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농산물로 농업박람회서 화제

지난 11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농업기계박람회장. 국내외 농업기계들이 자국의 기술력을 경쟁하는 가운데 한 이색 코너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람회 참여업체 중 유일하게 농기계가 아닌 기능성 농산물을 선보인 ‘㈜배훈진 전시관’이다.

이날 전시관에는 인체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차가버섯의 주성분인 베타글루칸과 항산화효소 등을 벼에 전이시킨 배훈진 쌀을 비롯해 기능성 고추, 콩나물, 브로콜리 등이 처음 공개됐다.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은 특히 배훈진 쌀에 관심을 보였다. 쌀이 우리의 주식량인데다 200여 종에 이르는 기존의 기능성 쌀과는 재배 방식이나 효과 등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고로 농업이 위기에 몰린 점도 농민들의 기대를 자극했다.

행사장에서 ㈜배훈진의 김홍세(53) 대표는 “종래의 기능성 쌀은 정미소에서 도정한 후 각종 영양 성분을 코팅하거나 쌀에 균사를 배양하는 방식이지만 배훈진 쌀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자라는 벼에 전이한 것으로 그 성분이 체내에 고스란히 흡수된다”고 말했다. 기능 성분 중에는 인삼의 사포닌, 키토산, 게르마늄처럼 식물에 전이가 불가능하거나 경제성 등의 이유로 전이 방식을 통한 개발이 실패하거나 중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김 대표가 차가버섯 추출액을 함유한 농산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2004년 두산 식품 본부장(CFO)을 물러나면서부터. 김 대표는 재직 중 자사 대표 브랜드격인 ‘종가집 김치’에 힘을 쏟아 전국의 배추 농가와 인연을 맺고 다른 품종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퇴직 후 러시아를 세 차례 방문해 그곳에서 암과 당뇨에 탁월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가버섯을 접하고 그 효능을 농작물과 접목한 기능성 농산물을 전문 생산하는 ㈜배훈진을 2005년 설립했다. 배훈진은 러시아에서 차가 성분을 이용한 의약품 베푼긴의 우리말 상표.

김 대표가 차가버섯 추출물을 활용한 농산물 생산에 전력한 것에는 1990년부터 러시아와 농업협력을 해온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경제학 박사)과의 인연이 적잖이 작용했다. 이 원장은 러시아 기술진(국가 천연물질연구팀 A.A 데민 박사외 11명)과 함께 차가버섯 추출액을 쌀이나 다른 작물에 주입하는 방법을 개발, 지난해 10월 발명특허 출원을 한 장본인이다.

김 대표는 “암이나 당뇨의 치유와 예방 효과를 보이는 차가버섯 성분을 쌀이나 채소에 전이시키면 일상적인 식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차가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면서 “이것을 농가에 보급해 배훈진 기능성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수입 개방의 위협에 맞설 수 있고 그 유통을 원활히 해 모두가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에서 배훈진 쌀을 재배하고 있는 30년 경력의 임관영(51) 씨는 “올해 처음 5만 평에서 배훈진 쌀을 생산했는데 밥맛이 뛰어나고 몸에도 좋아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씨는 “식미분석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기존의 국내 최고 쌀에 비해 영양과 밥맛에서 손색이 없고 건강에는 더 좋아 재배 면적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가 버섯 추출물을 이용한 고추는 경북 영양에서, 양파는 경남 함양과 전북 무주, 마늘은 경기도 일대에서 재배하는 등 배훈진의 기능성 농산물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져 일본 나카타현, 중국 헤이룽장성, 인도 농업국 관계자들이 배훈진을 다녀갔다.

김 대표는 “국내 농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훈진 농산물은 국제 경쟁력이 충분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