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에서 첫 주연… 이름 바꾸며 각오 다져

사진= 임재범 기자
‘처음’만큼 설레고 또 두려운 단어가 있을까. 시청자들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신인 배우의 떨림과 긴장을 쉽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SBS 드라마 툰 <달려라 고등어>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첫선을 보이게 된 새내기 탤런트 정윤조(26)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도 바로 기대감과 부담감, 두 감정이었다.

“이전에도 <일단 뛰어>나 <방과 후 옥상> 등 몇몇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비중이나 출연 횟수가 적어서 연기를 배우기엔 미흡한 점이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달려라 고등어>는 시청자들에게 저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죠. 그만큼 욕심도 많고 걱정도 많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은 저도 막 연기를 시작하는 단계잖아요. 제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어요. 첫 작품이니까 감독님들 조언받으면서 열심히 연기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

또렷한 눈빛과 앙다운 입술, 또박또박한 말투 속에 신인다운 열정과 패기가 느껴진다.

<달려라 고등어>는 SBS가 2년여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청춘드라마. 24부작에 걸쳐 고등학교 축구부를 무대로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얘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이 드라마는 신인 등용문 역할을 자처하며 주인공 4명을 모두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신인들로 캐스팅해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툰’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눈길을 끈다.

일반 드라마에 만화적인 화면 구성과 효과를 덧입히는 형식의 드라마 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기법이라고 하니, 이래저래 ‘처음’과 ‘처음’이 만나는 드라마인 셈이다.

짝사랑에 지독한 가슴앓이 연기

정윤조가 맡은 역할은 아나운서가 돼서 재벌과 결혼하는 게 꿈인 자존심 강한 된장녀 윤새미. 눈에 띄게 화려한 외모,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우수한 성적에 학생회장까지 맡고 있어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마음 속은 가난한 집안 환경에 대한 콤플렉스로 뭉쳐 있다. 그래서 새미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명품에 매달리거나 더욱 콧대 높게 굴곤 한다.

그런 새미가 사고뭉치 축구부원 차공찬(이민)에게 반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차공찬이 영국의 유명 사립학교를 다니다가 전학왔다는 민윤서(문채원)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새미는 짝사랑을 향한 지독한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새미는 자칫 잘못하면 ‘재수 없어 보이기 딱 좋은’ 역할이죠. 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새미의 마음 속 상처가 조금씩 드러나게 돼요. 그런 면에서 새미는 악역처럼 보이지만 진짜 악역은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도 새미를 악역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카리스마를 살리는 것이죠. 보통 악역이 ‘하이톤’으로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소리가 대부분이라면 새미는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고나 할까요. ”

처음으로 맡은 주인공 역할을 위해 캐릭터 연구에 많은 열정을 투자한 덕분인지 그의 대답은 거침없다. 사실 정극 연기를 하기에도 익숙지 않은 신인 배우의 입장에서 드라마 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기하기란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이번에도 그는 단숨에 답을 이어간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연기와는 다른 면이 많죠.

만화의 느낌을 살려야 하니까 표정이나 행동이 과장된 경우도 많고…. 처음에는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걱정이 컸는데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애니메이션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라 저희 드라마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드라마 툰답게 코믹한 요소를 살리면서도 정극 연기로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죠.”

이번 드라마를 향한 그의 남다른 각오를 보여주는 것은 이처럼 철저한 연기 분석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정구연’이란 이름 대신 ‘정윤조’란 예명을 새로 얻었다.

정구연이라는 본명이 연예활동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어머니의 권유로 ‘진실한 아침’이란 뜻의 예쁜 예명을 얻게 된 것이다. 그는 “새 이름을 얻으면서 이제야 비로소 연예인 정윤조로 진짜 활동을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사실 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우연히 패션 모델 콘테스트에 응모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됐어요. 제가 워낙 욕심이 없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연예인에 대한 확신이 없이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마음 속으로는 갈등이 많았죠.

연예인이 내게 맞는 건지 자신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달려라 고등어>를 만나면서 연기 욕심도 생기고 지금 제 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예전과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치열한 고민 끝에 결론에 다다른 정윤조는 앞으로도 연기에만 올인할 계획이다. 남들보다 더욱 깊이, 더욱 많이 고민했기에 그만의 연기관도 확고하다.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자’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

“제가 인상이 강한 편이잖아요. 그런 저의 외모가 연기자로서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만의 색깔이 강하다보니 맡을 수 있는 캐릭터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튀는 연기를 하는 건 오히려 쉽잖아요. 상황에 녹아 들어가듯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지킬 수 있는 연기가 진짜 어려운 거죠. 그런 연기자가 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연기력을 키워가면서 저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새 이름, 새 마음, 새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새롭게 만나게 된 탤런트 정윤조.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그이기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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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흔 객원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