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서 복수의 칼 가는 강한 캐릭터 열연

“부담감 때문에 힘들지만 이를 꽉 깨물어요.” 이준기(27)는 스타성에서는 첫 손에 꼽힐 만한 배우지만, 연기면에선 완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새내기급 연기자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러나 영화를 끝낸 뒤에는 그 ‘왕의 남자’ 캐릭터에 갇혀 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이준기란 배우를 사람들이 채 알기도 전에 ‘예쁜 남자’란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심어진 탓이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극본 한지훈, 연출 김진민) 제작발표회에서 이준기는 “이미지 변신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틀을 깨려 할수록 그것이 오히려 족쇄가 됐다”며 “그래서 이제는 ‘왕의 남자’를 의식적으로라도 잊고 새 작품에 몰입하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짧게 잘라 무스를 바른 머리, 날이 선 흰 와이셔츠, 단정한 검정색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이준기의 모습에서는 브라운관에 첫 주연으로 나서는 것에 대한 설렘과 각오가 한 눈에 묻어났다. 건강한 남성미가 물씬한 풍모와 예의 단정한 차림새는 보는 이에게도 신선한 긴장감을 전해줬다.

“이전부터 긴 머리의 늘 똑같은 헤어스타일이 답답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작품 밖에서) 매번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머리를 깎고 나니 시원하다.

왜 사람들이 갑갑해 했는지 알겠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국정원 요원 이수현 역을 맡아 지난해 2월 종영된 <마이걸> 이후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를 한다.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활화산 같은 폭발력을 감추고 있는 다면적 캐릭터다. “어릴 적 조직의 암투 속에서 어머니를 눈 앞에서 잃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에요. 항상 가슴 속에서 복수의 칼을 갈죠.

그래서 맞닥뜨리는 상황이 변화무쌍하고, 또 상처 때문에 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물이라 제가 과연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겁난 동시에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아마 작품이 끝날 때까지도 이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부담감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러나 어려운 캐릭터의 한면 한면을 풀어갈 때마다 느끼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시나리오를 이해하기 위해 비슷한 부류의 작품들을 많이 봤습니다.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이준기, 남상미가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영화 <무간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다 갖고 싶은 만큼 매혹적이어서 작품에서 이용하려 하다가 더 큰 혼란을 느꼈습니다. 욕심이 많으면 중심을 잃게 되니까요.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다 후회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조언으로 빨리 중심을 찾았다고도 덧붙인다. 그러한 그의 연기는 이전과 달리 한층 거칠고 강렬한 남성의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올 듯하다.

사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이준기에게는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지독한 고생이 뒤따랐던 작품이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느와르’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라 화면에는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거친 암흑세계가 담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준기는 지난달 태국에서 진행된 액션 장면 촬영에서는 현지 유명 무에타이 선수와 장장 10시간이 넘는 대결을 펼쳤는가 하면, 시궁창에 빠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엔 ‘에피소드’라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어요. 특히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배설물이 둥둥 떠다니는 하수구에 빠진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괴로웠죠. 진짜 뭉글뭉글한 느낌이 드는 배설물들이 얼굴에 와 닿고, 그 물을 수없이 마셔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지나고 나니 다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되네요.”

그는 캐릭터에 대한 커다란 부담감을 지녔음에도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로는 “이준기라는 배우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캐릭터는 성격이 딱 정해져 있고, 절제된 부분을 지켜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수현은 굉장히 다채로운 캐릭터에요. 여러 부분에서 다양하게 ‘놀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 때 ‘못 놀면 바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준기는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떠올릴 때면 ‘예쁜 남자’를 생각하지만, 일단 저를 먼저 보고 나서‘여장 남자’모습을 보면 매우 어색해 합니다(실제로 다분히 남성적이기 때문).

<개와 늑대의 시간> 감독님도 매우 의아해 하셨습니다. 저를 수현 역에 캐스팅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거칠고 강한 남성 역은 또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해서요.” 그 말처럼 <왕의 남자>로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준기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매력적인 남성상을 그려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선 굵은 남성미를 대표하는 드라마 <신돈> <영웅시대>를 연출한 김진민 감독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야수> 등을 집필한 한지훈 작가가 손을 잡은 <개와 늑대의 시간>은 7월 18일 첫 방송된다.

● 이준기 약력

생년월일: 1982년 4월 17일 키: 178cm

체중: 63kg 데뷔: 2001년 소베이직 지면광고 모델 수상: 제 4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패션니스트상(2006)

제 4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 남우상, 국내 인기상, 해외 인기상

제 10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최고인기 해외스타상(2007) 출신학교: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2005)

한서대학교 영상예술학과 연기전공 편입(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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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