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한 칼 하인츠 헤크하우젠 태국 유럽상공회의소 회장

“대륙횡단을 위한 랠리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끈끈한 관계를 재확인한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말 대륙횡단 대장정인 ‘파리 투 베이징’ 랠리를 완주한 칼 하인츠 헤크하우젠(63) 태국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이 새해 한국을 찾았다. 대장정은 99년 전 세계 최초로 파리-베이징 간 자동차 대륙횡단이 이뤄졌던 역사적 발자취를 되짚어 달린 행사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젤 엔진이 탑재된 E-Class CDI 차량에 탑승한 그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7일간 1만6,300㎞를 달리는 강행군을 소화해냈다. 종전 이 구간 랠리 기록은 62일. 최단 기간 완주 기록도 갈아치웠다.

“카자흐스탄의 조그만 도시에 들렀을 때 시장이 우리 일행들을 초청해 환영식을 열어줬습니다.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만 옆에 앉은주민에게 ‘오늘 밤 이 사람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파리를 출발해 유럽과 아시아 9개국, 사막과 험로, 하이웨이, 초원과 산악 지대 등 다양한 지형을 경험한 그는 “당시 받았던 환대가 너무도 그립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4월 랠리 계획을 듣자마자 참가 의사를 밝혔다. “듣는 순간 `칼, 너는 이 일을 해야만 해`라는 내면의 욕구를 느꼈습니다.” 이번 여정은 CDI 엔진의 성능을 시험하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대륙횡단 내내 차에 동승했던 이들과의 유대관계를 맺어 더 기뻤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차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때로는 서로 진지하게 힘들었던 경험담를 나누며 이겨냈죠.”

그의 삶은 모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독일로 발령 받았을 때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독일까지 차를 타고 달렸다. 태국에선 정글 탐험을 나서기도 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