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재벌기업 규제완화·노동시장 유연화는 서민들 밥그릇 뺏는 정책"비정규직 철폐·한미 FTA 반대는 민노당에게 생명같은 구호통합신당 등 사이비 개혁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 절대 불가능

민주노동당은 2007년 진보정당의 대선 주자로 권영길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민노당에 부는 늦가을 바람은 적잖이 쌀쌀하다. 17대 대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이나 후보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까닭이다.

권 후보는 ‘만인보’를 통해 직접 전국을 돌며 밑바닥 민심을 훑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게다가 최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까지 대선에 뛰어들어 이명박 후보와 함께 ‘보수층’지지도가 과반을 훌쩍 넘으면서 진보세력을 위협하고 있다. 보수 집권을 막기 위한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은 민노당까지 겨냥, 이래저래 민노당이 기로에 처한 양상이다.

이번 대선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민노당의 존립 내지 위상과 연계돼 있다. 진보세력의 향후 좌표가 민노당의 대선 성적표에 달린 셈이다. 기대와 위기를 한 몸에 안고 있는 권영길 후보를 6일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만나봤다.

- 만인보를 통해 느낀 민심은 어떠한가.

“밑바닥 민심은 여전히 우리당에 가깝다는 것을 몸소 확인했다. 그러한 지지를 대선까지 최대한 끌어올릴 생각이다.”

- 대선 삼수인데 2007년은 97년, 2002년과 비교해 어떠한 차이가 있나.

“97년은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출마였고, 2002년은 국회 진출을 위한 것이었다. 또 당시에는 민노당에서 나 이외의 출마자가 없었다. 2007년에는 경선을 통해서 출마하게 됐다. 민노당에 있어서나 내 개인에게 있어서 2007년 출마가 사실상의 첫 번째 도전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은 전부 자질과 능력, 도덕적 측면에서 결함을 갖고 있다. 이명박 후보 뿐 아니라 출마 의사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 정동영 후보 모두가 부패 고리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실제적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는 권영길 밖에 없다.”

- 대선 정책으로 '평화' '경제' 두 가지 이슈를 들고 나왔는데 평화는 정동영 후보가, 경제는 이명박 후보가 이슈파이팅을 하고 있다. 두 후보와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명박 후보의 경제는 절망의 경제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구체적으로 보면 ‘감세, 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다. 나는 여기 맞서서 ‘증세, 황제식 재벌 해체, 노동시장 유연화 반대’를 내걸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정리해고, 대량 해고를 말한다. 바로 서민들의 비어있는 밥그릇, 지갑마저 빼앗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지켜내고 채워주겠다. 감세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다. 민노당은 부유세를 통해 소득이 있는 곳, 돈 많은 사람들에게서 거둬서 서민들을 위해 쓰겠다.

정동영 후보의 평화는 ‘용어상의 평화’다. 정 후보가 개성 공단을 내걸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있어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 통일체제로 접근하게 하는 걸 누가 만들었나. 민노당과 나 권영길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현시점에서 남북의 진정한 평화는 군사적 충돌을 없애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 해결에서 핵심은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이 문제다. 따라서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에 따른 한미동맹의 해체다. 그럴 때 진정한 평화가 따른다. 용어상의 평화와 실질적인 평화는 분명히 다르다.”

- 민노당 지지자는 20대에서 40대, 이른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다. '평화 의제'가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나.

“20대, 30대가 실제로 평화를 더 외치고 있다. 그리고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평화다. 다시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북미간 갈등도 심화돼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없다면 누가 희생 되겠나. 바로 20대다. 남북관계에서 한나라당 식의 수구보수적 북한관을 가지고는 평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 남북이 친구가 될 때 평화가 만들어진다. 북한은 대화와 협상의 상대자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통일을 얘기하고, 그래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게 미래의 희망 아닌가.”

- 정동영 후보가 '88만원세대' 아젠다로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슈화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비정규직없는 세상’은 민노당에게 생명 같은 구호다. 지금도 한미 FTA 반대와 비정규직 반대를 위해 온 당력을 쏟고 있다. ‘88만원세대’는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따라 만들어진 말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서 비정규직 양산한 것이 노무현 정권이다. 민노당이 88만원 구호를 내세우지 않은 게 아니다. 기자회견, 정책발표, 강연회, 대중집회에서 민노당은 다 얘기를 했다. 다만, 그 주장을 언론에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서 보듯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동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한 정치인들은 책임져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법부터 무효화시켜야 한다. 민노당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왔고 해결할 유일한 집단이다. 민노당, 권영길이 집권해야 하는 이유다.”

-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대선구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민노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선거가 진보 대 보수 구도로 치러져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한국 정치 발전이고, 사회 발전이다. 통합신당을 주축으로 한 범여권은 진보가 아니다. 이들은 사이비 개혁세력이다. 노무현 정권은 좌파정권은 물론, 진보정권도 아니고 나아가 개혁 정권도 아니다. 유일한 진보정당은 민노당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진짜 진보와 진짜 보수가 대결해야 한다.”

- 유권자 지지도를 보면 이명박 대 이회창 즉, 보수 대 보수 대결구도다. 유권자의 '보수화'가 아닌가.

“나는 ‘보수화’로 규정하지 않는다. 서민들의 생활이 워낙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체념 상태의 막연한 기대다. 분노의 단계가 아니고 체념이다. 이명박 후보가 재벌계열사 회장 지냈다니까, ‘경제는 만들어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 일각에서는 대선구도가 보수화 되고 있기 때문에 범여권 단일화로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단일화의 범주에 민노당도 거론되고 있는데.

“범여권에서 거론하는 단일화는 그들의 문제이다. 범여권은 실제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고, 비정규직 악법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야합해서 통과시켜서 비정규직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범여권이나 똑같이 보수세력인데 그들과 어떻게 단일화가 성립되나.”

-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권 후보와의 단일화 내지 '가치연정'얘기가 회자되고 있는데.

“나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단일화를 할 수 있나. 문 후보는 정체성이 모호하다.신자유주의는 반대하면서 한미FTA는 찬성한다고 말한다. 앞뒤가 안 맞는다. 국가보안법, 한ㆍ미동맹 등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국현 후보도 범여권 후보다. 단일화는 그들의 문제이고, 권영길은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치, 그것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각 후보자와 의견이 그 부분에 대해서 같으면 그것이 ‘가치 연정’이라는 말이다.”

- 추석 전, 권 후보는 일주일에 1% 씩 올려서 정권 잡겠다고 했다. 최근까지 지지율이 3~4%대에 머물고 있는데 집권이 가능하다고 보나

“앞으로 남아있는 기간이면 충분하다. 이회창 후보가 나오면서 한나라당도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대선은 유동적이다. 지금 범여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붙어서 이길 수 없는 후보다. 필패(必敗)의 후보다. 똑같은 신자유주의 세력으로는 승산이 없다. 이명박 후보와 극명하게 대립되는 진보정당의 후보만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체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체념 상태’, ‘막연한 기대’를 (정권에 대한) 분노로 바꾸면 민노당이 이길 수 있다. 이것만이 이명박 후보에 맞서서 이길 수 있는 요소다.”

- 민노당은 2004총선에서 지지율이 12%까지 올랐다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대선은커녕 당의 존립과 위상이 위기인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민노당이 반성해야 할 점이 분명 있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 것은 노무현 정권 실패의 역효과다. 민노당이 노무현 정권 실패의 최대 피해자라고 본다. 민노당 입장에서 노무현 정권은 사이비 개혁세력이다. 진보정권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과 민노당이 동반 하락했다. 이제 민노당에 남은 숙제는 ‘노무현 정권은 실제적으로 반 개혁세력이고, 진보세력이 아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이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도 민노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계가 걸어온 길이 모두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반성해야 될 대목이 많다. 개인의 문제지만, 민노총 간부 또는 단위 노조의 간부가 비리에 연루돼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목욕물 버린다고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다. 민주노총은 우리사회를 위해서 가장 큰 기여를 해온 조직이다. 민노당 반대 편에서, 우리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민노당을 매도하고 있다.”

- 민노당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노총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한데.

“남은 기간, 한국노총 조합원이 민노당 활동을 반기고 지지하리라고 본다. 민노당은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당의 명운을 걸고 싸워왔다. 이런 당을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속 따질 것 없이 노동자들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실제적으로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그러하리라고 보고 있고,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그렇고 앞으로 지지하리라 믿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