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6집 'Come to Where I am' 출반… 편안하게 부르고 들을 수 있는 곡 위주자작곡만 10곡, 싱어송라이터로 성숙… 27일부터 연세대 공연 "팬만남 설레요"

박정현은 최근 심한 감기에 들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환한 미소로 자신의 앨범을 소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박정현은 속삭이듯 음악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마치 10대 후반의 사춘기 소녀로 되돌아간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홍조를 띄었다.

박정현의 수줍은 모습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번 앨범에 가장 ‘박정현 다운 음악’만을 골라서 담았기 때문이다. 박정현은 작심하고 이번 앨범에 자신의 속내를 담아내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 주는 연애편지와도 같은 존재다.

박정현은 “많은 분들이 1집부터 3집까지 히트 곡들을 많이 그리워 하셨어요. 당시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어요.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기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박정현에게 이번 앨범은 동시에 은 제목처럼 자신의 현 위치를 되돌아보는 이정표와 같은 앨범이다. 박정현은 이번 앨범에서 이전 앨범에 비해 휠씬 많은 자작곡을 수록시키면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강화했다.

12 트랙 중에 4곡을 직접 작곡했다. 작곡가 황성제와 공동으로 6곡을 만들어내며 총 10곡을 자신의 안에서 뽑아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면서 감정 이입을 통한 표현력은 보다 깊어졌다.

박정현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곡이 아닌 제가 만들고 제가 부르고 싶었던 곡을 불렀어요. 요즘에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편안한 곡들을 즐겨 듣는데 그런 곡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그래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담아봤어요”라고 말했다.

박정현은 자신의 서 있는 위치에 집중하면서 대중을 그곳으로 초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앨범 제목에 ‘Come’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빼놓은 것도 그런 이유다. 자기 세계에 함몰되지 않고 대중의 편안함을 배려했다.

그런 까닭에 4집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왔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잠시 접었다. <꿈에> <달> 등의 곡에서 시도했던 드라마틱한 곡의 진행도 절제했다. 차분하고 애절한 리듬을 강조하면서 팬들과 박정현의 바람대로 <나의 하루> <편지할께요> 등 예전 히트곡 분위기를 물씬 담아냈다.

앨범 전체적으로 절제되고 편안한 느낌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타이틀곡 <눈물빛 글씨>는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했다. 간들어지는 박정현의 고음 음색에 차분한 건반과 현악 반주가 정갈한 느낌을 전해준다.

정도가 통통 튀는 느낌을 준다. 필 콜린스의 백밴드 The Vine Street Horns의 혼 연주와 객원 MC의 랩이 잘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템포의 곡이다. 화려한 직장여성과 소소한 가정주부의 극명히 대비되는 삶이 한편의 뮤지컬처럼 느껴진다. 강약과 고저의 조율이 잘 이뤄져 귀를 뗄 수 없는 흡입력이 느껴진다.

1998년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를 품고 태평양을 건너왔던 박정현이 10년 만에 한국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고 가요를 자신의 음악 일부로 받아들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현은 “한국에 오기 전에 가요를 들어 본적이 거의 없었어요. 상당히 낯설었죠. 한국과 미국은 시장의 크기 만큼이나 음악의 기호도 많이 달라요. 팝송은 귀에 꽂히는 친근한 멜로디를 반복하는데 가요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해요. 한국에서 노래는 리듬을 탄 이야기 전달이죠. 가요가 이제는 친숙하고 부르기 편해요”라고 말했다.

박정현은 10년 전 지금의 모습을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매번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기적같이 다가오고 자신의 삶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으로 느껴진단다. 어려운 점은 역시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다.

박정현은 미국 휴일에 아직 익숙하다. 박정현은 추수감사절 식탁을 혼자 다 차릴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다. 박정현 없이 추수감사절을 적적하게 보낼 가족들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국에 계신 박정현의 부모님은 최근까지 “그 정도 했으면 (미국으로) 돌아와서 직업을 가져야지?”하며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단다. 박정현은 그때마다 “저 직업 있어요”라고 애써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음색이 외롭게 느껴진다는 질문에 가족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언젠가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야겠죠. 하지만 한국 생활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에요. 제 목소리가 외롭다고요?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서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있을 거에요. 오래 혼자 살다보니 많이 씩씩해졌어요. 건강관리 때문에 바깥 음식보다 도시락을 챙겨 먹을 정도죠.”

박정현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6집 앨범 수록곡을 새롭게 소개하면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에서 라고 제목을 지었다. 박정현은 팬들과의 새로운 만남에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잘 치지 않는 피아노도 직접 연주하면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박정현은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공연 무대는 늘 욕심이 났어요. 이번에는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록적인 분위기가 절묘하게 섞을 계획이에요. 연말파티의 흥겨움과 차분함이 공존하는 그런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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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