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물꼬트는 '금융계 히딩크'MB와 인생역정·경제관 서로 닮아 수 년째 두터운 친분40년간 쌓은 중국·중동의 막강한 인맥 활용할까 관심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데이비드 엘든(63ㆍDavid Gordon Eldon)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수위 속의 인수위’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은 특위의 ‘투톱’을 맡은 데다, 이명박 당선인과의 교분도 상당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덕분에 엘든 위원장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도 한껏 높아져 있다. 특히 이 당선인의 실용적인 성향에 비춰볼 때 그를 단순한 얼굴마담으로 기용했을 리는 만무하며, 필시 긴요하고 구체적인 미션을 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두바이 국제금융센터기구 회장직도 맡아

엘든 위원장은 국제 금융계에서 명망이 높은 거물급 인사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83개국 1만여 지점망을 통해 글로벌 영업을 하는 세계적인 금융그룹 HSBC에서 37년 동안 근무했으며 아시아ㆍ태평양지역 회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2005년 HSBC에서 퇴직했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경륜을 과시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직도 그 중 하나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7개 토호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는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창조적 국가개발 전략에 따라 ‘중동의 뉴욕’이자 ‘세계의 별’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엘든 위원장은 자신이 평생 쌓아온 금융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동의 금융허브를 꿈꾸는 두바이에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가 HSBC 식구가 된 뒤 처음 발령받은 근무지가 바로 두바이였다는 사실이다. 올해로 두바이와의 인연은 만 40년이 됐다.

그가 이명박 당선인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서울시가 조직한 서울국제경제자문회의(SIBAC) 총회 의장을 맡았을 때다. 이 당선인은 당시 국제 금융인으로서의 식견만큼이나 그의 인생 역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엘든 위원장은 세계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군 복무 중에 사망해 홀어머니 밑에서 빈궁하게 자랐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까닭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것은 그가 다닌 학교가 군사학교(the Duke of York’s Royal Military School)라는 점이다. 훗날 국제적 금융인으로 커나간 그의 이력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군사학교에서 받은 교육이 그의 인생을 떠받친 큰 버팀목이 됐다는 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엘든 위원장은 2003년 홍콩시립대(the City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당시 이 대학 쳉 페이카이 교수는 추천사에서 “엘든 씨는 군사학교에서 자기규율, 직업윤리, 헌신적인 팀워크, 상호신뢰, 확신의 리더십 등을 익혔으며, 이런 특질이 그의 성공적인 금융인 인생에 토대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수십 년간 은행인으로서 살아오며 정도(正道)만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엘든 위원장 스스로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나는 항상 독립적으로 살아왔으며 너무 ‘융통성’이 없어 주변 사람들을 종종 힘들게 하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HSBC의 한 관계자는 “굉장히 원칙을 중시했던 분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 리더십·팀워크 뛰어난 원칙주의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밑바닥부터 최고의 자리까지 밟아 올라간 엘든 위원장에게 처음부터 남다른 친밀감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 역정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당선인은 인생 경험이나 경제관이 비슷한 엘든 위원장과 2002년 이후 계속 친분을 쌓아 왔다”며 “서울시장을 그만둔 뒤에도 그가 서울에 오면 꼭 만나곤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별한 신뢰를 가진 엘든에게 이 당선인은 일찌감치 중요한 역할을 맡기려는 구상을 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 엘든에게 일시적인 자문역을 부탁한 뒤 내심으로는 좀 더 장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서실 관계자는 “당선인은 인수위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엘든 위원장에게 중임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다른 일도 하고 있어 붙들어 맬 수는 없겠지만 한국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거나 외자를 유치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엘든 위원장이 ‘금융계의 거스 히딩크’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금융정책 입안에 큰 방향을 제시하는 조언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엘든은 지난 1월6일 기자회견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소감과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가 40년 동안 중동과 아시아 각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새 정부에 국제적인 시각과 해결책 혹은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한국도 두바이만큼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인구 130만 가량의 작은 왕족국가인 두바이의 성공 사례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엘든 위원장이 굳이 두바이를 예로 든 것은 그만큼 한국의 투자환경이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평소 ‘개방’과 ‘호혜주의’가 글로벌 경제의 작동 원리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매각 건으로 ‘먹튀’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와 관련, 외국인 투자자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엘든 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미 일정한 선을 그어 놓았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는 엄연히 외국인으로서 한국이 보다 매력적인(more acceptable) 외국인 투자처가 되는 방법을 제안할 뿐, 그것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한국의 몫”이라고 밝혀둔 것이다.

어쨌든 국제 금융계에서 두루 신망을 쌓아온 엘든 위원장의 ‘이명박호’ 탑승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결 우호적으로 바뀔 조짐이다. 벌써 한반도대운하나 새만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의향을 밝힌 외국인 투자자도 여럿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금 세계의 부(富)가 몰리고 있는 중동, 중국에 대한 엘든 위원장의 인맥이 매우 탄탄하다는 점은 주목된다. 과연 투자처를 찾아 떠도는 오일 머니와 차이나 머니를 그가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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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