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등 세계 굴지 방송채널에 프로그램 공급해 한국 알리는 전령사최근 공중파 방송 침체로 수익 저하 '불똥'… 해외진출 등으로 해결책 모색

다큐멘터리 하면 떠오르는 유명 채널들이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아르떼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프로그램 심사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들 유명 채널을 통해 당당하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한국 콘텐츠 프로바이더(제공업체)가 있다. 바로 아이엠TV(IMTV)다.

이번 호에 소개할 사람은 이 회사 이영숙 대표다. SBS ‘물은 생명이다’, KBS ‘신화 창조의 비밀’, ‘생로병사의 비밀’ 등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프로그램이 이 대표의 작품들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산업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한류를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문화가 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고민과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디어 산업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필자는 이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미디어 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 대표는 작가 출신이다. 방송계에서 15년간 유명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일감이 들어왔고 그런 것이 쌓여 오늘날 아이엠TV를 만든 토대가 됐다. 대학 시절 선배를 통해 교지 편집 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글과 접하게 되었고, 졸업 후 시작한 일이 15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본인은 “운이 좋아서”라고 이야기하지만 방송계 같이 ‘터프’한 곳에서 15년이란 긴 시간을 운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뭔가 비결이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 대표의 평판과 인맥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대표는 ‘그것이 알고 싶다’, ‘다큐멘터리 극장’, ‘역사 스페셜’, ‘일요 스페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로 활동을 했는데 하나같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그런 작은 성공이 쌓여 오늘날의 성공을 거둔 것이리라.

고수들은 대부분 품질에 대해 일종의 집착을 갖고 있다. 이 대표도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 그녀의 말이다. “아이엠TV는 업계에서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내부심사가 외부심사보다 엄격하지요. 대충 만들었다가는 내부심사에서 살아 남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과 열정이 아니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저는 경영을 못 한다는 이야기는 참아도 제작이 형편없다는 말은 참지 못해요. 그래서 손해도 많이 보았습니다.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예산을 초과합니다. 받은 금액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어떤 프로그램은 만들수록 손해를 보기도 하지요.”

이 대표는 자신을 ‘대표 프로듀서’로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스스로 제작 일선에서 품질을 꼼꼼히 챙겨온 그 집착이 거친 정글에서 살아 남은 원동력일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시청률 30%를 넘긴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매체가 늘어나면서 공중파 방송을 보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이 줄면 광고 수입이 줄고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 제작 단가는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금이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라고 역설한다. “그 동안 저희 회사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습니다. 자잘한 것이야 있었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큰 위기입니다. 방송계 전체가 위기니까 저희 같은 회사는 함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죠.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에게 위기극복을 위한 CEO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저는 그 동안 CEO라기보다는 제작자였습니다. 하지만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은 순수하고 일밖에 모르는 ‘능력 있는 바보들’입니다. 그래서 요즘 제작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우리 조직을 변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기극복 방안은 우선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도 살아남은 자는 인쇄술을 갖고 책을 만든 출판사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만든 자가 콘텐츠에 대한 권한을 갖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일례로 홍콩의 세계적 기업 PCCW는 IPTV(인터넷TV)의 수신료 중 30~50% 정도를 콘텐츠 제작자와 분배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있는 회사가 산업 흐름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아이엠TV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콘텐츠 제작만큼은 이 회사의 핵심역량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소재가 많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우리는 소재에 강점이 있습니다. 가령 북한이 있다는 것, 분단 국가라는 것, 사건사고가 많다는 것, 이런 것들도 뒤집어보면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적절하게 가공할 인재들 역시 많다는 것도 행운이죠.”

두 번째 위기극복 방안은 해외시장 개척이다. “해외 콘텐츠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경쟁력을 높이면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합니다. 사실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작은 시장에서 죽기살기로 싸워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남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합니다. 침체에 빠진 건설업이 중동에서 금맥을 발견했듯이 저희도 경쟁력 있는 다큐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인 회사 아르떼와 공동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꼽은 세 번째 방책은 드라마다. 우리나라는 대단한 드라마 공화국이다. 공중파에서 쏟아내는 드라마가 수십 개에 이른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지 않은 데다 급격히 경쟁력을 잃고 있다.

너무 뻔한 스토리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출연료만 높았지 품질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불륜, 재벌, 조폭, 사랑 일변도의 소재도 지겹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다. 거기에 열광하는 이른바 ‘미드족’과 ‘일드족’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 터에 이 대표는 ‘미드’와 ‘일드’를 충분히 꺾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회가 되면 외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의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한다.

시시껄렁하지 않고 전문성과 구성이 탄탄한 그런 드라마 말이다. 이래저래 이 대표의 머리 속은 요즘 복잡하다.

이 회사를 보면서 빅토르 위고의 말이 떠올랐다. “발전을 위해서는 위급한 상황이 필요하다. 램프를 만든 것은 어둠이고, 나침반을 만들어낸 것은 안개이고, 탐험을 하게 만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그리고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의기소침한 나날들이 필요했다.”

지금 방송계, 콘텐츠 제작사는 모두 변화의 격동 속에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위기의식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기극복 방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엠TV는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리라 필자는 믿는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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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