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아온 세계적 금융가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 회장

“금융 시장이 도덕적인 고려가 존재하는 분야는 아닙니다. 그저 가격에 맞춰 사고 팔기만 하면 그뿐이지요. 금융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 간에도 돈을 벌겠다는 관심만 있을 뿐입니다.”

세계적인 금융가이자 투자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 회장이 금융과 도덕성에 대해 밝힌 일단의 소견이다. 한편 ‘희대의 환 투기꾼’이라고 일부에서 듣고 있는 악명에 제법 어울리는(?) 수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금융과 도덕성에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잘라 말하면서도 “시장에서 유명해 지기 전까지는 도덕성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자금 규모가 커지고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입장이 되면서 의사 결정 때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소로스 회장이 한국을 찾아 지난 18일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오류의 시대(The age of fallibility)’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굳이 책에 대한 홍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머리 속에 갖고 있는 세계관과 북핵 문제 등 시사적인 문제를 다양하게 지적했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느리지만 기운차고도 명확한 어투로 의견을 말해 나갔다. 그는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지금 76세이다. “철학적 틀을 기반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그 틀을 적용해 현대 사회를 진단해 보고자 했습니다.” 책을 펴내게 된 동기부터 밝힌 그는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한 철학은 한마디로 요약할 순 없으며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책에 대한 얘기는 곧바로 미국 부시 행정부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부시의 잘못된 세계 인식으로 인해 미국이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직면하게 된 것도 ‘열린 사회’에 반하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의 재선 반대를 공언하기도 했던 그는 “그간 미행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비미국적, 반애국적인 목소리로 치부돼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며 “그 바람에 이라크 침공이라는 큰 실수를 저질러 버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치나 사회 문제에도 깊숙히 관여하거나 관심을 보여 ‘국경 없는 정치인’으로도 이름 높다. 역시 테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전문가적인 분석을 펼쳤다. 그는 “헤즈볼라, 알카에다, 하마스 등이 생겨난 이유나 테러리스트들의 입장은 다 틀리다”며 “알카에다와는 협상의 여지가 없지만 다른 테러 집단과는 충분히 대화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국의 핵문제에도 전문가적인 식견을 보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현상 유지를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에 위력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그는 “때문에 북한은 다시 회담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때에는 반드시 북한에 ‘당근’을 보장해줘야만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를 신봉한다”는 그는 책에서도 지적했지만 세계가 안고 있는 당면 현안은 지구 온난화와 핵 확산, 독재자들의 존재 등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