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변신 첫 작품 '싸이보그지만 괜않아'상큼한 로맨틱 코미디, 또 다른 매력 발산

‘정신병원 환자라도 괜찮아.’ 그는 그래도 멋졌다. 푸대자루로 만든 것 같은 기괴한 환자복을 입고, 머리에는 안테나를 달고 다니는 우스꽝스런 모습이지만, 천진난만함을 가득 머금은 그의 미소에 여성 팬들의 가슴은 또다시 설렌다. 9일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제작 모호필름) 제작 보고회에서 영화배우 정지훈으로 스크린에 첫 모습을 드러낸 비(24)의 변신은 썩 잘 어울렸다.

비 역시 새로운 출발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월드 스타’ 비가 아니라, 신인 영화배우 정지훈으로 첫인사를 하는 자리였지만, 기자회견 내내 유머 섞인 경쾌한 말투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감독님이 내 안에 잠재된 또 다른 캐릭터를 많이 일깨워 주셨어요. 내가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았죠.”

비의 스크린 진출은 이처럼 박찬욱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비에게도, 박찬욱 감독에게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전과는 전혀 딴 판의 색깔을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비는 “여러분이 기대했던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는데도 암울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다.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착각하는 영군(임수정)과 남의 특징을 훔칠 수 있다고 믿은 일순(정지훈)이 정신병원에서 만나 펼쳐가는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비가 맡은 일순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자신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가지 가면을 쓰고 다니지만, 따뜻하고 환한 미소를 지녔다. 영군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비는 이러한 정신병원 사람들에 대해 ‘순박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밖에서 바라보는 불안한 감정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들어요. 뭐랄까, 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 순박함 말이죠.”

겉모습도 엉뚱하고 재미있는 그들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설정의 독특함 때문인지, 비는 특히 영화 속 헤어 스타일에 대해 대단한 만족감을 표했다.

“바가지 머리라고 하죠. 어렸을 때 했던 머리 스타일에서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일명 안테나 머리라고 해요. 그런데 (그 헤어스타일로는) 밖에 나가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영화 찍는 내내 밖에 나가는 것이 소원이었죠.”

의상에 대해서는 ‘엉덩이 굴욕(?) 의상’이라고 재치 있게 소개했다. “팔을 조금만 들어도 엉덩이 굴욕이 있기 때문에 많이 불편했어요. 하지만 그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저한테 매우 잘 맞아서 슛이 들어가기 전에도 옷을 입고, 머리 손질을 하면 바로 일순이 되는 착각에 빠지곤 했어요.”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과 임수정, 비.
영화 속에서 요들송을 직접 부르기도 한 비는 “발성까지도 바꾸어야 했던 힘든 작업이었지만, 나중에 영화에서 (관객들이) 요들송을 들으면 기분이 상큼하고 유쾌해질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세상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며 “관객들로부터 (연기에 대해) 욕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비는 12월 7일 개봉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올 겨울 스크린마저 상큼하고 촉촉하게 적실 태세다.

본명: 정지훈
생년월일: 1982년 6월 25일
키: 184cm 몸무게: 74kg
혈액형: O형
취미: 영화감상, 음악감상, 신발과 의류 수집
출신학교: 경희대학교 포스터모던 음악과
경희대학교 아트퓨전 디자인대학원 퍼포밍아트학과
데뷔앨범: 2002년 1집 앨범 ‘n001’
수상: 2006년 타임 100인상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