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고민 끝에 자신만의 유학 노하우 공개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출간지적 관심사 정립과 재능표출이 관건… 토플보다 SAT성적·개인비전이 더 중요

‘돈 있고 힘 있는 집 아이들만 골라 미국 명문대로 보낸다고요?!’

몇 년 전 ‘서울 강남의 부잣집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고급 유학 컨설팅을 해 주는 곳이 인기’라는 뉴스가 신문 지면을 달군 적이 있다.

그렇잖아도 재벌가 자제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유학 컨설팅 회사에 학부형과 학생들이 줄을 선다는 소문은 적잖이 돌았던 터다. 무엇보다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태가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에서다.

당시 뉴스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은 정규영씨. 서울 강남에서 유학 컨설팅 컴퍼니 ‘로러스앤에듀케이션’을 운영하던 그는 여론의 포화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집중된 관심과 질문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노하우를 공개해 줄 수 없냐’는 한 마디. ‘특정 계층에 치우친 듯한’ 영업 행위에 막상 ‘분노’(?)를 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공유’를 원하는 세간의 ‘심정’도 적잖이 표출된 건 사실이다.

마침내 그가 미국 명문대 합격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국 명문대학 합격 비밀’. 그가 최근 펴낸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면 되겠느냐는 질타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 계층 만을 위해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미국 아이비 리그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 공학 석사를 마친 그는 2003년 자신이 가진 경험을 살려 교육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아무런 광고도 전혀 하지 않고 주변의 지인들만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소개 받아 지도를 해 주다 보니 어느새 ‘미국 명문대 입학 킬러’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물론 ‘아무나 못 들어 간다’는 차별적인(?) 소문도 덩달아 퍼져 나갔다. 그렇게 알음알음으로만 해 오던 일이 어느새 커다란 ‘사업’이 돼 버린 것.

‘옆집 딸은 우리 아들보다 SAT 성적은 물론 GPA도 낮은데 브라운 대학에 합격하고 우리 아들은 존스홉킨스 대학에 붙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SAT 만점을 받고도 떨어졌는데 도대체 SAT 2,000점도 안 되는 학생이 합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런 하소연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계십니다. 미국 대학 입학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많은 상담과 안내를 해 오던 그가 느낀 것은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유학이나 미국 대학 입학과 관련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그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상당수 유학 안내 책자나 유학원, 어학원의 상담 수준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개인의 주관이나 떠도는 정보들을 마치 자기가 아는 양 책으로 쓸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실제 미국 명문대 경험도 없는 사람이 그럴싸한 추측이나 인터넷 정보들만을 조합해 유학 안내 책자를 출판하거나 유학원에서 상담을 해 주는 거예요.” 그는 “더 이상 거짓 정보나 소문, 억측으로 학생과 부모님들이 시간낭비를 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책을 쓴 기간은 단 두 달. 머릿속에 들은 것들을 적어 내는 작업이라 ‘쓱싹’ 써내려가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판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쓸까 말까 고민한 건 무려 3년이 넘는다. 결국 고객들에게 노하우와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서야 집필에 착수했다. “책을 자세히 읽으시면 유학원이나 어학원에 가실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유명 사립고를 가야만 미국 명문대 합격이 보장된다고 국내에서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 결과입니다. 잘못하다 아이 고생만 더 시키는 셈이 되죠. 토플 성적이 만능 지표이고 토플만 높으면 만사 해결이라고 여기는 경향도 잘못된 상식입니다.” 그는 유학이나 명문대 입학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토플은 미국 대학 입학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변수에 속한다.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기본적인 미니멈 성적만 확보하면 그 다음부터는 SAT 성적, 개인의 비전 등 다른 요소들이 더 크게 작용한다. 또 미국 명문고에 입학해서 명문대 입학 쿼터를 따내는 것보다는 일반고에서 우수한 성적과 활동으로 명문대 입학 자격을 얻는 것이 더 유리한 면도 있다.

무엇보다 그릇되고 부정확한 정보로 학부형과 학생들을 현혹시키는 것에 대해 그는 분노를 금치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유학 관련 거짓말 14가지를 적시, 조목조목 실상을 파헤쳤다. 유학에 관한 각종 거짓말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미국 명문대 입학이요? 합격 비밀은 단 2가지로 요약됩니다. 한 마디로 지적 관심사의 정립과 학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재능 표출이지요.” 일례로 개발도상국에서 값싼 폐수처리 시설 개발 등 환경과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면 입학 사정에서 크게 플러스로 작용한다는 것. 또 발레나 그림, 특정 분야의 봉사활동, 곤충채집, 카트 레이싱 등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고 적잖은 실적이 있다는 것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미국 명문대에서 학생 100명을 선발할 때 전부 1등으로만 뽑지 않습니다. 그 중에는 공부벌레도 있고 운동선수나 예술가 등 다양한 구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죠. 다양함을 갖춘 하나의 공동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명문대 입학과 관련해 시험 성적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평소 듣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로만 들린다.

“그 동안 자의반 타의반 너무 소수만을 위해 일했다는 성토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요. 앞으로는 많은 이들과 제가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방향을 잘 못 잡거나 잘못된 지식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 유학 컨설팅 14가지 거짓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따님(중3)은 똑똑하니 한 달 만에 SAT 거의 만점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저희는 90년대부터 유학 컨설팅을 해 왔습니다. 저희에게 맡기면 유학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 "SAT 시험은 이 학생에게 어려우니, 먼저 토플 수업을 세 달간 듣고, SAT 수업을 등록하세요.!"

◇ "SAT는 단어만 외우면 됩니다.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 "수학경시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하버드, MIT 등 골라서 갈 수 있습니다.!"

◇ "조기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보십시오, 조기 지원자의 합격률이 훨씬 높습니다.!"

◇ "하와이에서 SAT 전문 강사들이 비밀리에 합숙하면서 새로운 SAT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빨리 수강하세요.!"

◇ "우리는 수십 명의 학생을 아이비리그에 합격시켰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우리 어학원을 믿으세요.!"

◇ "장학금 신청을 하면 합격률이 낮아집니다. 그러니 장학금 신청은 절대 하지 마세요.!"

◇ "유에스 뉴스(미국 일간지)에도 나와 있듯이, 학부 비즈니스 전공은 텍사스 대학이 좋습니다. 이 학교로 진학하세요.!"

◇ "제가 아는 분이 큰 회사를 경영하는데 자녀가 인턴십을 하도록 연결해 주겠습니다. 대학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여름방학 때는 무조건 SAT 성적을 올리는 데 주력해야지! 세 달 동안 무조건 SAT 공부에만 신경 써라.!"

◇ "하버드 대학 교수가 직접 지도해 줍니다.!" "우리 어학원 직원들은 모두 미국 명문대학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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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