 했다. “영자 씨와는 1998년 ‘와이프’ 공연으로 만난 적이 있어요. 코믹코드가 서로 잘 맞아 참 즐거웠어요. 흥행 성적도 좋았구요. 그래서 꼭 다음 번에 같이 하자 했는데 무려 9년이나 흘렀네요. 다시 만나 즐거워요.”

중년 여성들의 자아 찾기를 다룬 ‘메노포즈’는 생면부지의 중년 여성 4명이 백화점 속옷 세일 코너에서 우연히 만나 검정 레이스가 달린 브래지어를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형적인 주부 겨냥 뮤지컬. 여러모로 전작인 ‘맘마미아’와 겹쳐진다. ‘맘마미아’의 전수경, 정영주가 출연한다는 것도 그렇고, 추억의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중년의 무대라는 점도 그렇다.

자칫 ‘제2의 맘마미아’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전수경은 이 같은 시선에 대수롭지 않다는 눈치다.

전수경은 “메노포즈는 춤과 음악 외에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 받는 것과 같은 치료 효과까지 있는 작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 배우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것도 메노포즈만의 차별화한 강점이라고 한다.

생년월일: 1966년 7월 12일
키: 173cm 체중: 53kg
학력: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가족사항: 남편 뮤지컬배우 주원성
수상: 2002년 제8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작품: 연극 '하이라이트', 뮤지컬 '맘마미아'

1990년 극단 대중의 ‘캣츠’ 공개 오디션으로 발탁돼 뮤지컬 전문 배우 1세대로 일컬어지는 전수경은 올해로 데뷔 17년째. 지금이야 뮤지컬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대중문화가 됐지만,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데뷔 시절부터 그는 줄곧 일에 모든 것을 건 듯 앞만 보고 달려왔다.

‘메노포즈’에서 전수경이 맡은 ‘성공했지만 사실은 건망증과 외로움에 떨고 있는 전문직 여성’ 역은 그래서 바로 그녀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육아냐 일이냐 고민이 많았죠. 육아를 좇다 보면 일에서 뒤쳐질 것 같고, 일을 좇다 보면 아이들에게 소홀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어요.” 무대 위에서는 슈퍼 스타지만, 일과 가사를 두고 고민한다는 점에선 그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전수경은 “극 중 우아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나이를 속일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한물간 연속극 배우의 얘기에도 많은 공감이 간다”고 고백했다.

“요즘에는 자동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도 잊어버리고, 휴대폰도 어디에 뒀는지 몰라 찾고, 천하의 전수경이 언제 이렇게 됐나 싶을 때가 많아요. MRI를 찍어볼까도 생각할 정도로요.”

그러나 전수경은 여전히 삶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간직한 여인이다. 아니 연륜으로 인해 더욱 풍부한 삶을 만끽하는 듯. “체력이 떨어지고, 꾀꼬리 같던 목소리도 저음이 돼가지만 그러한 단점까지 승화해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에선 위풍당당한 아줌마의 힘마저 느껴진다.

하여, 치열하게 후배들하고 경쟁하고 열심히 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전수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진정한 프로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녀의 카리스마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