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멜로디·외모에서 한결 깊이있고 성숙해졌대요" 6년만에 4집 앨범 내고 컴백

어른이 된 피터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어른이 된 ‘한스밴드’ 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그들이 6년 만에 4집 앨범 를 들고 한껏 성숙해진 모습으로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동화 속 피터팬은 영원히 어린이로 남아있지만 현실 속 한스밴드는 6년의 세월 동안 훌쩍 어른이 되었다.

한스밴드의 세 자매 김한나(25·메인 보컬), 김한별(24·키보드), 김한샘(23·색소폰)은 어느새 중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소녀에서 숙녀로 변해 있었다.

“외모도 많이 변했지만 그보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만들어준 이미지와 음악으로 활동을 했다면, 이번에는 곡 선택부터 모든 작업을 우리 스스로 했거든요.

그래야 노래하고 연주하는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앨범에 담을 수 있잖아요. 누가 만들어준 음악이 아니라 진짜 한스밴드의 손때가 묻은 음악이에요.”(한나)

장난끼 가득한 눈매와 짓궂은 표정은 예전 그대로인데 대답하는 말 속에는 어른다운 신중함이 묻어난다.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한스밴드의 세 자매가 성장했듯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 역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자매가 나란히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며 음악적 역량을 쌓아온 결과다.

가장 달라진 것은 큰언니 한나의 포지션 변화. 드럼을 연주하던 한나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드럼 대신 메인 보컬로 나섰다. 둘째 한별이 보컬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나날이 발전해온 막내 한샘의 색소폰 연주 실력은 앨범 전체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음악적 테크닉은 예전보다 많이 는 것 같아요. 특히 한샘이의 연주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죠. 무엇보다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했어요. 진짜 일을 하는 게 어떤 건지 비로소 이번에 배운 셈이죠”(한나)

테크닉의 변화 외에 앨범 전체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오락실>, <선생님 사랑해요> 등에서 빛났던 한스밴드의 통통 튀는 목소리와 멜로디는 한결 깊이 있고 차분해졌다.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좋았던 모던 록 느낌의 곡들 대신 <좋아요>, <라파> 등 R&B느낌의 곡이 많아진 것도 눈길을 끈다.

“우리가 직접 관여한 앨범인 만큼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닌 한스밴드의 색깔을 찾아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장르의 변화를 의식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를 찾으려다 보니 앨범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라진 거 같아요. ”(한샘)

“물론 예전의 <오락실>은 어른들이 만들어준 노래이지만 한스밴드의 색깔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은 한스밴드에겐 참 고마운 일이죠.

지금까지 갖고 있던 한스밴드의 색깔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걸 찾겠다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잘 닦아주신 바탕 위에 우리 스스로 찾아낸 한스밴드 고유의 마음을 덧입히고 싶었어요. ”(한별)

세 자매는 대답마다 한결같이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좋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란 마음을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한스밴드의 생각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그거예요. 예전엔 그냥 노래를 불렀다면 이번 앨범에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려고 했어요. 듣는 사람들이 노래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한나)

이런 변화에는 앨범 활동을 쉬었던 지난 6년 동안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스밴드는 2001년 이후 예상치 못한 소속사 분쟁에 휘말리며 한동안 TV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스밴드는 그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활동을 계속해왔다. 고아원이나 장애인 시설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공연해온 것.

“힘든 분들을 찾아가 공연을 할 때면 우리 가족 얘기를 많이 해요. 우리 가족이 힘들었던 시절을 솔직하게 들려드리면 그분들도 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도 해요. 우리가 밝은 모습으로 공연을 하면 그것 자체가 그분들께는 ‘희망’이 돼요.”(한샘)

그렇다, 바로 그 희망이 ‘한스밴드’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스밴드는 하루종일 버스 2대만 드나들고 그것조차도 눈이 오면 끊기는 오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목사이던 부친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자랐다. 바로 그 아픈 경험 때문에 한스밴드가 노래하는 ‘희망’은 듣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사실 중학생 때 데뷔했으니까 사회생활을 일찍 한 편이잖아요. 어른들의 세계에 너무 일찍 발을 들여놔서 그런지 보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이 보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때 다시 사람을 믿고 세상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이 있었어요. 지금의 한스밴드가 있도록 가장 많이 깨우쳐 준 사람들이었죠. 우리가 그 가족에게서 희망을 배우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을 주는 가수이자 가족이 되고 싶어요.”(한별)

얘기가 진지해지자 세 자매의 눈빛이 순간 촉촉해지는 듯하다.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막내 한샘이 언니들에게 장난을 걸자 세 자매는 다시 주거니받거니 실랑이를 벌이며 밝은 분위기를 되찾는다.

“(세 자매가) 가족이니까 그룹 해체 걱정은 없다”며 장난스레 말하지만, 그들의 끈끈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게 한다. 한스밴드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이들은 앞으로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각자의 영역을 넓혀 갈 생각이다.

“예전엔 한스밴드라는 틀에 묶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틀을 벗고 나니 한스밴드라는 이름으로 저희 셋이 모여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더라고요. 앞으로도 저희 셋은 계속 함께하겠지만 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려고 해요.

큰언니는 음반 제작이나 후배 양성 같은 음악 활동에 더 전념하고 싶어하고요. 둘째언니는 의류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전 오락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해서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싶어요.”(한샘)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담아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는 한스밴드. 이제 막 어른이 된 세 자매가 꾸는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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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