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일도 좋지만 춤추고 노래할 때가 내인생 최고 순간국내에 낯선장르·춤이라 기대 안했는데…변함없는 사랑 보내준 한국팬들에 감사… 후배가수들 미국 진출은 승산있는 게임

월드스타 비, 국민그룹 god, 미국진출 임정희, 국민여동생 그룹 원더걸스…. 이들 뒤에는 프로듀서 박진영이 있다. 여러 원석들을 최고의 보석으로 가다듬어 대한민국 대중가요계를 밝게 빛나도록 만들어 주는 그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미더스의 손’이다.

그런 박진영이 6만에 돌연 프로듀서가 아닌 가수로 대중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프로듀서로 살아가는 6년 동안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콘서트 오프닝과 타이틀 곡, 안무를 생각했다던 그는 오랜만에 활동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단 한 번도 떨린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6년간의 공백이 컸던지 이번에는 첫 방송을 앞두고서 어찌나 떨리던지…. 내가 아닌 것 같을 정도로 떨렸죠.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 팬을 만나니 ‘이 좋은 걸 왜 그 동안 못했을까?’ ‘미국에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세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인 것 같아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말속에는 무대에 대한 박진영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무대가 주는 감동과 흥분은 후배들의 무대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박진영은 내년에 예정된 후배들의 미국진출을 미루고 싶을 만큼 가수 활동에 심취해 있었다.

박진영은 6년 동안의 공백을 단숨에 채우려는 듯 각종 오락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진영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가 무대를 그리워 했던 만큼 팬들도 박진영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저는 팬을 믿었어요. 기다려주고 기억해주고 다시 아낌없는 사랑을 주실걸 의심하지 않았죠. 9년 전에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팬들에게 ‘십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제 콘서트에 와 주실거죠’라며 <십년이 지나도>를 불렀거든요. 그런데 이번 콘서트 때 서울 티켓이 매진되며 그 밑에 ‘저 약속 지켰어요’라는 댓글이 있는 거예요. 그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무대에서 서서 한국팬을 만나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서른 다섯. 댄스를 하기에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박진영도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한 앨범 <백 투 스테이지>(Back to Stage)는 강한 비트 혹은 R&B에 길들여진 대한민국 대중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음악이다. 강한 솔 장르와 단조롭게 반복되는 리듬은 익숙하지 않다.

춤 역시 독특한 인상을 남기며 팬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절도 있는 혹은 파워풀 한 안무가 아닌 물 흐르듯 흘러가는 박자와 율동은 독특하다 못해 기이하다는 평도 나왔다. 박진영은 소속사의 만류도 받았다. 팬들이 낯설어 하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대중은 트렌드세터로서의 박진영에 대한 믿음으로 음악을 대했고 이내 그의 음악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너의 그 집 앞에서>가 각종 음반 차트 상위권에 진출했고 박진영 스스로도 놀랄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앨범을 발매 하면서도 이건 망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성보다는 나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한 음악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키스>를 타이틀 곡으로 하려고 했지만 그나마 조금 리듬감이 있는 <니가 사는 그 집>으로 결정했죠.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지만요.(웃음) 팬들이 의외로 제 음악을 믿고 사랑을 보내주시는데 정말 감동했어요. 떨어져 있는 기간도 길었는데 이렇게 소통이 되는 구나 생각하니 기쁘고 행복했어요.”

박진영은 가수활동이 마냥 행복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활동도 손에서 놓을 수는 없다. 당장 한 달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후배들의 앨범 준비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자신의 앨범에서 후배들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는 이내 정열적인 가수에서 인자한 아버지로 모습을 바꿨다.

음반 프로듀서 박진영은 최고의 승부사다. 이웃 같은 편안한 이미지로 god를 국민그룹으로 길러냈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지훈은 월드스타 비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귀여운 여동생들은 대한민국 여동생 원더걸스로 만든 것도, 임정희, G-soul, min 등 미국진출을 일궈낸 것도 그다.

“사람들은 어떻게 비나 god, 임정희, 원더걸스 같은 가수를 발굴했느냐 하시지만 사실 이들 모두는 개개인의 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에요. 나는 단지 이들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고 단점은 최대한 감춰주는 거죠. god의 매력은 이웃 같은 편안함이었기 때문에 편안한 의상과 <어머님께>의 분위기의 노래로 활동한 것이고 비는 착하고 남성다움이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준 거죠. 원더걸스 역시 귀엽고 순수한 이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팀 분위기로 만든 거고요.”

박진영은 프로듀서로서 두 가지 꿈이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박진영이 작곡한 곡을 미국 유명 가수들에게 파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 가수가 미국에서 최고의 스타가 되는 것이다.

첫 번째 꿈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뤘다. 박진영은 윌스미스 'I wish I made that', 메이스 'The Love You Need', 캐시 'when your body is talking' 등 가수에게 고액을 받고 작곡 일을 해 주었고 이 곡들은 모두 빌보드 TOP 10에 올랐다.

내년 초 임정희는 아웃캐스트와 G-soul은 알켈리와 손을 잡고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한다.두 번째 꿈을 향한 걸음도 이미 순조롭게 시작된 것이다.

“후배 가수들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우리나라 가수들로 미국진출은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미국에 중심부에 대한민국 가수들이 뜨겁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 보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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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문미영기자 mymoo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