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곤 못배길걸요"… KBS 시대극 '경성스캔들' 일류 기생으로 섹시미 발산

빨강. 왠지 모르게 ‘도발적’이라는 수식어와 참 잘 어울리는 색이다. 도발적인 매력을 지닌 배우 한고은(32)이 빨강색과 유난히 잘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녀가 1930년대 경성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치명적 매력의 기생이 되어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 시대 경성 최고의 멋쟁이였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독립투쟁과 사랑을 담은 KBS 드라마 <경성 스캔들(연출 한준서, 극본 진수완 )>을 통해서다.

소설가 이선미의 <경성애사>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퓨전 시대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 시대 젊은이들의 대담한 모습를 그려나갈 예정.

지난달 30일 있었던 <경성 스캔들>의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모던 걸’ 한고은은 단연 첫 등장부터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도발적이었다. 짙은 붉은 빛이 감도는 원피스에 선홍빛 구두와 빨간 립스틱.

“국내에서 빨간 원피스가 제일 잘 어울리는 여배우”라는 동료 배우의 짓궂은 놀림조차 칭찬으로 들릴 정도로 빨간 원피스의 한고은은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 그런 그에게 카메라 세례가 쏟아지는 건 당연.

그녀는 여기저기 장소까지 옮겨가며 다양한 포즈와 함께 뇌쇄적인 눈빛을 뿜어낸다. 카메라의 집중공격이 부담스럽기는커녕 오히려 한고은은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빨간 원피스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처음엔 빨강색이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예쁘다고 봐주시니 기분이 좋아요.” 함께 출연하는 강지환 씨가 ‘처음 <경성 스캔들>을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각자 캐릭터와 어울리는 의상을 입는 게 어떨까’ 제안하는 바람에 한고은도 맡은 역할에 맞게 다소 파격적인 선택을 한 거라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길래 캐릭터에 가장 잘 맞는 의상으로 빨강색을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한고은이 연기하는 ‘차송주’는 당시 고급관리들이나 드나드는 최고급 요릿집 명빈관의 일류 기생. 치명적인 외모에 경성 최고의 모던 걸다운 파격적인 패션 감각까지 갖추고 있는 여자다.

그뿐인가? 고혹적인 춤에 끈적끈적한 노래 솜씨 또한 일품이니 경성에서 ‘차송주’에게 홀리지 않을 남자는 아무도 없었으리. 하지만 한고은은 화려함만이 차송주의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차송주는 황진이, 논개에 여전사 블레이드를 합친 것 같은 여자에요. 겉으로는 팜므파탈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드러내지만, 속 깊은 곳에서는 강단 있게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 만큼 강하고 또 인간적이죠.”

처음 대본을 본 순간 그 역할이 너무 탐났다는 한고은은 “차송주가 화려하기만 한 꽃 같은 여자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차송주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묻자 한고은은 잔뜩 애교 있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건 비밀인데(웃음).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조금만 힌트를 주자면 그 시대의 요정이라는 곳이 고급 정보들이 오가는 곳이잖아요. 기생은 그런 정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던 직업이죠.” 뭔가 긴박감이 있을 법도 한대 그녀는 직접 드라마를 보고 확인하란다.

그 비밀이 무엇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차송주의 직업이 기생이다보니 한고은이 극중 입고 등장하는 화려한 패션은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인 만큼 양장은 물론 기모노도 자주 입는다. 최근 포스터 촬영장에서 그녀가 입었던 붉은 기모노의 가격은 대략 4,000만원 선.

워낙 고가이다 보니 그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보는 사람들은 화려하고 예쁘다고 하는데 솔직히 입고 있는 저는 힘들었어요.

사극을 찍으면서 한복은 익숙할 만큼 입어봤지만 기모노는 처음이었거든요. 허리 부분을 단단히 조일 때는 많이 답답하기도 하고, 옷이 워낙 무거우니까 벗을 땐 허리가 숙여질 정도로 휘청거리기도 했어요. 한복이 얼마나 입기 편하고 가벼운 옷인지 새삼 깨달았다니까요.”

한고은은 극중 30년대 모던 걸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깃털 달린 모자 등 액세서리를 많이 활용한다. 그렇다고 그가 패션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 한고은은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1930년대 젊은이들의 생활과 사상, 분위기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깨달았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해준다.

“1930년대는 일제 강점기였으니까 아무래도 독립운동과 같은 비장한 분위기로 다뤄졌던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 시대야말로 막 근대사상을 받아들인 ‘모던 보이’, ‘모던 걸’들로 자유가 꽃피는 때였어요.

경성의 밤거리만 해도 흔히 생각하는 30년대 분위기와 달리 화려하고 자유로워요. 지금 우리 시대와도 통하는 점이 많아요. 새 문물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 것은 어디까지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죠.”

차분하게 대답하는 한고은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한고은은 “드라마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진지하지만 분위기는 유쾌하고 발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래도 퓨전 시대극이니까 기존의 시대극들과는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를 거에요. 실제로도 1930년대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적이었지만, 흥미를 위해 더 화려하게 꾸민 부분도 있었죠 시청자들도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저게 무슨 1930년대야’ 할 만큼 화려한 볼거리가 많이 등장할 거라고 귀띔한다.

도회적이고 화려한 외모를 지닌 배우 한고은. <경성 스캔들>로 안방에 진짜 ‘인기 스캔들’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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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