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사랑' 40년의 흔적 한자리에 68년부터 미술 기자로 왕성한 활동… 암 투병 중에도 작품전 열어

평생 동안 미술현장 구석구석을 살펴 온 1세대 미술 전문기자 이규일씨가 암 투병 중임에도 손수 모아온 작품들을 한 자리에 펼쳐 보였다.

8월 28일까지 삼청동 리씨 갤러리에서 열린 ‘맑고 격 있는 수장 청완 작품전’. 40여 년간 그림 사랑을 실천해 오면서 한 점 한 점 아끼는 작품들만을 골랐다.

1968년 기자 생활을 시작, 90년대 초 계간미술과 월간미술을 거치면서 미술 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벌인 이 씨는 2000년부터 미술 전문지 월간 ‘Art’의 제호를 ‘Art in culture’로 바꿔 지금까지 발행해 오고 있다. 또 미술 연구소 ‘미술사랑’ 대표를 역임하면서 미술계 마당발로 노익장을 과시해 왔다.

이번 전시회는 미술 전문 기자로서 그가 걸어온 자취를 기리는 전시회다. 모두 수집 작품과 기증 작품 170여 점. 원로작가 김형근씨를 비롯해 김종학, 오승윤, 장욱진, 김기창 등의 수작들이다.

회화와 조각, 도자 및 고서화 등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풍성한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몇몇 작품 옆에는 이 씨가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

이 씨는 특히 최근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전시회는 식을 줄 모르는 그의 그림 사랑 뿐 아니라 미술계 선후배들이 그의 쾌유를 비는 마음까지도 담겨져 있다. 각계 저명한 작가와 화랑인, 언론인, 평론가 50여명은 ‘이규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이번 전시를 도왔다.

기자 시절 각종 미술 행사와 전시에 빠지는 일 없이 취재일선에서 활약하며 발품을 팔아 취재한 이야기들을 엮어 책을 낼 만큼 그는 부지런한 천성으로도 유명하다.

항상 배움의 자세로 노력하며 사소한 뒷얘기 까지도 꿰뚫고 있어 미술계의 산증인으로도 꼽힌다. 그만큼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 미술에 대한 그의 안목과 깊은 애정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내가 그림을 모으고 집에서 좋은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인연 때문이다. 아주 우연히 미술기자라는 호칭을 얻게 됐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기회가 많이 생긴 것이다. 또 필연 역시 내 경우에는 우연이라는 탈을 쓰고 나타나 내 관심과 정열에 의해 움직였다.”

이 씨는 신문기자가 된 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미술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했다. 70년대 초반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화백과의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그는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을 깨쳤고, 이 작품 감상의 찰나가 미술에 대한 영원한 애착으로 바뀌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명실상부한 ‘미술기자’가 됐을 뿐 아니라, ‘미술품 애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이당 선생의 도움으로 선생의 제자 였던 월전(月田) 장우성 (張遇聖),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선생과 친구인 심향(沈香), 박승무(朴勝武), 춘초(春草), 지성채(池盛彩) 선생 등에게서 그림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운보 김기창 화백이 세계일주 화첩 기행을 제안해 오면서 미술기자로서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름아름 맺은 소중한 인연과 경험 덕분에 미술을 더욱 사랑하고, 평생동안 미술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다”는 그는 “진정한 애호가는 머리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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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