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끝자락에 선 그녀5집 앨범 빅히트 이어 후속곡 '그대를 알고' 준비중

동그란 두 눈에 통통한 볼살로 ‘애송이’의 사랑을 노래 하던 ‘여고생 가수’ 가 어느새 20대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풋풋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6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가수 양파(28.본명 이은진)를 만났다.

지난 5월 5집 앨범 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사랑…그게 뭔데>로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 째. 요즘 양파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6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이 발매 하루 만에 오프라인 앨범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심상찮은 기운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타이틀곡 <사랑..그게 뭔데> 역시 온라인, TV, 라디오 음악 순위 프로그램까지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많이 사랑을 받을수록 찾는 곳도 많아지는 건 당연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후속곡 <그대를 알고>로 활동 준비에 한창이라고 했다.

서울 청담동 팬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양파는 그래서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얼마 전 콘서트 무대에 오르면서 너무 긴장을 했는지 급체를 했다며 지금도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도 저 건강한 편이에요”라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6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첫 무대에 서는 데 너무 긴장이 됐어요. 그 전날 무대에서 쓰러지는 악몽까지 꿨을 정도니까요. 무대에 올라섰는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너무 차가운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오랫동안 여러분들과 헤어져 있었나 하는 안타까움도 들고.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지막에 여러분이 보내주셨던 따뜻한 박수만큼은 기억이 나요.”

쑥스러운 듯 애써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양파의 목소리에서 가는 떨림이 묻어난다. 지금이야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앨범의 성공에 어느 때 보다 큰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사실 양파는 앨범 발매 전만 해도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수라면 누구나 그럴 거에요. 앨범을 내놓기 전이면 항상 굉장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다른 때 보다 그 부담감이 훨씬 컸던 게 사실이에요.

제가 6년 동안 음악 공부를 하러 유학을 다녀 왔다는 게 다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음악적으로 더 멋진 걸 보여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죠.”

무엇보다 오래 기다려 준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선곡부터 녹음까지 모든 과정이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기에 양파는 이번 5집 앨범을 ‘욕심을 갖고 시작한 앨범’이라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선곡도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보컬에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데뷔 초부터 제가 줄곧 부정해 온 게 하나 있어요. 선배들에게서 제 목소리에 ‘뽕끼(?)’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거든요.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어도 한국인 만이 가질 수 있는 절절한 느낌 같은 거요. 그 말이 참 듣기 싫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한국적 정서에 딱 맞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면 그거야 말로 저의 가장 큰 자산이죠. ”

덕분인지 양파의 목소리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리고 앳된 느낌이 사라진 대신 깊은 울림이 더해졌다. 예전에 비해 조금 굵어진 음색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물론 그 역시 ‘팬들이 기억하고 기다려 준 예전 목소리로 돌아가야 하나’란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솔직하게 노래하자!’였다고 한다.

스물아홉 지금의 목소리가 열아홉 그때의 목소리와 다른 것은 당연한데, 스물아홉의 나이에 억지로 열아홉의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싶진 않았다고 강조한다.

“조니 미첼이라는 가수가 있어요. 20대의 아이들 가수로 데뷔해 50대가 넘어서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인 대 가수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사람 목소리에요.

아이들 가수 시절에는 맑고 어린애 같은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던 그가 50대에는 굉장히 거친 저음의 목소리를 갖게 되죠. 저는 그게 굉장히 멋있어 보였어요.

세월을 겪으며 사람이 변하고, 목소리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잖아요. 저 역시 제 나이에 맞는, 제가 겪어온 세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솔직하게 노래할 거에요.”

어딘지 모르게 단단해 졌다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데뷔한 양파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내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겪으며 남다른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양파는 그 시절의 자신을 ‘너무 일찍 지쳐버린 엘리스’였다고 말한다. “정신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지금은 그 시간이 후회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조금 더 빨리 움직여볼걸.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 같은 거에요.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거친 덕에 지금의 저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차분한 말투 속에 그간의 맘 고생이 묻어난다. 그간의 고생을 딛고 일어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양파.

지금 그가 바라는 가장 큰 욕심은 ‘오래도록 사랑 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다. “고여 있는 물은 식상해 지기 쉽잖아요. 언제나 솔직한 제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항상 변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래도록 노래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꾸준한 노력이 있기에 지금의 성공이 더욱 빛나 보이는 양파. 그가 앞으로 어떤 색깔을 지닌 가수로 성장해 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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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