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PR협회 신성인 회장국내 PR산업 발전 위해 회원사 정보공유·인재육성 등 네트워크 만들어역사 짧지만 외국 비해 능력 손색없어… 외환위기 때도 두 자릿수 성장

국내에 본격적으로 홍보대행사가 생긴 것은 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다. 2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 홍보대행사는 대학생, 특히 여대생들이 꼽은 ‘가고 싶은 회사’ 상위에 랭크된다.

능력에 맞는 대우와 전문직종이라는 타이틀, 전 세계를 상대로 일 한다는 자부심은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홍보대행사가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게 된 데에는 한국기업PR협회를 비롯한 홍보업계의 크고 작은 조직이 큰 힘이 됐다. 기업PR협회는 2000년 국내 굵직한 홍보대행사 17개 모여 만든 기업 전문 홍보대행사의 조직이다. 협회는 국내외 기업의 PR정보를 교류하고 함께 시장을 넓혀갔다. 산학연 연계로 대학의 홍보전문 인재를 키우고 윤리 강령을 만들어 출혈 경쟁을 막은 것은 것도 이들이다.

기업PR협회 신성인 회장을 만나 국내 홍보대행사 시장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보대행사 KPR의 신성인 대표는 2004년에 이어 올해 2월 두 번째 기업PR협회 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PR기업협회가 국내 PR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가도록 하겠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각 대행사의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홍보업무를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 했을 때 더 높은 가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협회 회원사들이 분야를 나눠 함께 직원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각자 교육을 진행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지요.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홍보용역이나 입찰 공고 정보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회원사의 고객사 CEO를 상대로 모임 겸 교육행사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올해는 국제 PR협회 컨퍼런스에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PR비즈니스가 등장한 것은 1900년대 초반이다. 우리나라 보다 80여년이나 앞선 미국 시장의 경우 홍보대행 업무는 대표적인 전문직종이 됐다. 이에 반해 역사가 짧은 우리의 경우 아직 이 분야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다. 신 대표는 그러나 “종사자의 능력과 성과는 외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저희 회사만 하더라도 2004년 국제 PR협회에서 ‘골든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또 수 년간 아시아홍보시장에서 각 종 우수상을 받아왔고요. 홍보대행사의 경우 다국적기업의 홍보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은 데 국내 대행사의 아이디가 본사에서 ‘최고 전략’으로 뽑히는 사례도 많습니다.”

KPR은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버스, 셸, 맥도널드와 같은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IT, 스포츠마케팅, 기업의 위기관리 등을 전담하는 홍보대행사다.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홍보대행사의 CEO로 신성인 대표는 자타공인 ‘국내 홍보 1세대’로 불리는 인물. 그에게 초년병 시절 80년대 홍보업무에 대해 물어보았다.

■ 언론관계 업무서 컨설팅으로 영역 확대

“아무래도 홍보대행업에 대한 매뉴얼이 없으니까 외국 책을 교재삼아 처음부터 혼자서 일을 익혀야 했습니다. 보도자료 쓰는 법, 언론에 접촉하는 법과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체계화 되었지만, 아직도 각 대행사는 사원 교육용 서적을 직접 쓰거나 외국 서적을 번역해서 사용합니다.”

당시에는 홍보대행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인재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일을 가르쳐 ‘좀 쓸 만하다’여기면 다른 분야로 스카웃 돼 빠져 나가기가 다반사. 특히 2000년대 초반 벤처 기업 붐이 일었을 때는 중견 간부들도 스톡옵션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자리를 옮기기 일쑤였다.

“그때 벤처기업으로 간사람 중에 후회를 하는 분도 있고 다시 돌아 온 분도 계십니다. 홍보분야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신 대표는 “홍보 업무가 경기를 많이 탄다고 하지만, 97년 외환위기 당시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광고의 경우 비용을 줄이는 기업이 대부분이었지만, 홍보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대중에 노출이 쉬운 업무라 이 부분에 비용을 줄이는 기업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외환위기 때 홍보분야에 투자해 성장한 기업도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는 대 언론관계나 미디어 노출, 부정기사 막기 등에 국한돼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홍보는 언론관계 뿐 아니라 문제를 찾고 해답을 제시해 주는 컨설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홍보 분야는 더욱 더 다양해진 면도 있고요.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원에게 알리는 인터널 마케팅(internal marketing)을 홍보대행사에 의뢰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 영어는 기본… 글로벌 감각 지니면 성공

이제 광고홍보학과나 신문방송학과, 경영학과 학생이면 졸업 전 기업의 마케팅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 통과의례가 됐다. 산학연 연계로 훌륭한 인재들이 홍보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신 대표가 이 업계에 뛰어든 2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저희 회사도 올해로 5회째 대학생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 했습니다. 이 중 대상 팀은 인턴과정을 거쳐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합니다. 기획안을 내고 두 차례 걸쳐 프리젠테이션을 보는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영어실력 모두 예전 세대에 비해 뛰어납니다.”

홍보대행사는 업무 특성상 외국어능력, 특히 영어실력을 요구한다. 다국적기업 홍보나 미디어 활동에서 외국매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공채는 보통 영어, 국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영어면접을 40분~1시간 가량 진행한다.

신 대표는 “공개채용이 없는 시기에도 회사 홈페이지에 종종 자기소개서를 내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것은 이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징표다.

홍보맨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로 신 대표는 ‘글로벌 감각’을 말했다. 외국바이어를 상대할 때 그 나라에 맞는 매너를 지키는 것이 글로벌 감각의 시작이다.

신 대표는 “호감을 주려면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행동은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신뢰를 준다”며 “성공은 인간관계 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뿐만 아니라 경영학, 조직관리,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를 쌓으라고 조언했다. 홍보업무가 마케팅을 넘어 컨설팅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70여개의 홍보관련 학과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문가를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셈이지요. 더구나 이 직종은 정년이 없습니다.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지요. 이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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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