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면달호'서 트로트 가수로 1년 만에 스크린 복귀

“트로트를 얼마나 맛깔나게 소화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이차선 다리’ 노래가 화제가 돼서 부를 기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시 가수할 생각은 없어요.”

‘코믹 캐릭터의 최강자’ 차태현(30)이 영화 <복면달호>(감독 김상찬, 김현수, 제작 인앤인픽쳐스, 스튜디오 2.0)에서 트로트 가수 봉달호 역을 맡아 스크린에 돌아왔다.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 영화 ‘파랑주의보’(2005년)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러나 이 귀엽고, 풋풋한 이미지의 순수 ‘훈남’(훈훈한 남자)의 컴백 주위에는 요즘 많은 말들이 나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과의 비교가 대표적. 극중 주인공의 직업이 가수이고, 영화 속 ‘히트곡’을 직접 부른다는 등에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차태현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는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내가 진짜 바닥을 쳤구나, 완전히 신인이 됐구나 생각을 했어요”라며 난감한 심경을 털어놨다. “‘제2의 김아중될까’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2의 ‘미녀는 괴로워’도 아니고. 기분이 묘했죠. 정말 자극적인 기사가 많아요.”

요즘 ‘김아중, 인기 고공행진’이라는 말에는 별 이의가 없지만, 차태현과 김아중의 스타로서의 우열을 가리는 데는 경륜의 ‘급’이 다르다. 차태현은 이미 검증받은 스타. 다만 80년대생 이전과 이후 팬들 사이의 반응이 다를 뿐이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벌써 연기생활 13년째.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의 그 남자로 2001년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2002년과 2003년에는 인기스타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지금까지 모두 2장의 앨범(2001, 2003년)을 내기도 했던 그는 가요 인기차트 1위를 찍었던 가수로서의 짧지만, 굵은 경력도 있다.

이에 차태현이 영화 <복면달호>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와 연기는 왜 그가 ‘제2의 OOO’로 불리는 것이 부당한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친근하지만 결코 가벼이 대할 순 없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어리숙하지만 제대로 실력을 갖춘,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모두에서 프로근성이 뚝뚝 묻어나는 그다.

<복면달호>는 철없는 로커 지망생 달호가 매니저를 잘못 만나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는 뒤 겪는 좌충우돌 성공 스토리. 코믹 영화를 표방하지만, 영화에서 그가 트레이드 마크인 코믹 캐릭터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열정에 비해 노력 실력이 한참이나 안타까운 트로트 가수 서연(이소연)과 신선하면서도 달콤한 로맨스 연기는 멜로배우 차태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코믹 요소에 치우친 예고편이나 홍보물을 보고 사람들이 <복면달호>는 저게 다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에요.”

지난해 첫사랑(작사가 최석은)과 결혼에 골인한 명실상부한 유부남이지만, ‘어리버리 천진난만’한 소년 같은 앳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귀여움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차태현은 “결혼한다고 사람이 바뀌겠습니까?”라고 유쾌하게 응수했다. “귀엽다는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쑥스럽지는 않아요. 좋게 받아들이죠.”

그러나 복면 속에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달호처럼, 그는 어쩌면 겉과 속이 다른 배우일지 모른다. 너무 순진무구해서 때로 철없어 보이기도 한 그의 외적 이미지와는 달리 차태현의 말에는 속이 꽉 찬 성숙한 이미지가 물씬 묻어나온다. ‘망한 영화’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영화 <복수혈전> 이후 이경규가 15년 만에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을 리 만무하지만 짐짓 태연한 모습이다.

그보단 이경규에 대한 걱정을 앞세운다. “이경규 대표가 부담을 준 건 없어요. 오히려 언론에서 부담을 많이 줬죠. 이 대표는 ‘이경규 영화다’라는 내용이 기사화될 때마다 오히려 제게 미안해 했어요.”

영화의 흥행 등 외적인 요소 대신 차태현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따로 있다. “영화 속에서 부르는 ‘이차선 다리’ 노래에 중점을 뒀어요. ‘이차선 다리’ 노래가 대중들에게 미리 친숙해진다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도도 높아지겠죠. 그래서 홍보도 노래 위주로 열심히 뛰고 있어요.” 정말 해보고 싶은 음악영화여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노래가 잘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코믹하고 귀여운 차태현 고유의 매력과 노래 실력이 골고루 조화를 이룬 <복면달호>가 개봉(2월 15일)되면, “차태현이 누구야?”라는 신세대 누리꾼들의 댓글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년월일: 1976년 3월 25일
키: 175cm 체중: 65kg
혈액형: A형
출신학교: 서울예술대학 다중매체학- 중앙대학교 언론대학원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