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생태연구가 임봉덕 씨 14년간 찍은 새 사진 본지에 단독 공개청도요·흰꼬리 딱새등국내 조류도감에 없는 조류 많아국내 최초로 '매사촌 탁란' 부화 과정 카메라에 담기도

조류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소음공해, 온도변화 등 생태환경에 가장 민감한 생물이다.

그래서 새의 서식지는 친환경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아마추어 생태연구가 임백호 씨는 와 탁난기러기 등 다수의 희귀조를 비롯해 남한산성에서 14년 동안 발견한 109종의 새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본지에 단독 공개했다.

임 씨가 종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조류학자 윤무부 전 경희대 교수도 “도심의 숲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가 발견된 전례가 없다”며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생태에 관심을 기울이다 새 연구에 푹 빠지게 됐어요. 새를 연구하다보면 생태환경과 변화가 한눈에 보이거든요. 새는 땀 분비샘이 없어 목욕을 자주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라야 살수 있지요. 먹이환경도 좋아야 하고, 소음도 적어야 해요. 새들이 찾는 곳은 생태환경이 훌륭한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남한산성은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자연생태가 뛰어난 곳이죠.”

그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서울 남산에서 낙엽이 부식되는데 7~8년이 소요되는 반면, 이곳 남한산성에서는 불과 1~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낙엽부식의 지연은 공기오염에 의한 산성비의 영향으로 토양이 산성화되고, 그에 따라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격감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식물성장 부진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생태환경이 우수하다보니 반딧불이나 가재 같은 새의 먹이도 풍부하다. 또 남한산성은 연중 내내 평균기온보다 4~5도가 낮다.

온난화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증거다. 최근 들어 겨울온도의 상승 때문에 서식지를 떠나온 겨울철새가 이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큰유리새 암컷

남한산성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 씨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새를 관찰하러 나간다. 새들은 예민해서 인기척을 들으면 도망가기 일쑤다.

처음엔 그런 새들을 촬영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새가 있는 곳을 알아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리모콘으로 촬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들과 친해져 새 옆에 다가가 근접촬영도 많이 하고 있다.

“새를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속설과 달리 참 영리한 동물이에요. 새들도 많이 본 사람은 얼굴을 기억하고, 말기도 알아들어요. 그리고 사람처럼 새들도 제각각 성격이 있답니다.

철새보다는 꿩, 까마귀, 까치, 참새와 같은 텃새들이 그야말로 ‘텃세’가 심해요. 또 일반적으로 색깔이 화려한 새일수록 성격이 까다롭습니다. 새들의 성격을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하니 촬영이 훨씬 수월해요.”

그동안 참새나 까치, 제비, 부엉이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새뿐 아니라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진귀한 새들도 많이 발견됐다.

흰꼬리 딱새

, , 큰부리밀화부리, 등 남한산성에서 그가 발견한 희귀조류들 가운데는 국내 조류도감에 등재돼 있지 않은 것들도 많다. 또 국내 최초로 알의 부화과정을 관찰에 사진에 담는데도 성공했다.

그가 윤무부 교수에게 제공한 희귀 조류의 사진과 탐조일지는 윤 교수의 저서 ‘한국의 새’ 개정판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생태와 조류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온 임 씨의 소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서식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서식지가 파괴될 염려가 크지요. 그래서 환경청에 이곳을 조류보호지로 지정해 특별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개를 끌고 산에 오르는 등 환경청으로부터 아무런 규제가 없어 말뿐인 조류보호지가 되었어요.”

그는 남한산성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매년 오던 멋쟁이 새가 지난해에는 오지 않았다. 성 남문에서 내려오는 강물이 갈수기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탁란

그밖에도 물총새와 솔부엉이, 방울새, 후투티 등이 몇 년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임 씨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인위적인 서식지 파괴를 막아주면 더 이상 오지 않는 새들이 다시 돌아올 겁니다. 새가 많이 살아야 생태환경도 좋아집니다. 새들은 자연숲을 형성하는데 위대한 공헌자이지요. 새들이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나무가 잘 자라거든요.”

많은 사람들과 새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남한산성자연사랑’(http://cafe.daum.net/tkstjdrkr09)이라는 온라인카페를 개설해 누구나 조류 관련 자료들을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지역 환경단체에서 교육 자료로 쓰겠다며 새 관련 자료들을 요청하자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선뜻 내놓았다. 그가 자료제공의 대가로 요구한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새들이 살수 있는 인공둥지 30개였다.

인공둥지는 뱀의 공격이나 비, 혹한으로부터 새를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한 아마추어 생태연구가의 조류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남한산성에 더 많은 새들이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매사촌

청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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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